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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반복되는 재벌 갑질, 그들은 왜 갑질하나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8.05.0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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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초가 대한항공, 삼남매 갑질 논란에 탈세 의혹까지
뉴욕타임즈 “부하 직원이나 하도급 업자를 대하는 행태” 지적

(시사매거진241호=신혜영 기자) ‘맷값 폭행’, ‘치즈통행세’, ‘땅콩 회항’, ‘물벼락’. 이 단어들 하면 자연스레 따라 붙는 말이 있다. 바로 ‘갑질’이다. 지난 4월 13일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구었던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이 논란이 되면서 그동안 행해졌던 재벌들의 갑질 행태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문제가 지적되고 해가 바뀌어도 바뀌지 그들의 갑질은 왜 계속 이어져 오는 것일까. 외신들은 한국의 이번 갑질에 대해 앞 다퉈 상세히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재벌(chaebol)과 갑질(gapjil)이라는 단어를 소개하면서 봉건시대 영주처럼 부하 직원이나 하도급 업자를 대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대한민국의 갑질 논란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출처_뉴시스)

조현민, 물벼락 갑질은 빙산의 일각
지난 4월 12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갑질을 했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 전무는 지난달 대한항공의 광고대행을 맡고 있는 업체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언성을 높이며 물이 든 컵을 회의실 바닥으로 던지는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조 전무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팀장 얼굴에 물을 뿌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물론, 대한항공 측은 물이 든 컵을 회의실 바닥으로 던져 물이 튄 것일 뿐 이 같은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이 같은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언성을 높이고 물이 든 컵을 바닥에 내던지는 등의 행동은 네테즌들의 질타를 받았다. 재벌이라는 이유만으로, 또 상사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대하는 조 전무의 태도는 갑질의 행태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 전무의 이런 만행은 이번만은 아니었나보다. 조 전무의 물벼락 사건이 터지고 그동안 그가 저질렀던 갑질 폭로글이 봇물 터지듯 인터넷상에 올라왔다. 일명 ‘조현민 만행리스트’가 작성된 것이다. 인터넷상에 올라온 폭로글에 따르면 평소 소속 부서 팀장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일삼았다는 주장부터 공정한 인사 발령 기준 없이 1년에 3~4번 팀장급 직원을 바꾸는 인사 전횡을 주도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일화를 소개하면 약속에 먼저온 A 광고 대행사 사장이 자리에 앉아서 대기하자 나중에 도착한 조 전무가 “광고주가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자리에 서서 기다리지 않고 앉아있다”며 “을이 갑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갑질을 했다고 한다.
폭로된 글 중에는 조 전무가 자신보다 연장자에게 폭언을 일삼았다는 내용이 많다. 이로 인해 회사를 떠난 직원들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회의를 하면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가지고 있는 물건 등을 던지는 상황도 자주 목격됐다는 폭로글도 올라왔다.
물론 사실 여부가 판명된 글은 아니라 100%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얘기가 떠돌고 있다는 건 그간 조 전무의 갑질이 예전부터 있어왔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로 광고업계에서 일하는 이들이 조 전무에 대해 ‘평판이 좋지는 않다’라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광고 대행 관계자는 “광고 대행사 중에 대한항공과 거래를 안 한다고 선언한 기업도 있을 정도”라며 “조 전무의 갑질 사례가 자주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급기야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게시판에는 ‘대한항공 조현민의 갑질을 엄중 처벌해야 합니다’라는 글을 올라오기도 했다.
파장이 커지고 사태가 심각해지자 조 전무는 회의에 참석한 광고대행사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문자를 보내 당시 행동에 대해 사과를 했지만, 과거 그가 했던 갑질이 연이어 폭로되면서 조 전무는 SNS에 공개적으로 사과글을 게재했다. 그는 “저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받고 피해를 입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라며 “한 분 한 분께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면서 “업무에 대한 열정에 집중하다 보니 경솔한 언행과 행동을 자제하지 못했고 이로 인하여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리게 되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앞으로 법적인 책임을 다할 것이며 어떠한 사회적 비난도 달게 받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과글이 공개되고 파장은 더욱 거세졌다. 알맹이가 없는 사과문이란 지적이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전혀 없고 업무에 대한 열정이라는 변명을 놓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 전무가 욕설을 내뱉는 4분20초 분량의 녹취록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지난달 대한항공의 광고대행을 맡고 있는 업체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언성을 높이며 물이 든 컵을 회의실 바닥으로 던지는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_뉴시스)

