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가는 길, 평화로 가는 길

(시사매거진240호=주성진 기자) 2018년 급속히 빨라진 북한과의 문제 고위급회담에 이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까지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북한과의 문제, 미국과의 문제, 국제적인 문제를 잘 판단하고 전략을 세워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게 안정적 정세를 만들며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한지, 아니면 지금까지 보아왔던 북한처럼 가면 쓰고 나온 것인지 확인을 해야 할 것이다. 통일로 가는 길, 평화로 가는 길은 멀고도 힘들지만 분명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성급하게 가면 안 될 것이다. 안정과 평화는 대한민국이 향하는 길이며 우리의 길이다.

특별사절단 방북 결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월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사진_뉴시스)

남북기본합의서

1991년 12월 13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5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채택·서명된 ‘남북 기본 합의서’는 1992년 2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제6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확인·발효된 남북한의 기본관계에 관한 정부 간 공식 합의 문서이다. 서문과 남북화해, 남북불가침, 남북교류, 협력, 수정 및 발효 등 4개장 25개 조로 구성되어 있다.

서문에서 “분단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뜻에 따라, 1972년에 채택 된 7·4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재확인하고 정치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여 민족적 화해를 이룩하고, 무력에 의한 침략과 충돌을 막고 긴장완화와 평화를 보장하며, 다각적인 교류·협력을 실현하여 민족공동의 이익과 번영을 도모하며,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것을 인정하고, 평화통일을 성취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경주할 것을 다짐한다.”고 선언하고, 남북화해, 남북불가침, 남북교류·협력에 관하여 향후 남북한이 실천해야 할 사항을 법적 권리·의무의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합의서는 내용상 통일 이전의 남북관계를 ‘잠정적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통일에 이르는 과도적 기간중 남북간의 기본관계를 규정한 잠정협정의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제하에 남북한은 1992년 3월 18일 이전에 정치, 군사, 교류·협력 등 3개 분과위원회를 각기 구성, 남북간의 평화체제 정착과 군축 및 교류·협력 방안 등을 협의하도록 하였고, 5월 18일 이전에 판문점에는 상호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며 남북군사공동위원회 및 경제교류·협력위원회를 비롯한 부문별 공동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남북한은 1992년 9월 16일부터 평양에서 개최된 제8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이 합의서의 부속합의서인 「남북화해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남북불가침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남북교류·협력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를 채택·발효시키는 한편으로, 이의 실천을 위해 남북화해공동위원회, 남북군사공동위원회, 남북경제교류·협력공동위원회와 남북사회문화교류·협력공동위원회가 함께 노력할 것을 재확인하였다.

그러므로 이 합의서는 7·4남북공동성명에 비하여 형식·내용·발효절차 등 모든 면에서 격식을 갖춘 공식문서로서, 남북 분단 상태를 종식하고 평화적 통일로 가기 위한 실질적 이정표로서 평가될 수 있다. 이 문서는 남북관계에 관한 여러 가지 기본원칙을 천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이행을 위한 부속합의서와 담당기구 및 구체적인 이행방법까지 마련하도록 하는 실천적 지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제5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합의된 바에 따라 3차례에 걸친 대표접촉이 1991년 12월 26일부터 31일까지 판문점에서 열렸다. 여기서 북한은 그동안 주장해 오던 비핵지대화 주장을 접고 우리측의 비핵화 선언에 응하게 되었으며, 1991년 12월 31일에 「비핵화공동선언」을 채택하게 되었다. 합의된 내용을 이듬해 1992년 1월 20일 남한의 정원식 총리와 북한의 연형묵 총리가 서명하고 남북고위급회담 6차 회담에서 2월 19일자로 발효시켰다.

이렇게 발효된 비핵화공동선언은 전문과 6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 핵무기의 시험 제조 갱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配備) 사용을 하지 아니하며, ②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하고, ③ 핵처리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하고, ④ 한반도의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하여 상대측이 선정하고 쌍방이 합의하는 대상들에 대하여 남북핵통제위원회가 규정하는 절차와 방법으로 사찰을 실시하며, ⑤ 이 선언의 이행을 위하여 공동선언이 발효된 후 1개월 안에 남북핵통제위원회를 구성하며, ⑥ 이 공동선언은 남과 북이 각기 발효에 필요한 절차를 거쳐 그 문본을 교환한 날부터 효력을 발생한다 등의 6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별도로 남북기본합의서의 제1장 남북화해를 위한 부속합의서 제18조에서도 이를 성실히 이행, 준수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규정하였다. 이렇게 채택된 비핵화 공동선언은 6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기본합의서와 함께 효력을 발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비핵화 공동선언에도 불구하고 핵문제는 곧 걷잡을 수 없는 수렁을 빠져들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임시 핵 사찰을 실시한 결과로 영변의 2개 의혹 시설에 대한 추가 사찰을 요구하였으나 북한이 이를 거부하고 1993년 3월 핵비확산조약(NPT)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1차 핵위기가 발생하면서 남북기본합의서와 3개 부속합의서는 실천에 옮겨지지 못했다.

