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예우수성 전세계에 알릴 터”
8대째 조선백자의 맥 잇고 있는 도예명가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재벌 2,3세들의 편법 경영권대물림이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8대째 전통도예명가로서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백산 김정옥 명장가문의 예는 이와 극명한 대조를 보이며 진정한 명가는 무엇인가를 잘 보여준다. 조선백자의 맥을 잇는 한국전통도예의 명인 김정옥 명장은 해외에서의 활발한 전시활동으로 한국전통도예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우리의 전통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으로 전통도예전수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김정옥 명장을 만나 그의 도예인생에 대해 들어보았다.



장인의 집안
예부터 영남의 관문으로 불리는 문경에는 명성이 높은 도예가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곳에서 태어나 자란 김정옥 명장은 18세부터 부친 밑에서 사기제작기술을 전수받으며 오늘날 전통도예의 정상에 우뚝 선 명인이 되었다. 1991년 최초로 대한민국 명장으로 지정된데 이어 1996년 중요무형문화재 105호로 지정된 백산 김정옥 명장의 작품은 화려한 수상경력과 소박하면서도 투박하여 정감이 넘치는 가식 없는 작품으로 도자기애호가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김 명장이 자랐던 경상남도 문경읍 관음리 중점의 사기점은 그의 8대조인 김영만이 충북 청원군에서 옮겨와 서당 훈장으로 있으면서 터전을 마련했다고 전해진다. 관음리 일대에 7대조 대에 사기장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금까지 230여년에 걸쳐 가업을 잇고 있는 것이다. 김정옥 명장의 7대조인 김영만부터 김 명장의 아들인 우남 김경식 씨에 이르기 까지 하나같이 당대에 도예명장으로 이름을 떨친 이들로 한국도예의 대표명가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가문이다. 그랬기에 사기장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도 예전과 다름없이 8대째 가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김 명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조선백자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옛 선조들의 도예기법을 그대로 전수하여 우리의 전통문화를 보존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히며 명가의 수장으로서 가지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드러냈다.



전수관 건립하여 후진 양성할 터
김 명장은 국내에서 보다 해외에서 더욱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명인으로 그동안 일본, 미국에서 수차례 전시회를 개최한 것은 물론 독일, 하와이에서도 성공적으로 전시회를 마치기도 하는 등 한국도예의 우수성전파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김 명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각지에서 전시회를 개최해 한국의 전통문화홍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왜 가스나 전기를 사용하여 보다 편리하게 도자기제작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 명장은 “가장 한국적인 맛을 내려면 선조들이 하던 방식 그대로를 유지해야 한다. 잔꾀를 부린다면 그것은 진정한 전통이 아다”라고 간편함에 길들어진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지적하며 “해외에서 조선백자가 최고의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사람의 마을을 끌리게 하는 우리 전통의 힘이 배어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히며 특유의 고집스런 장인정인을 드러냈다.
김 명장은 활발한 해외전시활동계획과 함께 후손들에게 전통도예기법을 전수하기 위해 자신의 전수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명장은 “해외에 우리 것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스스로가 우리 것을 잃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전수관을 지어 우리민족 스스로가 전통을 보존, 계승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라고 밝히며 전수관 건립취지를 밝혔다.
백산 김정옥 명장과 그의 사기장 전수자인 외아들 우남 김경식 부자가 230여년에 걸쳐 이어온 가업을 더욱 발전시켜 점점 잊혀져 가는 전통도예문화가 되살아 날수 있는 불씨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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