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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반역] 제 3장 일본정벌
  • 유광남 작가
  • 승인 2018.05.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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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망설이지 않았다.

“명국은 일본과 적당한 타협을 원하고 있소이다. 그들의 목적은 자국의 영토 내에서 위험한 전쟁이 발생하지 않는 것일 뿐이요. 우리 조선을 도와 군대를 파견한 내막에는 이런 위선이 숨겨져 있소. 조선을 명국과 일본의 전쟁터로 삼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들은 이런 명분으로 각기 조선을 유린하고 있소. 명국은 원병을 근거로 조선 조정을 기만하고, 일본은 명국 진출을 원한다는 구실로 조선을 농락하고 있지요. 그야말로 조선은 양 국 사이에서 허우적거리는 허수아비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니 통분할 노릇이오.”

곽재우가 탄식했다.

“장군의 말씀이 백번 지당하오.”

김덕령은 호랑이 눈을 부릅뜨면서 울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러니 이렇게 당하고만 있지 말고 일본의 심장부를 통쾌하게 짓이겨 봅시다. 장군의 지략이 훌륭하오.”

홍의장군 곽재우가 좌중을 둘러보면서 예의 진중하면서도 신뢰 받을 수 있는 목소리를 꺼냈다.

“조정과는 합의가 된 사안입니까?”

사야가 김충선이 이순신을 대신해서 나섰다.

“이번 출동은 극비리에 섬광처럼 진행되어야 합니다. 임금의 윤허(允許)를 기다린다는 것은 불가합니다. 정보가 노출될 여지가 많으며 또한 대국 명나라의 눈치만을 보고 있는 조정에서는 절대 받아드릴 수 없는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삼혜스님이 합장을 했다.

“조정을 무시하고 장군의 의도대로 삼도수군이 출동한다면 필경 문책을 당하게 되지 않겠소이까?”

“그것은 두렵지 않소. 적들을 섬멸할 수만 있다면.”

김충선이 즉각 일본 지도를 품안에서 꺼냈다. 길쭉한 모양의 섬나라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순신은 한 달음에 달려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조선이 당한 만큼의 처절함을 되돌려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임진년에 당한 지독한 참상을 기억하고는 몸서리를 쳤다. 김충선의 손가락이 어느 한 곳을 짚었다.

“일본군대는 나고야에 집결되어 있습니다. 우린 교토에 치명적인 한방을 먹이는 겁니다. 천황이 머물고 있는 고쇼를 기습하여 시신덴과 세이료덴을 불 지르고 천황을 사로잡아 관백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분 없는 전쟁을 만천하에 공개합니다.”

장남 회가 물었다.

“시신텐...? 세이료덴이라니?”

“천황이 즉위식을 거행하는 정전과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둘째 울의 얼굴도 심각하게 변해 있었다. 그는 마치 일본의 황실을 습격한 듯 흥분된 표정이었다.

“천황에게 항복을 받아내게 되면... 이 지긋지긋한 전쟁은 종식 되는 건가?”

김충선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복잡한 웃음이었다.

“관백 히데요시에게 천하가 굴복하고 있지만 천황의 상징성도 상상을 불허하지. 그 결과가 어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히데요시가 크게 낭패를 당하게 될 것은 분명해. 또한 히데요시와 자웅을 겨루고 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행보가 판도를 뒤집게 될 것이고.”

젊은 의병장 김덕령이 상기된 표정으로 물었다.

“이에야스란 인물도 일본 내에서 대단한 위인인가?”

“관백 히데요시와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영주로 사실 그는 이번 전쟁을 탐탁스럽지 않게 생각했었네. 만일 천황의 신상에 변고가 발생하면 이에야스는 전쟁을 발발한 히데요시에게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되지.”

삼혜스님이 미간을 찌푸렸다.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조짐은 없는 거요?”

“역효과라 하시면......?”

“일본 황실을 초토화 시킨다면 이에야스와 히데요시가 손을 잡고 더욱 광분하여 조선을 침범하지 않을까 염려되오.”

사야가 김충선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삼혜스님의 사려 깊으신 생각이 틀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의 전란은 각 영주들의 세력충돌에서 비롯되어진 것입니다. 그들은 천황을 배경으로 천하를 석권 하려는 야심이 있습니다. 이에야스는 명분을 갖추기 위해 준비하고 기다려온 최고의 영주입니다. 우리는 그에게 실리(實利)를 안겨주고 귀환하면 되는 것입니다.”

김덕령의 혈기 왕성한 몸이 반응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일본 천왕의 교토를 점령하기 위해 돌진하는 기분이었다.

“상상만 해도 몸이 뜨겁게 달궈진다. 충선아, 언제 출동이냐?”

“장군님의 결정만 남아있지.”

이순신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지나간 해의 회한(悔恨)에 몰입한 장군을 보면서 곽재우와 김덕령 등도 잠시 상념에 잠겼다. 조일전쟁의 임진년으로부터 그 다음 해 계사년의 치열했던 전쟁들이 주마등처럼 그들을 스쳐갔다. 이순신이 참여 했던 해상 전투로부터 시작하여 부산, 동래, 진주, 충주, 행주산성 등의 처절했던 죽음의 현장. 조선의 무수히 많은 젊은이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그들은 우리의 이웃이었으며 혈육이었다. 산천에 메아리치던 부상 병사들의 신음은 참혹 하였고, 끝도 보이지 않는 시체더미는 지옥(地獄)이었다. 뿐인가, 조선팔도의 피난 행렬은 피를 토하는 분노였고, 가족을 잃고 울부짖는 부녀자들의 통곡은 절망(絶望)의 폭우가 되어 하늘과 땅을 적셨다.

“난 그들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유광남 작가  sisamagazine1@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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