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을 지키며 ‘소확행’을 좇는 ‘힙스터’의 시대. 우리의 행복은 어떤 모양일까?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은평구에 살며 마포구 서교동으로 출근하는 37세 A씨를 세상은 손쉽게 ‘힙스터’라 부른다. A씨는 대기업 연봉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보고 싶은 공연이나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데 부족함 없이 쓴다. 썩 내키지도 예쁘지도 않은 브랜드 이름값에 돈을 쓰기보다 펀딩이나 후원을 통해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증명하고 그 대가로 받은 소소한 에코백을 어깨에 들쳐 메고 다닌다. 그의 삶은 얼핏 실리와 가치,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솔직해지자. 사실 A씨는 자신의 풍요가 애초에 ‘덜 가지는 삶’을 선택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집도 없고 차도 없다. 부모님과 일가친척의 잔소리 융단폭격에도 결혼하지 않았고, (당연히) 아이도 없다. 물론 그게 다 있다고 지금보다 행복할 거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小確幸), ‘트렌디한 것들은 다 부정하는 트렌드세터’를 일컫는 힙스터(Hipster)와 같은 신조어의 교집합에 자신이 꼭 들어맞는다 해도 그렇게 불리고 싶지는 않다. 단지 남들과 다르다는 시위가 아니라 이 단어들이 내포한 공허함과 자조적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책 《당신의 행복이 어떻게 세상을 구하냐고 물으신다면》의 저자 콜린 베번은 이미 10년 전, 자신의 신념을 위해 일상의 불편까지 감수해버린, 그야말로 ‘원조 힙스터’다. 뉴욕이라는 대도시에서 환경주의자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모험을 담은 전작《노 임팩트 맨》은 15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 영화화되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을 넘어 ‘우리’가 함께 살아나가기 위해 고민을 계속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상이 말하는 행복 말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살면 그게 행복 아닐까? 이 책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화두로 인문, 사회, 과학, 종교, 동양 사상을 넘나들며 저자가 구한 10년간의 답변이다. 더 나은 삶은 물질의 축적이 아니라 사소하고 단순한 의사결정들의 밀도로 규정된다는 저자의 주장은 부조리한 행복에 둘러싸인 무수한 A씨에게 남다른 메시지로 다가올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