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새로운 정보를 얻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서 온다.”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논고 해제》시리즈 전4권 중 2권이 이야기가있는집에서 출간됐다.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 해제 2. 생각하지 마라, 단지 보라》는 비트겐슈타인 철학 중 가장 까다로운 주제인 진리함수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위대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를 수년 동안 연구해온 조중걸은 최초로 전문 해제집을 집필하였다.

1권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의 본질을 다루는 것으로 시작하여, 2권 ‘생각하지 마라, 단지 보라’는 철학과 실증과학 사이의 확실한 선을 그으며, 철학과 과학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후 출간 예정인 3, 4권에서는 논리형식과 비트겐슈타인의 독창성이 드러나는 명제와 진리함수이론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논고 해제 2. 생각하지 마라, 단지 보라》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은 논증의 타당성 여부를 가리는 유용한 방법으로 진리표를 창안해, 진리함수를 분석해 진리 가능치를 다루고 있다. ‘명제가 세계라는 믿음은 어떤 양식으로 주지될까’에 대한 답변으로 진리함수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명제의 세계와 다른 명제로 표현될 수 없는 세계를 ‘말해질 수 있는 것’, ‘침묵 속에서 지나쳐야 할 것’으로 나눈다. 의미에 닿을 수 없다면 우리는 ‘침묵 속에서 지나쳐야 할 것’을 말해서는 안 된다.

저자 조중걸은 충분한 설명과 다채로운 예증으로 모든 명제를 상술하고 있다. 그의 분석은 치밀하고 선명하고 날카롭다. 망설임이 없이 본질에 파고든다. 또한 그는 매우 풍부한 예증을 들어 논고 명제들을 해제해나간다. 이 해제의 이러한 측면은 조중걸 고유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비유를 통해 많은 설명을 불필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 전문을 최초로 해제하다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의 전문 해제는 꿈도 꿀 수 없다고들 한다. 이 책을 편집하며 때때로 구글을 검색해야 했지만 거기에서도 유의미한 참고 자료를 구할 수는 없었다. 구글에 없다면 어디에 있겠는가?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흥미를 지닌 사람들 혹은 그의 철학을 전공한 모든 철학자가 물론 ‘논고’를 탐구했다. 그러나 논고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해제에 있어 진공상태이다. 특히 결정적인 부분에 있어 그렇다. 여기에서 “난 그렇지 않다”고 말할 사람은 없다. 이것은 왜일까?

이유는 비트겐슈타인에게도 있고, 또 그의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 쪽에도 있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얼음처럼 투명하며 날카롭고 차갑다. 그는 단지 골조만으로 그의 철학을 구성한다. 마치 고딕건축물이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하나하나의 구조를 더해나감에 의해 건축되듯이, 그의 철학 역시 하나하나의 견결하고 냉담한 명제만의 중첩에 의해 전개되어 나간다. 거기에는 어떤 군더더기나 살집이 없다. 예증도 물론 없다. 비트겐슈타인은 물론 전통적인 철학이 다뤄온 모든 주제를 다룬다. 존재론, 인식론, 논리, 윤리학 등. 그러나 그는 골조를 제시하는 가운데 다른 모든 것들을 증발시켜버린다.

이것이 그의 철학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는 구차하지 않다. 읽을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다. 이해해달라고 애원하지 않는다. 우리를 계도하려는 오만도 없다. 그는 스스로에게만 충실하다. 이러한 냉담함이 오만한 것일까? 많은 사람이 그렇게 느낀다. 그러나 한 명의 편집자로서 많은 책을 접해온 나의 입장에서는 그의 철학의 독창성과 그 제시방식에 두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싶은 심정이다. 얼마나 많은 저자가 독자들에게 치근거리며 끈적대고 아부를 떠는가! 자기를 알아주기를 간원하며. 비트겐슈타인에게는 이런 모습이 없다. 아마도 그의 이러한 귀족적이고 초연한 문체가 그의 철학에 다가가기 어렵게 만든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또한 그의 철학을 우아하고 시적이고 강렬하게 느끼게도 만든 이유이다.

비트겐슈타인은 그러나 매우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우리가 공통으로 겪는 우매한 중생으로서의 운명을 스스럼없이 수용했으니까. 냉소와 차가움은 그 안에 오히려 불길을 숨기고 있으니까.

비트겐슈타인 철학이 난해한 두 번째 이유는 제시되는 어떤 철학적 주제를 이해하는 것은 철학적 탐구에 있어 일차적인 것은 아니다. 일차적인 것은 그 주제가 왜 철학적 주제가 되어야 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플라톤의 이데아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은 쉽다. 이것은 그의 대화편을 몇 개(파이돈이나 심포지움 등의)를 읽으면 충분하다. 그러나 이데아가 왜 철학에 있어 근원적인 주제가 되어야 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어렵다. 철학의 학습과 관련한 이러한 내재적 어려움이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있어서는 거의 극단에 이른다. 그는 모든 철학적 주제를 단지 기호와 진리함수로 환원시키기 때문이다.

신이 선택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비트겐슈타인은 영국 철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논리철학과 언어철학에 대한 가장 독창적이며 중요한 사유체계를 제시했다. 《논리철학논고》를 출간한 이후 학계를 떠나 방랑과 수행생활을 했던 그는 자신의 명제에 오류가 있음을 깨닫고 다시 학계로 돌아왔다. 이때 학계에서는 ‘신이 돌아왔다’라고 표현했다.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는 출간되자마자 철학계의 판도를 바꾸었다. 이전까지 서양 철학사상을 지배해왔던 ‘의식의 문제’는 비트겐슈타인에 의해 ‘언어의 문제’로 자리바꿈했다. 극도로 간명한 문장으로 제시된 명제들을 통해 진정한 세계의 본질을 사유하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은 총 4권으로 기획되어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의 전문을 최초로 해제한다. 또한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중심이 되는 명제분류표를 함께 수록했다. 끊임없이 비트겐슈타인을 탐구해온 저자 조중걸에 의해 재해석되고, 새롭게 비트겐슈타인이 조명되고 있다. 그의 모든 명제를 해석함으로써 비트겐슈타인의 사유방식과 언어의 본질을 통해 세계와 자아의 진정한 모습을 탐구할 수 있다.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의 개념을 명확하게 재번역하고, 분석하고 해석하여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해준 저자 조중걸의 역량이 이 책에서 모두 발휘되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이 책만큼 훌륭한 책은 지금도,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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