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도 같은 고통 강박장애…전문의 상담 통해 정확한 진단 받아야

(시사매거진240호=신혜영 기자)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배우 제시카 알바, 화가 뭉크, 음악가 모차르트 등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들 모두 강박장애를 겪었단 사실이다. 강박장애는 하나의 불안장애로서 반복적이고 원하지 않는 강박적 사고와 강박적 행동을 특징으로 한다. 잦은 손 씻기, 숫자 세기, 확인하기, 청소하기 등과 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함으로써 강박적 사고를 막거나 그 생각을 머리에서 지우려고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러한 정도가 극단적이면서 그로 인해 괴로움을 겪고 강박적인 행동이나 생각을 통제할 수 없을 때, 또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손을 씻어도 자신의 손에 병균이 있는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바로 지나친 불안감에 싸여 벗어나고픈 불안장애의 일종인 강박증에 시달리는 것이다. (사진_뉴시스)

서울 암사동에 거주하는 성모(63)씨는 남편과 이혼 후 자녀 없이 홀로 살다가 3년 전부터 건강 악화 속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서 집안에 발 디딜 틈도 없이 온갖 쓰레기를 쌓아두기 시작했다.

35세의 김모 씨. 그의 주변의 사물들은 늘 각을 잡고 줄지어 있다. 어느 것 하나라도 흐트러짐이 없다. 모든 제품의 라벨들이 정면을 바라보고 종류별로, 색깔별로 줄지어 있다. 그 중에서 하나라도 정해진 위치에서 벗어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제대로 정리되어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지 않으면 그는 불안하기만 하다. 확인하고 돌아서기를 반복한다.

28세의 이모 씨. 그녀는 남들과 악수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다. 세균에 감염될까 두려워서다. 공공장소의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여는 것도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도 그녀에게 있어선 매우 곤혹스럽다. 그래서 손 씻기를 무한 반복한다. 씻고 또 씻고, 그래도 깨끗한 거 같지 않아 늘 불안하다.

강박장애란 성 씨나 김 씨, 이 씨처럼 불안증의 하나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특정한 사고나 행동을 떨쳐버리고 싶은데도 시도 때도 없이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강박증은 자신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불안장애다.

 

통제 불능, 불편감 유발 시 강박장애 의심해봐야

강박성 장애는 강박적 행동과 강박적 사고로 구분이 되는데 강박적 사고가 불안이나 고통을 일으키는 것이라면 강박적 행동은 그것을 중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강박적 사고는 원하지 않고 불필요하다는 것도 알지만 잘 조절되지 않으며 마음속에 자꾸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생각, 충동 또는 심상을 말한다. 강박적인 사고, 충동, 심상이 외부에서 강요된 것이 아니라 개인이나 개인 자신의 정신적 산물임을 인정한다. 예를 들어 강박장애 전형적인 증상의 예를 들면 강박장애 환자가 침입자에 대한 강박적 사고가 있다면 침실에 들어가기 전 문이 제대로 잠겼는지를 정상적인 수준 이상으로 여러 번 확인한다. 흔한 강박적 사고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해치는 등의 지속적인 폭력적 사고, 반복적인 성행위 관련사고, 종교적 믿음에 반하는 사고 등이 있다.

가장 흔한 강박적 행동으로는 손 씻기, 반복적인 확인, 순서대로 특정한 부분을 만지기, 숫자 세기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개인의 강박적 사고에 대한 반응으로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원칙에 따라 수행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동반한다.

김 씨처럼 물건이 바로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생각, 대칭에 대한 욕구로 인해 물건을 항상 반듯하게 두거나 대칭적으로 두는 행동으로 사물을 제대로 맞춰 놓아야 한다는 완벽 주의적 성향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물건이 제자리에 가 있어야 하고 대칭도 맞아야만 안심할 수 있는 경우이다. 물건이 제대로 정렬되어 있지 않으면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을 갖게 되기도 한다. 또한 이 씨처럼 오염에 대한 불안감 혹은 먼지나 세균에 대한 염려를 떨쳐버리기 위해서 과도하게 손을 씻거나 장시간의 샤워를 하는 행위는 죽음이나 질병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예방적 행위이기도 하지만 ‘이미 오염됐다’는 극도의 불안감으로부터 안정감을 회복하기 위한 행위다.

강박적 행동이나 정신적 활동은 고통을 예방하거나 감소하고 두려운 사건이나 상황을 방지하거나 완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동이나 정신적 활동이 중화하거나 방지하려고 하는 것은 현실적인 방법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명백하게 지나친 것이다.

강박장애 환자들은 종종 순서나 규칙성에 사로 잡혀 있는 경우가 많고 불필요한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놓는 경우가 흔하다. 물건이 제자리에 없어 불안하거나 줄을 맞추거나 색깔을 맞추고 각이 맞아야 안심이 된다고 해서 무조건 강박장애는 아니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아주 깔끔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돈하지 않아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고 도리어 마음이 편한 사람이 있다.