만연한 한진그룹 총수 일가 갑질 횡포…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한진그룹의 이미지가 추락할 대로 추락하고 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횡포가 연이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조현태 뺑소니사건, 2014년 조현아 ‘땅콩회항 사건’, 2018년 4월 12일 조현민 ‘물벼락 사건’, 그리고 4월 19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어머니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까지. 그런데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의 역사는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둘째 조현태 대한항공 사장에 대한 갑질이다.
2015년 1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알려진 조현태 갑질은 상상을 초월한다. 방송 내용에 따르면 2000년 조 사장이 교통법규를 위반한 뒤 단속 경찰관을 치고 뺑소니치다 뒤쫓아 온 시민들에 의해 붙잡힌 사건을 폭로했고, 1999년에도 뺑소니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2005년에는 70대 할머니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고, 2012년에는 인하대학교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갑질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건 조현민의 언니의 ‘조현아 땅콩회항 사건’이다.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지난 2014년 12월 5일 뉴욕발 대한항공 1등석에서 마카다미아를 봉지 째 가져다준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난동을 부린 데 이어,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 중이던 항공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인 사무장을 하기(下機)시키면서 국내외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대한항공이 삼남매의 갑질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그들의 모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까지 갑질 논란에 휩싸이자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지난 4월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2013년 실시된 조양호 한진 그룹 회장의 자택 리모델링 공사에서 한 여성이 작업자들에게 욕을 하는 목소리가 공개됐다.
해당 여성은 작업자들을 향해 “세트로 다 잘라버려야 해. 잘라. 아우 저 거지같은 놈. 이 XX야. 저 XX놈의 XX. 나가”라고 고함과 욕설을 퍼 붙고 있었다. 그 여성은 이어 화가 풀리지 않는지 “나가. 나가. 야. 야. 나가”라고 고함을 쳤다.
이 이사장이 폭행을 가했다는 증언도 일부 언론에 공개됐다. 다른 제보자로 추정되는 인물은 자택 공사 당시 이 이사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릎을 앞에다 꿇리고 갑자기 따귀를 확 때렸는데, 직원이 고개를 뒤로 해서 피했다”며 “그랬더니 더 화가 나서 막 소리를 지르면서 무릎 꿇은 무릎을 걷어찼다”고 말했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공황장애 등을 호소한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4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대한항공 3세 갑질 비행(非行) 처벌 촉구 정의당 심상정-전국공공운수노조 공동기자회견을 마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12월 5일 뉴욕발 대한항공 1등석에서 마카다미아를 봉지 째 가져다준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난동을 부린 데 이어,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 중이던 항공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인 사무장을 하기(下機)시키면서 국내외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_뉴시스)

