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사건 최초 기록 ‘그해 봄’

누명으로 억울한 죽임을 당한 인혁당 사형수 8명의 이야기

저자 박건웅 | 출판사 보리

(시사매거진=신혜영 기자) 박정희 유신 독재 권력시절, 평범한 시민 8명이 하루아침에 간첩이 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우홍선, 김용원, 송상진, 하재완, 이수병, 도예종, 여정남, 서도원 이 8명은 간첩이란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 18시간 뒤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인혁당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는 이 사건은 1974년 유신 반대 투쟁이 전국으로 확산되자 박정희 정권이 민청학련 관계자와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 1,024명을 연행하여 조사하고 253명을 긴급조치 4호 위반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예비음모, 내란선동 따위 죄명으로 비상보통 군법회의에 기소했다. 1975년 4월 8일 대법원은 인혁당 사건 관련자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8명의 사형을 확정했다. 다음 날이 4월 9일 도예종(당시 나이 51, 삼화건설 사장)을 비롯한 8명의 열사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재심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반인권적인 사형이 집행되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가 있는 국제법학자협회는 1975년 4월 9일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규정했고 엠네스티에서는 사형 집행에 대한 항의 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한국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인 ‘인혁당 사건’은 지금까지 우리들에게 많이 소개 된 적이 없었다. 8명의 사형수 가운데 한 인물의 일대기를 다루거나 한국근현대사 책에서 인혁당 사건을 짤막하게 다를 뿐.

‘그해 봄’은 처음으로 인혁당 사건과 사형수 8명의 삶을 밀도 있게 그려낸 다큐멘터리 만화로 유가적들과 선후배 동지들의 증언으로 생생하게 그려 냈다.

누군가의 아버지로, 남편으로, 아들로, 평범한 시민이었던 8명의 사형수.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지 ‘그해 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사형수들이 억울한 혐의를 쓰고 감옥에 갇혀 사형을 당하기까지의 시간을 그대로 재연했고 남겨진 유가족들의 상처도 함께 담았다. 유가족들은 사형 집행 후에도 수십 년 넘게 국가 기관으로부터 집요하게 감시를 당하며 ‘간첩’, ‘빨갱이’로 낙인찍히며 살아왔다. 그런 상황에서도 생계를 유지하며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애써 온 유가족들의 노력으로 사형 집행 32년 만인 2007년에 사법부는 인혁당 사건 재판과 정이 위법하고 부당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해 봄’의 저자 박건웅 작가는 “국가 권력의 피해자와 가해자 외에 수많은 침묵하는 방관자들이 불의에 눈감고 정의에 항거했던 바로 우리들이 아니었을까 고백하며 이 책을 통해 더 이상 침묵하는 방관자로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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