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41호=김길수 발행인) 최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로부터 비롯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파문으로 세간이 떠들썩 하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갑질이 만연한 우리 사회의 병폐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4월 12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갑질을 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대한항공의 광고대행을 맡고 있는 업체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언성을 높이며 물이 든 컵을 던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 전무에게 갑질을 당한 사람들이 많았나보다. 조 전무의 물벼락 사건이 터지고 미투 운동처럼 그동안 그가 저질렀던 갑질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평소 소속 부서 팀장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일삼았다는 주장부터 공정한 인사 발령 기준 없이 1년에 3~4번 팀장급 직원을 바꾸는 인사 전횡을 주도했다는 등 그의 만행이 폭로됐다.

문제는 조 전무의 갑질로 잊혀 졌던 한진그룹 3남매의 갑질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당시 갑질의 최고봉이라는 영예(?)를 안았던 2014년 조현아 ‘땅콩회항 사건’,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둘째 조현태 대한항공 사장의 70대 노인 폭행 및 뺑소니 갑질까지 ‘대한항공 3남매 갑질’이 연일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장식했다.

그런데 이들의 갑질은 세습되어 왔나보다. 부모를 보면 자식을 알 수 있다는 말이 딱 들어 맞았다. 이들 3남매의 모친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지난 4월 19일 공개된 이 이사장이 자택공사를 하던 작업자에게 욕설을 한 음성파일과 24일 이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공사현장에서 작업자들을 폭행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항간에서는 갑질이 ‘가족력에 따른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상식이하 수준의 갑질을 해 온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은 그들이 과연 엘리트 코스를 밟고 한 기업을 이끌어 온 사람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물론,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바른 행동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대기업의 오너이고 대한민국을 대표 항공사를 운영하는 기업인 인만큼 그들의 행동은 질타 받고 책임을 묻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나 진정성 없는 사과와 적절치 못한 처벌은 오히려 국민들의 공분만을 살 뿐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역시 이번 논란에 대해 사과를 했지만 여론은 냉랭하다. 재벌총수 일가의 부도덕함은 수차례 반복돼도 진정성 없는 사과로 무마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간 심심치 않게 드러났던 재벌들의 갑질은 논란이 되어 왔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최철원 전 M&M 사장의 ‘맷값 폭행 사건’, 호식이 두 마리치킨 최호식 회장의 ‘성폭행’,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의 ‘경비원폭행’과 ‘치즈통행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의 ‘요강 갑질’ 등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재벌들의 갑질이 이어져 왔다.

이제는 갑질의 사슬을 끊어야 할 때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앞서 미투 운동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적 약자들도 세상을 변하기를 바라며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렇게 세상은 변하는 데 재벌오너들의 갑질과 진정성 빠진 사과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있다. 인격은 누구에게나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사람관계는 복종의 관계가 아니다. 이해와 배려의 관계다. 갑질 오너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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