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하루가 아쉬워 잠이 오지 않을 때, 당신의 책장 앞으로 가세요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추운 겨울밤, 늦은 시간까지 잠들지 못한 채 이불 속에서 뒹굴 거리고 있다면, 큰맘 먹고 이불 밖으로 나와 당신의 책장 앞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 책장에는 당신의 멍든 가슴을 위로하고 시린 살갗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다정한 책들이 꽂혀 있다. 긴 밤 당신의 마음을 헤아려줄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린다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당신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는 책을 만나보자.

《책장의 위로》는 잠 못 드는 당신을 망설임 없이 책장 앞으로 달려가게 하는 매력적인 독서에세이다. 이 책은 잠들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에 따라 그때그때 읽으면 좋을 서른일곱 권의 책을 소개한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나를 외롭게 할 때’,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고 싶을 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싶을 때’ 등, 사랑의 상처로 인한 불면을 해결하고 싶을 때는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인간이 싫어질 때’,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 하고 싶을 때’, ‘아무 이유 없이 집에 들어가기 싫은 날’ 등, 도시의 외로움과 피로감이 나를 덮쳐올 때는 어떤 책이 좋을까? ‘세상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을 때’, ‘두꺼운 추억이 필요한 날’ 등, 혼자인 기분 때문에 울적해질 때는 어떤 책을 찾아야 할까?

《월요일의 문장들》, 《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 등, 직장인으로서, 도시생활자로서의 삶에 견딜힘을 주었던 책들에 관한 에세이를 쓴 저자 조안나 작가는 자타공인 최고의 독서광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동안 현실 세계보다 책 속 세계에 의지해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마음의 온도를 높여줄 독서 처방전을 꺼내놓는다. 도시의 고독과 피로감, 그리고 사랑의 허무에 몸부림치던 저자가, 다른 존재도 아닌 오직 책으로부터 얻은 여러 ‘느낌’을 읽고 나면,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책장의 위로가 스며듦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읽다 보면 혼자가 아닌 날이 많았다!”

당신의 긴 밤을 위로하는 독서 처방전

이 책 《책장의 위로》를 읽다 보면, 평범한 독서에세이를 읽는 느낌보다는 이 시대를 사는 평범한 한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그 이유는 아마 한 권 한 권 삶에 새겨놓는 듯한 저자의 독서 방식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깊이 들어올 수 있는지, 또 흘려보내는 책읽기가 아닌 내 안에 새기듯 저장하는 책읽기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유 때문에 이 책이 꺼내드는 독서 처방전은 더욱 섹시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애인이 있어도 외로운 밤, 다른 사랑을 꿈꾸게 되는 밤에는 책장에서 ‘우아한 불륜이야기’ 《늦어도 11월에는》을 꺼낸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나를 더 외롭게 하거나 특별하다 믿었던 내 사랑이 평범해지는 것 같아 슬픔 밤, 머리맡에 두고 비스듬히 누워 읽으면 내 사랑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끝나버린 사랑이 사무치게 그리운 밤에는 ‘슬플 때 즐겨 읽는 절망의 결정체’라고 이름붙인 김경미의 시집 《쉬잇, 나의 세컨드는》을 펼친다.

“일요일 없는 노동만큼 지독한 것이 ‘싸움 없는 사랑’이라는 걸 그땐 왜 몰랐을까. 이런 흔한 후회가 들도록 만드는 시집을 읽고 마음껏 자책하고 있다. 이런 상처와 슬픔을 자주 만나도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책이다.”

왠지 모르게 삐뚤어지고 싶은 날, 연속적인 삶에 염증이 느껴질 때에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이 제격이라고 말한다.

“한 번뿐이라 더 소중한 내 인생, 뜨겁게 불태우다 가고 싶은데 생각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 사강의 비행非行 에세이를 잠들기 전 읽어주면 다음 날 반항아처럼 지각도 해보고 혼자 점심을 먹는 만행(!)도 저질러보게 된다.”

몸은 피곤한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아무 생각 없이 카뮈의 《이방인》을 읽는다.

“당신도 이방인. 나도 이방인. 세상은 아닌 것처럼 연기하고 있지만 결국 또 다른‘현재’에게 자리를 내 주어야 하는 이방인이다. … 그저, ‘이해할 수 없음’을 이해하며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앞에 두고 그를 마시다 보면 저절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저자는 자신의 일상 곳곳에 책을 심어놓고, 그로부터 삶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이 기록을 통해 독자들에게도 그 위로가 전달되기를 바란다.

이 책 《책장의 위로》를 다 읽고 나면 당신의 독서노트에는 서른일곱 권의 읽어야 할 책 리스트가 쌓일 것이다. 늦은 밤, 저마다의 이유로 잠들지 못할 때 한 권씩 꺼내 읽으면 좋을 책, 건드리면 톡 하고 터져버릴 것 같은 마음을 한없이 쓰다듬어주는 그런 책 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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