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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이순신의 반역 제 3장 일본정벌
  • 유광남 작가
  • 승인 2018.04.0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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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다.
죄인의 몸으로 하늘을 보니 맑지만 시커멓다.
혹여 내 마음의 조그만 티끌이라도 역심을 품었던가?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그런 일은 내게 존재할 수 없다.
조선의 장수로서, 조선수군의 무장으로 나라와 백성을
위해 헌신하였다.
다만 한 가지 지금도 후회되는 건,
내 함대를 동원하여 일본국으로 쳐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이순신의 심중일기(心中日記) 1597년 정유년 2월 28일 기축)

 

"내 함대의 목표는 일본국의 본토다!“

이순신의 결의에 그 아들들의 안색이 급변했다. 놀란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이제 겨우 전쟁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거늘 돌연 일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이라니. 그런데 한 녀석만이 손뼉을 치면서 반긴다.

“아버님, 전 이래서 아버님을 존경하는 줄 모르겠습니다.”

사야가 김충선이었다. 그는 장남 회와 차남 울을 번갈아 보면서 이순신의 전술에 동조했다.

“임진년의 전쟁으로 조선 군사와 백성들이 숱하게 사망 하였습니다. 땅위에서도, 바다에서도 시체더미는 산처럼 쌓였고, 부모형제를 잃은 가족들의 피눈물은 금수강산을 한(恨)으로 뒤덮었습니다. 비참한 주검의 나날입니다. 조선도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

울은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김충선은 조선 이름이긴 하였지만 그 이전에 그는 사야가란 이름의 일본인이었다. 비록 지금은 투항하여 조선인이기는 하지만 그의 피는 일본인인 것이다. 일본을 기습해야 한다는 그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일본을 공격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전략입니다.”

김충선은 단정적으로 내뱉었다.

“일본이란 나라는 스스로 인정하기 전에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일본 백성에게 조선의 강함을, 조선의 두려움을 안겨 주어야 합니다.”

이순신의 가슴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애초에 그런 목적을 두지는 않았었다. 다만, 우리가 호되게 당했으니 그 대가를 반드시 돌려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김충선으로부터 일본의 정황을 자세히 설명 들은 후 이순신은 장고(長考)에 들었었다. 그리고 결심한 것이다.

“그렇다.”

“관백 히데요시는 이번 전쟁을 통하여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명(明)을 정복하겠다는 것이고, 대내적으로는 일본의 전국 통일 과정에서 생긴 주체할 수 없는 병력을 소모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쟁은 쉽게 중단되지 않습니다.”

울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일본과 명국간의 화해 협정이 왕성하게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그럼 무엇인가?”

“일부 히데요시의 속셈을 간파하고 있는 영주들의 희망사항이지. 절대 히데요시는 포기할 위인이 아니야. 그럴 수 없는 상황이지”

이번에는 회도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자네 말대로라면 이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가 일본으로 쳐들어가야 한다는 것 아닌가?”

김충선의 시선이 이순신을 향하다가 그 아들들 회와 울에게 머물렀다.

“난 양국의 정권적 환경을 보고 드렸을 뿐이야. 하지만 아버님의 본토침공 결단은 고도의 병법(兵法)이며 수단이라고 믿어져. 적들은 명국과의 강화협상을 하고 있고, 조선의 내륙에 진을 치고 있지. 이 기회에 우리 함대가 일본을 기습한다면 승산이 있어.”

“물론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는 있을게다. 그렇지만 육군을 무장하여 침투시킬 만큼 군비가 되어 있지는 못해. 우리의 함대로 할 수 있는 최상의 공격은 상대의 전략항구를 함포 사격으로 붕괴 시키고 마비시킬 수 있을 정도에 불과하다.”

수군에 비해 육군이 열세인 것은 사실이었다. 지난 100년간 내전으로 단련된 일본군들에 비해서 조선의 군사들은 평화로움 속에서 안정된 군영을 유지해 왔었다. 이런 격차는 임진 원년의 전투에서 이미 확인된 것이었다. 부산 침공 이후 부산성과 동래성을 함락 시키고, 충주성을 무너뜨리며 불과 20여 일 만에 한양을 점령 했었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김충선은 반박했다.

“그건 이미 3년 전의 전황입니다. 우리 군사들도 화총으로 무장 하였고 전쟁을 경험 했습니다. 조정에서도 훈련도감(訓練都監)을 설치하여 정병을 양성하고 지방에는 속오군(束伍軍)을 창설 하였습니다. 포수(砲手)·살수(殺手)·사수(射手)의 삼수병이 육성됨에 따라 얼마든지 적들과 상대할 수 있는 대등한 전투력을 확보하였습니다.”

회와 울도 고개를 끄덕여 인정했다.

“조선의 군대가 물론 그때와는 양상이 다르지.”

김충선은 멈추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역설했다.

