알프스 산맥을 넘어서, 지중해를 건너서, 이탈리아 반도 일대에서 동서남북으로 교차하던 사람들의 물결이 겹겹이 쌓아 올린 맛의 제국사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이탈리아로 여행을 간다면? 위대한 로마 문명의 유산, 찬란한 토스카나의 태양, 아름다운 지중해 풍경, 무엇보다 제대로 된 이탈리아 음식을 맛봐야지!”

이것이 요즘 많은 세계인의 생각인 듯하다. 언제부터인가 이탈리아 음식은 ‘맛있고 건강한 음식’의 대명사, 이탈리아는 ‘미식의 본고장’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탈리아식 식사’는 유네스코에서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지중해 식문화’를 대표하는, 건강한 식사 방식으로 여겨진다. 유네스코에서 정의한 ‘지중해 식문화’는 지중해 연안에서 전통 방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모든 과정뿐 아니라 그 음식을 식탁에서 함께 나누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마저 지중해 식문화를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리하여 세계 곳곳에서 피자나 스파게티 전문점을 흔히 볼 수 있고, 주요 도시마다 《미슐랭》에서 받은 별점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식당이 있지만,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한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서 현지인들이 사는 동네를 누비며 ‘진짜 이탈리아의 맛’을 찾아다닌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맛’이란 과연 무엇일까? 알프스 산맥 북쪽에서 켈트인이 가져온 염장 기술이 만들어낸 이탈리아 치즈의 왕 파르미자노 레자노와 지중해 동쪽에서 이슬람 세력이 들여온 가지, 아몬드, 쌀, 설탕으로 만든 시칠리아 요리들은 똑같은 ‘이탈리아의 맛’인가? 미국 뉴올리언스로 이민 간 이탈리아인들이 만들어낸 무풀레타(참깨 박힌 둥근 빵 사이에 소시지, 슬라이스 치즈, 올리브 샐러드를 끼운 샌드위치)는 이탈리아 음식인가, 미국 음식인가?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운 일본인들이 된장, 참기름, 다시마, 날치알, 김 등으로 양념해서 만드는 와후〔和風〕 파스타는 이탈리아 요리인가, 일본 요리인가?

이 책은 지중해 연안의 시간과 공간을 누비면서, 수천 년 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라는 맛의 제국을 형성해온 역사적 도정을 탐사한다. 달리 말하면 음식문화라는 프리즘으로 들여다본 이탈리아 역사를 담은 책이다. 서기 1세기의 귀족 요리부터 르네상스 시대의 화려한 연회 요리, 현대식 일품요리까지 이탈리아 역사에 등장한 다채로운 요리 레시피는 덤이다. 한국어판은 109장에 이르는 원서의 도판 자료에다 내용 이해를 돕는 사진 20여 장을 보강해서 ‘보는 즐거움’이 더 풍성해졌다.

* 알덴테(al dente)란 파스타 면을 꼬들꼬들하게 설익힌 상태를 말한다. 파스타를 알덴테로 삶아 소스와 섞으면 가장 먹기 좋은 상태로 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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