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사람들 덕분에 ‘웃을 수’ 있었던, 현대사 속 유의미한 웃음들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웃는 것은 쉽지만, 웃기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많은 사람을 웃길 수 있게 만드는 아이디어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웃음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우스운 ‘웃음’은, 그냥 ‘웃음’은 없다. ‘우리는 웃음을 위해 이 땅에 태어났다’를 좌우명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의 무한한 노력을 통해 웃음은 비로소 세상에 나온다."

대한민국 유머의 역사를 폭넓게 파헤치다!
크고 작게 시대를 담았던 그때 그 웃음들

사람으로 가득 찬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말고는 눈 둘 곳이 없을 때, 혼자 자취방에서 배달음식 시켜 먹을 때, 모처럼 거실에 모여 앉은 가족들이 어색해할 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피식거리고 싶을 때. 예능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은 매우 다르지만 모두 같은 목적을 공유한다. 짧게라도 조금이라도 ‘웃기’ 위해서.

화면 속 온갖 끼를 선보이는 연예인과 화면 밖에서 기획과 촬영, 편집을 담당하는 사람들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예능인들이 우리가 찾는 ‘웃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웃음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대의 일상과 함께해왔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근현대를 훑어보며 최초로 등장한 코미디의 유래부터 현재 예능의 현주소인 프로그램들까지 시대별로 읽어나간다. 예능인들이 만드는 코미디는 TV와 무대라는 형식을 통해 우리를 만나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적 현실과 정치적 사건, 제작자들의 의도들이 숨어 있다. 책은 근현대사와 문화사에 집중하면서도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고 듣지 못했던 방송사(史) 이야기를 구석구석에 채워 넣었다. 작가의 사회문화적 시선과 예능적 입담을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현대의 신명나는 웃음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신파극부터 어젯밤 토크쇼까지

문득 떠올려보고 웃으며 공감하는 예능사 이야기

책은 배우 아닌 변사로 흥행이 만들어졌던 일제강점기 극장에서부터, 모든 방송을 생중계처럼 목소리를 내보내야 했던 라디오방송국의 사연, 컬러TV 보급이 늦어졌던 이유와 희대의 개그맨 이주일이 갑자기 일체 방송을 하지 못하게 됐던 뒷이야기까지 예능사와 각 시대의 사건들을 넓게 펼쳐놓는다. 각 장마다 아빠인 작가가 딸에게 들려주는 시대적 잡담은 당대를 간단하고 쉽게 정리해볼 수 있도록, 이어지는 예능가 이야기와 잘 어울려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직 방송작가인 저자의 경험들은 마치 견학 온 듯 방송가의 모습을 책에 세세하게 그려낸다. 우리는 책을 통해 어릴 적 머리를 맞대고 보던 코미디언을 추억하고, 오늘 저녁에 방송될 개그 프로그램이 더 즐거워지는 방법을 얻는다. 80년대 <유머1번지>의 ‘반갑구만, 반가워요’ 유행어를 지금의 10대와 나누고, 교양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이 서로의 장점을 옮아가는 요즘의 흐름까지 읽어낸다. 오랜 시간 도도하게 흐르고 있는 대한민국 웃음의 변천과 예능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재미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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