“의병만 하더라도 어떠합니까? 일본에서는 전혀 생각도 못한 의외의 백성 군대였습니다. 그들의 전쟁 참여는 일본군에게 예기치 못한 치명적 손상을 입혔습니다. 임진년의 의병은 참으로 훌륭했습니다. 일본에게는 명나라의 참전은 예상할 수 있었으나 의병은 상상도 못한 제 3의 적이었습니다. 우리에게는 바로 이들 의병이 존재합니다. 장군, 우린 이미 수군과 의병, 승병들의 연합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웅포해전 등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의병과 수군만으로도 가능합니다.”

울은 자신 가득한 김충선을 바라보며 신음처럼 내뱉는다.

“자네의 말은 수군과 의병만으로 일본을 침공하자는 건가?”

“금토패문(禁討牌文)으로 일본진영에 가까이 하지마라는 명나라의 요구가 있으니 의당 명국을 천병(天兵)으로 받드는 조정의 일부 대신들은 적극적으로 반대할 것이고, 또한 이런 기습 전술은 시기의 적절성과 정보가 보장 되어야만 성공 가능성이 존재해. 만일 외부에 노출되어진다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법이지. 따라서 삼도수군과 의병만으로 전격적인 작전을 수립해야 하는 것일세.”

“아버님도 충선과 같은 생각이십니까?”

이순신을 따라 지난 3년 간 수군으로 활동했던 장남 회가 물었다. 이순신은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명나라는 오직 일본과의 화의를 통해서 이번 전쟁이 마무리되기를 희망할 따름이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 조정은 절대 명국의 지시를 존중할 것이며 우린 수군을 단독으로 움직이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

김충선을 비롯한 아들들의 시선이 이순신에게 모아졌다. 의지와 긴장이 팽배한 젊은 눈빛들은 언제나 사람을 감동 시킨다.

“난 결행하고 싶다!”

일시에 젊은 눈빛들이 발광(發光)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참으로 신선하면서도 찬란한 섬광이었다.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는 의연하고 서슬 시퍼런 애국(愛國)의 핏발이었다. 이순신의 가슴에도 그들의 열망이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조선 땅을 농락하고, 파괴하고, 마음대로 유린한 그들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수많은 가옥을 불태우고, 부모형제를 살육한 그들의 죄과를 어찌 필설로 용서될 수 있겠는가?”

“아버님을 따르겠나이다.”

“장군,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이순신은 격앙된 그들에게 삼인의 의인(義人)을 모셔올 것을 주문했다.

 

“장군의 부르심을 받고 단숨에 달려 왔소이다.”

푸른색 가사가 유난히 짙어 보였다. 서리가 앉은 듯 하얀 눈썹에 움푹 패여 있는 눈에서는 끊임없는 신광이 발산되었다. 승병장 삼혜(三慧)였다. 그 바로 곁에는 기골이 장대한 젊은 장수가 늠름한 기상을 뿜어내며 호안(虎眼)을 드러내고 있었다.

“김덕령이 장군님을 뵈옵니다.”

사내다움이 물씬 풍기는 김덕령의 맞은편에는 붉은 색 전투복 차림에 멋진 수염을 쓰다듬고 있는 홍의장군(紅衣將軍) 곽재우가 깊이 고개를 숙였다.

“지난 해 갑오년 장문포 해전 이후 처음입니다. 그래도 인편으로 장군의 전공(戰功)은 늘 듣고 있었습니다.”

이순신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들이야말로 조선의 충신 중에서도 으뜸가는 충신들이었다. 일본의 조선 침략에 맞서 분연히 궐기한 의병장이요 승병장으로 이미 대단한 활약을 벌였던 이들이었다. 임진원년에 조선이 패배하지 않은 단초(端初)를 제공한 그들이 모였다.

“세 분의 강녕하심을 뵈오니 실로 반갑기 그지없소이다.”

한 사람씩 손을 맞잡고 수인사를 나누며 이순신은 즉시 본론에 들어갔다.

“세 분을 모신 것은 다음이 아니오라 삼도수군 함대의 일본 본토 기습 공격을 의논 하고자 함이외다.”

삼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본 본토의 공격이라니. 곽재우는 신음을 토했고 김덕령은 의기가 하늘로 뻗쳐올랐다.

“선봉에 김덕령을 세워 주십시오!”

바로 뒤편에 서있던 김충선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들은 전우였고 젊었으며 의로운 친구들이었다.

“덕령형, 미안하지만 일본의 지형은 날 따를 수 있는 사람이 있겠소? 선두는 내가 가야지.”

김덕령은 지지 않았다.

“충선, 자네는 삼국시대의 공명처럼 훌륭한 책사(策士) 노릇을 해야 하지 않겠나. 일본의 어느 부위를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지시만 해주게. 나머지는 내가 해결함세.”

“가능한 일이옵니까?”

승병장 삼혜스님이 조심스럽게 입술을 떼었다. 그의 눈빛은 방금 전과는 달리 심연처럼 차분하게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유광남 작가  sisamagazine1@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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