사면초가 대한항공, 갑질에 이어 탈세 의혹까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19일 대한항공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20분부터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6층의 조 전무의 사무실 및 마케팅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조 전무의 업무용 및 개인용 휴대전화 2대와 회의에 참석했던 대한항공 임원의 휴대전화 등 총 4대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한항공 본사에서 발생한 폭행사건 의혹과 관련해 관계자에 대한 말맞추기, 회유, 협박 시도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은 탈세 의혹에까지 이어졌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이 이제는 한진 오너 일가 전체에 대한 비판 여론 확산으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탈세 의혹은 대한항공 직원이 폭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 현직 직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지난 4월 15일 ‘절세의 제왕’이라는 글을 올렸다. 글에는 총수 일가 여성들이 못 말릴 정도로 명품을 사랑하고 해외에 나갈 때마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쇼핑을 즐긴다는 내용이다. 또 “총수 일가 여성들은 쇼핑을 즐긴 후 해당 국가 대한항공 지점에 쇼핑한 물건을 던지면 직원들이 쇼핑품목을 관세 부과 없이 평창동 자택까지 안전하게 배달한다”라고 폭로했다. 사실이라면 관세법 위반 행위가 만연됐다고 볼 수 있다. 현행법상 여행자들이 출국 시 구매한 면세 물품과 외국 현지에서 구매한 물품 합산 가격이 600달러 이상을 초과할 경우 세관에 내역을 신고하고 관세를 내야 하지만 대한항공 총수 일가는 이런 과정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얘기다.
또 조 전무의 진에어 등기이사 불법 재직 논란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즉시 감사에 착수한다고 18일 밝혔다. 외국인은 등기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한 항공사업법을 위반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조현민 전무 재직 당시 두 차례의 대표이사 변경 건(2013년 3월20일, 2016년 2월18일), 한 차례의 사업범위 변경 건(2013년 10월8일)에 대한 심사 시 법인등기사항증명서를 통해 조현민 전무가 외국인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담당과인 항공산업과가 제도상 지도·감독에 한계가 있었다고 사실과 다르게 발표하는 등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했다”며 “그동안 변경심사 과정에서 법인등기사항증명서를 왜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재벌들의 갑질은 현재진행형
최근 조 전문의 갑질이 논란이 되면서 과거 있었던 재벌들의 갑질도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SK家 2세 최철원 전 M&M 사장의 이른바 ‘맷값 폭행 사건’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호식이 두 마리치킨 최호식 회장의 ‘성폭행’,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의 ‘경비원폭행’과 ‘치즈통행세’ 등 그간 불거진 금수저들의 갑질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차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 M&M 전 대표는 지난 2010년 11월 28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의 ‘믿기지 않는 구타사건-방망이 한 대에 100만 원’을 통해 알려졌다. 최철원 전 대표가 화물연대 소속 탱크로리 운전기사 유모(52) 씨를 알루미늄 야구 방망이로 10여 차례 구타한 사실을 방송한 것이다. 

“치즈통행세‘를 만든 미스터피자는 피자치즈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당시 정우현 회장의 친인척이 관여한 업체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피자치즈를 정상가보다 비싸게 공급한 혐의를 받고 검찰에서 수사를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에는 경비원을 폭행하며 또 다시 갑질논란에 휩싸였다.


2016년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은 운전기사에게 약 140장의 매뉴얼을 주고 이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폭언과 폭행을 한 사실이 폭로됐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아들 김동선 씨도 지난해 9월 한 술집에서 대형 로펌의 신입 변호사 11명과 술을 마시던 중 변호사들의 뺨을 때린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은 재벌들의 갑질에 대해 “기업 오너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구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박형준 교수는 JTBC 썰전에 출연해 “재벌 3세의 경우 외국유학, 온실에서 자라니까 전투력, 기업가 정신이 약해지고 오너 체질만 강해진다”고 말했다.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경영권의 세습으로 인해 경영 가치관, 기업 윤리 등의 기본적 자질이 뒷받침되지 않아서다”라고 말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19일 대한항공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조 전무의 업무용 및 개인용 휴대전화 2대와 회의에 참석했던 대한항공 임원의 휴대전화 등 총 4대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사진_뉴시스)

