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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하면서도 모르는 언어폭력, 어떻게 알아차리고 대처할 것인가 <언어폭력>영혼을 파괴하는 폭력에 맞서는 법
  • 최유경 기자
  • 승인 2018.04.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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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최유경 기자] 그 사람과 대화할 때마다 “당신은 현실을 잘못 이해하고 있어!” “당신의 감정은 잘못됐어!”라는 이야기를 미묘하게 혹은 대놓고 들어왔다면 당신은 “나의 말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걸까? 어떻게 하면 그에게 내 생각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느라 많은 시간을 쏟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이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신은 그저 언어폭력을 당했을 뿐이다.

『언어폭력』은 40명의 언어폭력 피해 여성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묘한 언어폭력과 심리 조종을 인식하게 하고 대처 방법을 모색하는 책이다. 1부에서는 체크리스트를 통해 언어폭력을 당하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피해자의 경험과 느낌, 언어폭력의 주요 패턴을 살펴본다. 2부에서는 언어폭력 유형별 특징과 대처 방법, 치료사를 위한 조언, 아이들과 언어폭력에 대해서 알아본다.

“그 사람은 그냥 한 말일 텐데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은 걸까?”

그 이유는 당신이 언어폭력을 당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타인을 밟고 올라서는 행위나 다른 사람을 이기려 들고, 깎아내리고, 반박하고, 조종하고, 비난하고, 강압하며 겁주는 행위를 당연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이렇듯 언어폭력은 사회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지만 자신이 언어폭력을 당하고 있는지 알아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상대를 비하하는 말을 하는 것이 언어폭력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바보’, ‘멍청이’, ‘나쁜 ×’과 같은 욕은 가장 알아차리기 쉬운 형태의 언어폭력이다. 그러나 욕과 달리 애매한 형태를 띤 언어폭력도 존재하는데, 이러한 폭력은 인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게다가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지 않다’고 불쾌한 의사를 드러내도 ‘장난인데 왜 진지하게 받아들이느냐’며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당하기 일쑤다.

이 책은 40명의 언어폭력 피해 여성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묘한 언어폭력과 심리 조종을 인식하게 하고 대처 방법을 모색하는 책이다. 언어폭력을 주제로 많은 책을 저술하고,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언어폭력에 대해 이야기한 저자 퍼트리샤 에반스는 “은밀한 언어폭력은 그 속성상 보이지 않게 상대방을 망가뜨리며, 비밀스럽게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상대에게 원치 않는 일을 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런 식으로 학대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구체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이 언어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외적 권력과 내면의 힘, 피해자의 경험, 언어폭력의 유형과 대처 방법 등 우리가 폭력을 알아채고 벗어날 수 있도록 언어폭력에 대해 낱낱이 파헤친다.

“여자라서 언어폭력을 당하는 걸까?”

언어폭력은 ‘성별’이 아닌 ‘권력 관계’에서 오는 문제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사례에서 피해자는 여자다. 최근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미투운동을 통해 성폭력 피해를 고백한 대다수도 여성이다. 따라서 이러한 폭력들이 성별에서 오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권력 관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투운동을 통해 성폭력 피해를 고백한 한 피해자는 인터뷰에서 가해자와의 권력  관계 때문에 성폭력을 당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도 가부장적인 문화와 제도 안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대다수가 남성이기 때문에 가해자가 남자인 경우가 많은 것일 뿐, 모든 폭력은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여자가 가해자, 남자가 피해자인 경우도 존재한다. 언어폭력 역시 권력 관계 때문에 발생한다. 가해자들은 타인을 지배하고 통제하며 권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언어폭력을 사용한다. 권력을 휘두름으로써 안전감과 남자로서의 정체성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폭력과는 다르게 언어폭력 피해자는 자신이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도, 그 폭력이 권력의 오남용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폭력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으려고 하며 그를 이해시키기만 하면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폭력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한다. 저자는 가해자가 권력과 지배를 추구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그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찾는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그가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폭력 유형부터 대처 방법, 치료까지…

언어폭력 피해자와 치료사까지 도움받을 수 있는 책!

폭력이 극한으로 치달을 때 피해자들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때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한 이가 언어폭력을 인지하지 못할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이 책에도 언어폭력의 은밀하고도 교묘한 특성을 알지 못하는 일부 치료사로 인해 또다시 상처받은 피해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또 경찰이나 사법 관계자에게 피해자가 폭력 사실을 알렸지만 가해자의 폭력적인 면을 알아차리지 못해 단순한 사랑싸움으로 규정하고 피해자를 다시 위험 속으로 몰아넣은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위험한 상황을 막기 위해 저자는 관심 안 주기, 반박하기, 축소하기, 하찮아 보이게 만들기 등 언어폭력의 종류를 15가지로 세분하여 각각의 특징을 다양한 각도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또한 피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풍부한 사례를 제공함으로써 각 폭력의 유형이 실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 독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하였다. 자신이 피해자인지 확인해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부터 가해자가 자주 하는 말의 유형, 치료사를 위한 조언까지 피해자는 물론 피해자를 지원하는 사람들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언어폭력으로 인한 고통은 신체폭력만큼 크며, 회복하기까지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언어폭력을 신체폭력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언어폭력이 왜 명백한 폭력으로 인식되어야 하는지, 폭력을 멈추기 위한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사회적으로는 어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지 이 책을 통해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최유경 기자  sisamagazine1@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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