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성공을 위한 수단이 지식의 유일한 존재 의의일까? 지식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하기 위해 존재한다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노예해방을 위한 전쟁의 불씨가 되었고, <사회계약론>은 혁명의 시대에 사람들이 알아야 할 지침서로 자리매김했다. 근대 유럽의 어두운 현실이 마르크스로 하여금 <자본론>이라는 시대의 명저를 써내려가게 만들었고, <오리엔탈리즘>은 편견에 갖혀 있던 서구인들을에게 침략에 대한 반성을 불러일으켰다. <레 미제라블>이 혁명의 사회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면, <혁명의 시대>는 혁명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꼼꼼히 분석해준다. 한 권의 책 속에는 그 책을 태어나게 한 시대와 사건 그리고 그 책이 변화시킨 역사의 물결이 오롯이 녹아 있다. 그리고 책과 책이 만들어내는 지식은 그저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닌, 인간다운 삶을 위한 교양을 태어나게 한다. 이 책, <지식과 교양>은 인류 역사에 남을 고전 30권을 선정하여 그 책이 태어난 배경과 영향, 우리가 그 속에서 배우고 남겨야 할 것들을 명쾌하게 밝혀낸다. 저자가 보여주는 책 속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분명 예전보다는 더 자유로워진, 예전보다는 더 인간다워진, 그래서 더욱 더 많은 미래를 향해 열려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을 이해하는 독서, 인간을 변화시키는 독서!

지식은 인간을 이해하게 하지만, 교양은 우리를 인간의 길로 이끈다!

부와 명성, 권력이라는 성공에 탐닉해 세상이 삐걱거리고 있다. 미투운동도, 갑질논란도, 묻지마 범죄와 부정부패, 이윤을 위해 사람을 버리는 무한 경쟁의 기업사회까지도 모두 우리가 인간다움을 잃은 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이 사는 목적은 그것만이 아닐텐데, 우리 모두 성공이 아닌 다른 목적을 향해 눈을 돌리는 법을 잃어버렸다. 심지어 인간마저 성공의 수단이 되는 지금, 지식은 더욱 유용한 성공의 수단이 되어 우리를 더 많은 지식, 더 필요한 지식이라는 무의미한 경쟁 속에 빠져들게 한다.

특히 인터넷의 시대를 지나 주체하지 못할 만큼 지식이 넘쳐나는 지금, 우리는 지식의 실용성에만 눈을 돌리기 쉽다. 우리는 지식으로 기술을 쌓고, 그 기술로 부를 달성한다. 때로는 지식에서 정보를 얻고, 그 정보로 남들을 앞서가려 한다. 그리고 그렇게 달성한 자신의 부와 편리함을 보며 남들에 비해 성공했다고 자부한다. 이럴 때 우리는 그저 지식이라는 연료로 성공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기계와 별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칸트가 말했듯, 인간은 결코 수단이 될 수 없다. 지식을 쌓는 목적 역시 돈을 벌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렇게 모인 지식은 그저 돈벌이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오히려 지식은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해야 하며, 그럴 때 지식은 더 나은 세상을 이끄는 긍정적인 수단이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지식의 교양화다.

책은 지식을, 지식은 교양을 만든다. 지식은 우리가 인간을 이해하게 하며, 교양은 우리가 인간의 길을 걷도록 이끈다. 인간이라는 나무! 인격을 뿌리 삼아 자라는 나무가 인간성의 가지를 뻗으면, 그 가지 끝에서는 존엄성이라는 열매가 태어난다. 그리고 나무는 모여 숲을 이룬다.

2500년 인류 역사에 남은 고전에서 찾아낸 절대 지식의 향연

지식은 교양을, 교양은 인간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지식을 쌓고, 또 교양을 이루어나갈 수 있을까? 그 방법은 앞에서 말했듯 독서이지만, 그것도 무작위한 독서가 아닌, 필독서 중심의 독서다. 저자는 이를 위해 결코 짧지 않은 인류의 역사와 검증을 견뎌낸 고전들을 그 대상으로 택하였다. 실제로 인간에게 영향을 주고, 인간을 변화시킨 책들. 그 과정에서 다른 책들을 물리치고 고전으로 남은 책들은 어느 누가 읽든 교양을 키워줄 거라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저자의 생각에 따르면, 고전은 고전 혼자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고전에는 그 고전을 태어나게 한 역사가 존재한다. 시대상황과 무관한 고전이란 있을 수가 없다. 그렇게 생긴 고전은 다른 고전에 영향을 주고, 새로운 고전을 태어나게 한다. 마치 사람이 서로 어울려 살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듯, 고전 역시 서로 만나 마치 축제와도 같은 향연을 만들어낸다.

책은 결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사람이 어울려 살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듯, 책 역시 서로 만나 마치 축제와도 같은 향연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향연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이겨내 오롯이 돋보이는 책을 우리는 고전이라 부른다. 이 책은 고전에 관한 책이지만, 고전을 태어나게 한 역사적 배경과 사건 그리고 책과 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고전을 태어나게 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면 저자가 보여주는 길은 문명이라는 거대한 숲을 거닐 수 있게 해주는 세밀하면서 아름다운 산책로다. 이 산책로를 거닐다 보면, 분명 예전보다는 더 자유로워진, 예전보다는 더 인간다워진, 그래서 더욱 더 많은 미래를 향해 열려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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