외신들, 조현민 갑질 상세 보도…‘갑질’, ‘재벌’ 단어 소개
해외언론들의 관심도 한국 재벌들의 갑질 논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은 19일 경찰이 조 전무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사실을 상세히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조 전무가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대한항공이 추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처음엔 땅콩 분노, 이제는 물 분노(First nut rage, Now water rage)”라면서 지난 2014년 12월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활주로로 향하던 뉴욕발 서울행 대한항공 여객기를 되돌려 세운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회황’ 사건을 상세하게 다시 설명하기도 했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도 조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상기시키면서 경찰이 조 전무의 물벼락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대한항공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사실을 보도했다.
앞서 13일 뉴욕타임스(NYT)는 ‘재벌(chaebol)’과 ‘갑질(gapjil)’이라는 단어를 소개하면서 한국 재벌의 특권 의식을 지적했다. NYT는 “조 전무가 광고대행사 간부에 폭언을 하고 물을 뿌린 행위는 한국인들이 ‘갑질’이라 부르는 행위의 대표적 사례”라고 전했다. NYT는 갑질을 “봉건 영주처럼 행동하는 기업 임원이 부하나 하청업자를 학대하는 행위”라고 표현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지난 12일 ‘대한항공 또 파워하라 소동…땅콩 사건의 여동생’이라는 제목으로 사건을 보도했다. 파워하라는 힘(power)과 괴롭힘(harassment)을 조합한 것으로 상사가 부하를 괴롭히는 것을 의미하는 일본식 조어다.
 

재벌들의 갑질, 그들의 처벌은?
최근 들어 대기업의 횡포는 ‘노예 관계’라는 말이 나올 만큼 유난히 심하다. 이 관계는 지금껏 대한민국을 지배해왔고 이제는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반복되는 오너들의 ‘갑질’ 논란 횡포가 끊이지 않고 신문지상을 채우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배려가 실종되고 예의가 바닥에 떨어지고 돈이면 다되는 가진자의 폭행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질을 한 재벌들이 받는 처벌은 미약하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땅콩회항 사건으로 법원 1심에서 실형까지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 얼마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은 벌금 300만 원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업무에서 배제하고 본사 대기 발령 중인 조 전무는 특수폭행혐의 적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조 전무에게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 중이다.  조 전무가 유리컵을 사람을 향해 던졌다면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특수폭행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일각에선 오너 일가의 갑질 행위 이후 불기소 처분되는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아들 김동선 씨도 지난해 9월 한 술집에서 대형 로펌의 신입 변호사 11명과 술을 마시던 중 변호사들의 뺨을 때린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김 씨는 폭행 및 모욕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 됐기 때문이다.
 

사회불평등 문제이자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그대로 반영된 것
재벌가의 갑질 만행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갑질 문화’와 그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은 그들의 흉흉한 횡포는 갑질이란 한 단어로 함축되어 성숙되지 못한 사회의 한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갑질은 단순히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불평등의 문제이자 우리나라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학력으로 인한 차별, 사회적 지위의 차이로 인한 차별, 남녀 차별, 직업차별, 직급차별, 연령에 따른 차별, 동남아 등 비교적 가난한 이들에 대한 차별, 노약자 차별, 학교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차별,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등 우리 사회 속에 있는 온갖 차별들이 갑질을 더욱더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다.
현실적으로 갑을관계가 완전히 해결되기란 어려울 것이다. 완전한 평등관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을 생각해보면 갑의 지위에 있기만 하면 나중에 어찌되든 간에 우선 휘두르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갑을간 차별은 법으로도 해결이 어렵다. 야당에서 갑을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세운 ‘을지로 위원회’가 있는데 오히려 갑으로 행세를 한다고 한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우리는 왜 갑이 되려고 그렇게 발악을 하는 것인가. 결국 권력에 대한 것 아닐까. 우리 사회에서는 신분제라는 이름만 안 쓸 뿐 사실상 신분제 사회가 되어가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비리를 저지른 수많은 기업인들도 툭하면 사면을 받는다.
어떤 종류의 갈등이 생기게 되면 한국에서는 정의보다 돈 있는 자들과 권력 있는 자들, 혹은 깡패 같은 조폭들이 이기기 때문이다. 이런 혼탁한 사회에서 갑이 되고자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인지상정일까 싶다. 이제는 정의와 도덕이라는 관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익을 나누는 성장과 혁신 차원에서도 갑을관계의 타파를 생각해야 할 때다.

신혜영 기자  gosisashy@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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