이후 북한은 2006년 10월에 1차 핵실험, 2009년 5월에 2차 핵실험, 그리고 2013년 2월에 3차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남북이 합의했던 비핵화 공동선언을 대대적으로 무력화시켰다.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이 이를 파기함으로써 선언에 그치고 있지만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게 그 이행과 준수를 요구할 수 있는 명백한 준거가 되고 있으며,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 및 제재 결의 시에도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3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에게 김정은 위원장은 4월말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하면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이렇게 두 가지를 조건부로 비핵화를 하겠다고 다시 한번 천명했다.

지난 3월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면담결과 발표 TV 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_YTN화면 캡쳐)

북한의 입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특사에게 핵·미사일 실험의 중단과 비핵화의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 국내에서는 ‘절대로 핵 포기는 하지 않는다’ ‘핵은 정의의 보검’ ‘우리는 핵강국’ 등을 주장해 온 북한이다. 김정은 정권은, 어차피 한국과 미국에 대하여 자기의 입장을 표명해야 하지만, ‘양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 국내에서의 설명, 선전의 타협점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주목되고 있다. 국제 사회의 제재에 의해 북한 내의 경제상황이 날마다 악화되고 있어서, 북한 국내에서 ‘빨리 핵·미사일을 포기해서 제재를 완화하게 해야 한다.’고, 자국의 핵포기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퍼질 가능성이 있다. 또, 긴장완화를 급템포로 진행하는 것은, 북한 정권이 일상적으로 유지해 온 남한과 미국에 대한 적대·경계 선전에 의해 내부결속을 도모하는 효과를 약화시킬 것이다. 북한 정부는, ‘한국,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회담을 실현시킨다.’라고 하는 김정은의 권위를 전면에 실으면서, 지금까지 부정해 온 ‘비핵화의 테이블에 앉는다.’라고 하는 방향전환을 국내외에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다.

 

국회부의장 심 재 철의 북한 비핵화인가 한반도 비핵화인가? 

[기고문] 비핵화라는 단어에 모두가 들떠있다. 그러나 이 비핵화가 과연 북한의 비핵화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뜻인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지난 6일 정의용 특사는 6개항의 방북결과 발표문을 내놓았는데 그 중 비핵화가 명시된 것은 제3항이다.

곧,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이다.

비핵화는 비핵화이되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인 것이다. 이것은 북한이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와 같은 말이다.

북한은 그간 남북고위급회담뿐만 아니라 6자회담 등 모든 접촉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바 그것은 북한이 1991년에 제안한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에 관한 선언(초안)>에서 그 본심이 명백히 드러난다.

‘조선반도 비핵지대화’에서 북한은 ‘핵무기의 시험, 생산, 반입, 소유, 사용의 금지(제1조)’는 물론 “핵무기를 적재했거나 적재했을 수 있는 비행기와 함선들의 영공 또는 영해통과, 착륙 및 기항의 금지(제2조)”뿐만 아니라 “핵우산을 제공받는 그 어떤 협약도 다른 나라와 체결하지 않는다(제3조)”를 비롯해 “조선반도의 남쪽에 있는 미국의 핵무기와 미군을 철수(제5조)”시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는 곧 미군철수와 한미동맹의 해체를 말하는 것이다.

정의용 특사가 이같은 차이를 알고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6개항을 발표했는지 여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가 이같은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를 수용할 수 없음은 너무도 명백하다.

정의용 특사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어떤 비핵화인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특사는 회담 후 백악관에서 이렇게 발표했다. “I told President Trump that, in our meeting, North Korean leader Kim Jon Un said he is committed to denuclearization.”

비핵화는 비핵화인데 북한인지 한반도인지, 어떤 비핵화인지를 정확하게 말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연히 북한의 비핵화를 말하는 것으로 알아듣고 즉석에서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결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정상회담의 결정같은 중대사안의 경우 정상적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정특사의 얘기를 들은 후 자신의 참모들과 숙의를 한 뒤 대응책으로 미-북 회담을 하자라고 나와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 알아듣고 즉흥적으로 덥석 결정한게 아닌가 싶다.

이것은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의한 구체적 조치와 구체적 행동을 보지 않고는 그런 만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트럼프 대통령이 뒤늦게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이같은 브레이크를 건 것이 아닌가 한다.

이른바 ‘선대의 유훈’도 마찬가지이다. 김일성에서부터 시작되어 김정은, 김정일에 이르는 북한의 ‘비핵화’ 입장은 이른바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에서 전혀 변한게 없다.

비핵화라는 단어에 현혹되어 북한이 북한의 비핵화를 말한 것으로 희망 섞인 해석을 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국가의 명운을 가르는 일 앞에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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