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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서대문-마포, 서서울의 역동적인 역사 '서서울에 가면 우리는'《강남의 탄생》의 저자 한종수, 이번엔 서서울이다!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8.04.0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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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지역’이라는 것은 자연 그 자체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특정한 관점에서 분류를 할 때 ‘땅’은 비로소 ‘지역’이 된다. 지역이란 처음부터 경계가 모호하고 가변적인 관념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 책 《서서울에 가면 우리는》은 ‘서서울’을 하나의 지역으로서 제시하는 최초의 책이다. 저자 한종수와 김미경은 은평-서대문-마포를 위시한 서울 서부를 지역의 개념으로 묶어 해당 공간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저자들은 과연 어떤 관점 아래 서서울이라는 공간을 포착해냈을까. 조선시대부터 구한말, 그리고 일제 강점기와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서울은 그 내용은 다를지언정 늘 일관된 가치를 담아왔다. 그것은 바로 ‘변화’와 ‘혁신’이다.

서서울은 조선시대 이래 서울의 관문으로서 중국 대륙의 문물을 가장 빨리 접한 지역이었다.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에는 해양세력이 대륙으로 진출하는 길목으로서 근대적 설비와 기관들이 집중된 곳이었다. 이런 지역의 분위기 아래, 변화를 꿈꾸는 이상가들이 속속 서서울에 터를 잡았다. 엄혹했던 독재 정권 시기에는 정치적 혁신가들이 이곳에 모여들어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도모했고, 밀레니엄을 즈음한 시기에는 문화적 몽상가들이 이곳에서 대안적이고 매력적인 삶을 실험했다. 요컨대 ‘변화’와 ‘혁신’이라는 관점으로 서울을 볼 때, 은평-서대문-마포, 즉 서서울이 자연스레 하나의 지역으로서 포착된다. 이 책은 서서울이라는 공간을 통해 변혁의 역사를 재구성하고, 그러한 통찰을 통해 미래에 다가올 변화를 예비한다.

“책을 펼치자마자 눈을 뗄 수 없었다.

서서울의 과거, 현재, 미래가 재미있는 이야기로 책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

_박원순 서울시장

서서울은 정확히 어디를 가리킬까. 행정구역상으로 보면 은평-서대문-마포 3개 구를 위시해, 종로구, 중구 일부와 경기도 고양 일부를 포함한다(이러한 지역 범위는 역사의 전개에 따라 당연히 유동적이다). 저자 한종수와 김미경은 서서울을 주인공으로 하여, 시간 순서에 따라 연대기적으로 공간의 역사를 기록해나간다. 서울을 도읍으로 한 조선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600여 년의 역사를 담았다.

이 책은 모두 13장의 구성으로, 특히 해방 이후부터의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1~3장까지 조선시대 서서울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다루고, 4~6장은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의 서서울을 다룬다. 책의 절반 이상인 7~13장에서는 해방 이후부터 거의 10년 단위로 챕터를 나누어 세밀하게 서서울의 역사를 살펴본다. 근현대의 비중이 높은 까닭은 그만큼 자료가 많이 남아 있기도 하거니와, 최근 100여 년간 급격한 변화가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서서울은 변화가 밀려오는 가장 첨단의 장소였다. 개화파와 보수파 간의 치열한 밀고 당김 사이에서, 김옥균과 대원군 같은 근대의 걸출한 인물들이 이곳에서 드라마틱하게 명멸해갔다.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절두산(천주교도들의 머리를 자른 산)이 그 소름 끼치는 이름을 가지게 되기도 했다. 저자들은 익숙한 일상 공간들에서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들을 효과적으로 길어낸다. 왜 신촌 일대에 대학들이 밀집해 들어서게 되었을까? 소박한 정거장이던 수색역은 어떻게 일약 조선 최대의 조차장이 되었나? 수많은 독립투사와 민주투사가 투옥되었던 서대문형무소가 서서울에 위치하고, 아울러 ‘민주세력의 요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택 또한 서서울(동교동)에 위치한 아이러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독자들은 변화의 순간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펴보면서 서서울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서서울이 간직한 변화의 모습들은 매우 다양하다. 쓰레기장이었던 난지도의 대변신과 월드컵경기장 건설, 디지털미디어시티 개발 등이 보여주는 변화는 강남의 그것과 유사하다. 서서울의 특별한 점은 단지 그러한 종류의 변화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들은 ‘홍대 앞’이라는 대안적인 공간의 탄생부터 전개, 발전까지 추적한다. 청년들은 이곳에서 그림과 음악, 춤, 문학 등을 실험하며 대안적인 문화를 모색하고 변화를 선도했다. 이는 서울은 물론 한반도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현상으로서, 서서울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다.

“혁신의 시작점에는 항상 서서울이 있었다.”

미래의 창, 서서울

이 책은 저자들의 효과적인 협업으로 탄생했다. 먼저 저자 한종수와 김미경은 각자의 자리에서 사색과 성찰 끝에 ‘서서울’이라는 지역 개념을 이끌어냈다. 이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종수는 각종 자료 조사와 문헌 연구를 통해 저술의 뼈대를 잡았다. 그는 화제작 《강남의 탄생》에도 공저자로서 참여했는데, 서술 대상을 날카롭게 정의하고 방대한 자료의 요점을 간추리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였다. 저자 김미경은 풍부한 현장 경험을 이 책에 유감없이 쏟아 부었다. 그녀는 은평에서 40년 넘게 살면서 서서울의 현장을 오랫동안 지켜봐왔다. 유년시절의 직접체험은 물론, 도시 및 지방행정학 전공의 학문 수련, 그리고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장으로서의 경험까지, 서서울을 다양한 층위에서 접해왔다. 이는 저술에 구체성과 현장성을 효과적으로 부여했다.

서서울은 역사를 선도해왔다. 변화를 이끌고 미래를 선취해왔다. 서서울에 넘실거리는 변혁의 물결은 이내 서울로, 한반도로 퍼져나갔다. 민주주의가 그랬고, 홍대 앞 문화가 그랬다. 서서울이 미래의 현실이라면, 오늘날의 서서울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 수색 역세권 개발 등 통일 한반도를 예비하는 움직임일까? 동교동을 잇는 새로운 정치 세력화의 가능성일까? 아니면 자본에 의해 원주민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디스토피아일까? 어느 쪽이든 분명한 것은 이미 한국의 미래가 서서울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선영 기자  sunneeh@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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