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들은 어떤 모습일까? 그들이 우리를 발견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단순한 물음은 20세기 과학계의 거장 가운데 한 사람인 엔리코 페르미가 던진 질문이다. 이 간단한 질문은 외계 생명체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매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동안 우리는 뉴스, 영화, 소설, 목격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외계인을 확인하곤 했다. 하지만 정작 과학자들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외계인’의 실체를 명확하게 확신하지는 못한다. 왜 그런 걸까? 외계인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우리는 여기서 우리 눈에 익숙한 ‘외계인’과 실제로 과학자들이 찾으려 노력하는 ‘외계생명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많은 과학자가 지구 너머의 생명체를 찾기 위해서 오랜 시간 지식을 축적해왔다. 지구와 닮은 행성을 찾으려 노력하고, 우주에서 오는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를 하고 있다. 물론 이런 모든 것들은 우리가 가진 인간중심적인 시각을 전제로 한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아는 형태의 생명체만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무엇을 찾고 있는가?

어쩌면 우리가 우주에서 생명체를 찾는 데 꼭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생명체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인간과 유사해야 생명체라고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생명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그 옛날 37억 년에 전에 생긴 미세한 단세포를 찾으려는 것인가? 그도 아니면 인간은 전혀 알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그 무엇인가?

SF 영화나 목격자들의 경험담 속 외계인은 인류와 유사한 외형에 뛰어난 과학적 능력을 가진 존재이거나, 독특한 모습에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다면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 지구로 올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말 그런 외계인이 존재할까? 아니라면 우리가 찾는 외계생명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우리 인류는 아직 지구에 생명체가 어떻게 생겨나고 발달해왔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생명이 혜성을 타고 우주에서 왔다는 범종설과 행성 간 물질 교환설에서 말하는 것처럼 지구에 씨가 뿌려졌을까? 아니면, 간단한 유기 화합물이 화학적인 과정을 거쳐 지구에 자연적으로 발생했을까? 우리는 생명체로의 전이가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르며, 어떤 이유로 생명체가 시작되었는지도 아직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의 다른 곳에 우리 아닌 다른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아닌지 확실히 알 수 없다.

생명체에 관한 모든 것

《지구 밖 생명을 묻는다》는 심리학과 물리학, 신경과학에서 우주생물학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사람들을 모아, 총 19개의 주제로 외계생명체에 대한 모든 면을 다룬 책이다. 이들은 각각의 주제에 대해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우리가 가질 법한 의문점들에 대해 답을 제시하고 있다.

제1장에서는 영국 왕립 천문학자이자 우주학자인 마틴 리스가 우주 안에서의 우리 위치를 주제로, 언젠가 먼 미래에 우리 자신이 우주의 ‘외계인’이 될 가능성을 예측해본다.

제2장은 우주생물학자 루이스 다트넬이 외계인 침공이 우리가 아는 것처럼 인류의 종말이 될 것인지, 서로를 궁금해 하는 평화적인 문명 간의 만남이 될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제3장은 과학방송 진행자인 댈러스 캠벨이 FBI 댈러스 지부요원의 생생한 로스웰 이야기, 제51구역 그리고 외계인 납치 같은, 외계인과 외계인 목격에 우리가 가지게 된 집착의 역사를 재미있게 설명한다.

제4장은 인지 신경과학과 인공지능 전문가인 아닐 세스가 외계 지능과 우리의 지능이 어떻게 다를지를 탐구해본다.

제5장은 심리학자이자 초자연적 믿음과 경험을 가르치는 교수 크리스 프렌치가 외계 생명체와의 근접조우가 심리학적 현상임을 설명한다.

제6장은 NASA의 우주생물학자 크리스 매케이가 무엇이 생명 구성요소가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본다.

제7장은 우주 과학자 모니카 그래디가 우리의 첫 번째 기착지인 가장 가까운 이웃 화성을 탐구하고,

제8장은 행성지질학자 루이자 프레스턴이 태양계 외행성들, 특히 거대한 가스행성인 목성과 토성으로 우리를 이끈다.

제9장은 유명한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가 상상력이 만들어낸 외계 생명체 모습의 일부를 소개한다.

제10장은 화학자 앤드리어 셀라가 기본으로 들어가 모든 생물학적 현상의 핵심인 화학반응을 살펴본다.

제11장은 생화학자 닉 레인이 지구상의 생명체 기원에 대해 살펴본다.

제12장은 분자유전학자 존조 맥패든이 양자역학이 생명의 발생 속도를 빠르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가정한다.

제13장은 이론물리학자 폴 데이비스가 더 넓은 우주론적 관점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살펴봤다.

제14장은 동물학자 매튜 콥이 지금까지 제기된 낙관론에 진지한 반론을 제기한다.

제15장은 유전학자이자 방송진행자인 애덤 러더퍼드가 영화에서 묘사된 외계인들을 탐구한다.

제16장은 우주생물학자 나탈리 카브롤은 외계인 탐사에 대한 내부자의 관점을 보여준다.

제17장은 MIT 천문학자인 새라 시거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무엇이 가능한지 살펴본다.

제18장은 우주물리학자 지오바나 티네티가 분광분석법이라는 기술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마지막 제19장은 현 SETI 연구소장인 천문학자 세스 쇼스택이 집필했다.

짐 알칼릴리(영국 서리대학교 이론물리학 교수)가 기획하고 과학자들의 글을 엮어서 만든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우리 존재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 이제 막 모험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는 외계인에 대해 생각을 시작으로, 우리 존재에 대한 가장 심오한 질문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반가운 것은 이런 질문이 더 이상 신학자와 철학자의 고유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진지한 과학자들이 이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인류에게는 고무적인 일인지도 모른다.

천문학자이자 과학책방 갈다의 대표인 이명현은 이 책을 추천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특별하다. 외계인의 문명신호 포착이 가까운 미래의 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외계인이 있는지 없는지 따지는 단순한 논쟁을 넘어서 왜 우리가 외계인을 탐색하는지 그것은 가능한 일인지, 가능하다면 언제쯤이 될지에 대해서 질문을 비껴가지 않고 현시점에서의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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