자신이 강박증인지 아니면 지극히 꼼꼼한 것인지 사실상 명확하게 구분 짓기는 힘들다. 다만 이러한 행동을 통제할 수 없거나 명백히 불편감을 유발할 때,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의 긴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면 강박장애를 의심해볼 만하다. 또한 개인의 일상생활, 직업, 학업수행이나 사회적인 행위 및 사회적인 관계 등에도 상당한 지장을 일으킨다면 강박장애일 수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통계 편람에 따른 기준에 따르면 ▲강박적 사고나 강박적 행동이 존재해야 한다. ▲이 장애가 경과되는 도중 어느 시점에서 강박적 사고나 행동이 지나치거나 비 합리적임을 인식한다. ▲하루에 1시간 이상 시간을 소모하는 강박적 사고나 행동은 심한 고통을 초래하거나 정상적인 일, 직업적(또는 학업적) 기능, 또는 사회적 활동이나 사회적 관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 ▲다른 축 1의 장애가 있다면 강박적 사고나 강박적 행동의 내용이 그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섭식장애가 있는 경우 음식에 대한 집착, 발모광이 있는 경우 머리카락을 잡아 뜯음, 신체변형 장애가 있는 경우 외모에 대한 관심, 물질사용 장애가 있는 경우 물질에 대한 집착, 건강 염려증이 있는 경우 질병에 대한 심각한 집착, 변태성욕이 있는 경우 성적인 강한 충동이나 환상에 대한 집착, 주요 우울장애가 있는 경우 죄책감의 반추 등이 그것이다. ▲이 장애는 남용 약물, 치료 약물과 같은 물질이나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의 직접적인 생리적 효과로 인한 것이 아니다.

강박장애 환자는 강박사고를 유발하는 환경을 피하기 위해 많은 애를 쓰기고 하고 스스로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술이나 약물에 의존하기도 한다.

저장강박증은 단순히 수집하는 행위와는 달리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한 문제다. 자칫 방치했다간 해충 발생이나 화재위험 등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사진_뉴시스)

전체 인구의 약 15%가 강박장애

과거에는 강박증을 매우 드문 질환으로 생각했으나 최근에는 국내외 연구결과를 통해 전체 인구의 약 15% 정도가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학계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3~4%가 평생 1회 이상 강박증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신과 질환 중에서 공포증, 약물관련 질환, 우울증에 이어 네 번째로 흔한 질환이 바로 강박증이다.

대부분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에 흔하게 나타나며 남녀 모두 10~19세 사이에 최고점을 이루며 다음으로 20~29세가 이어진다. 남성은 주로 청소년기 중반에 증상이 발달하기 시작하며 여성의 경우 20대 후반 임신이나 출산이 발병 위험 요인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남녀에서 모두 50대 이후의 발병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강박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 2명 중 1명은 20~30대 젊은층으로 나타났다. 강박장애 진료인원은 지난 2013년 기준으로 20대가 24.0%로 가장 높았고, 30대 21.2%, 40대 16.3% 순으로 뒤를 이었다. 20~30대 환자가 전체 진료인원의 45.2%를 차지, 강박장애 환자 절반가량은 20~30대로 확인됐다.

최근 5년간 강박장애 진료인원의 성별 점유율은 남성이 약 57.7%~58.2%, 여성은 41.8%~42.3%다. 장애 전체 환자 3명 중 1명(31.6%)은 ‘강박성 사고 또는 되새김’이며 ‘강박행위’는 5.8%, 두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 ‘혼합형 강박성 사고와 행위’는 19.2%의 점유율을 보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강박장애의 원인으로는 생물학적 원인(유전적요인, 뇌의 기능 이상)과 심리적 원인이 있다”며 “다른 연령층에 비해 20~30대의 젊은층 환자들이 많은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임신 및 출산 등의 스트레스가 주된 심리적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강박장애가 왜 생기는 것일까?

과거 강박장애의 원인은 심리학적 요인에 근거해 설명하려는 노력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약물 연구 및 뇌 영상 연구의 결과들을 생물학적 요인이 강박장애 발생과 연관성이 깊음을 보여주고 있다. 강박 장애는 두뇌의 신경전달물질 중 ‘세로토닌’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서 발생하게 되기도 하고 뇌의 전두엽과 기저핵 부위를 잇는 신경망의 기능에 이상이 있어서 나타나게 되기도 한다. 세로토닌은 충동성, 공격성, 자살, 불안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신경전달물질이다. 강박 장애 환자의 뇌 기능을 연구해 보면, 미상핵, 대상속, 전두엽의 기능이 일반인에 비해 활성화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전두엽-미상핵-대상속을 연결하는 회로가 과잉으로 활동하는 것이 강박적 증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스트레스는 강박장애의 원인은 아니지만 강박 장애를 유발시키는 요인은 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강박증 환자들이 발병 전 1년에서 6개월 이내에 인생사를 더 많이 겪었음을 보고했다. 또한 강박증의 발병에 유전적 요소도 관계가 있다고 보고되어 지고 있다. 강박증 환자의 친척 중 10%가 강박증을 지니고 있다.

아직은 강박 장애의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강박증의 원인에 대한 이론은 몇 가지가 있지만 100% 정설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이론은 아직 없다.

거식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음식을 받아들이고, 정서적으로 살이 찌는 것에 대한 강박증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_뉴시스)

강박증은 정신병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강박증이 ‘정신병’이 아닌지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강박증의 경우 정신병은 아니다. 강박증을 지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고 불합리하다는 점을 본인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강박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특정한 강박행동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거나 동시에 이런 생각이 실제로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지고 그 행동을 강박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보다 자주 하게 된다. 강박장애는 스스로 치료하기는 힘들다. 이러한 강박 장애는 현재로서는 뇌의 이상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때문에 전문의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가족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 격려도 필요하다. 강박 장애를 경험하지 않았거나 모르는 사람에게는 강박 장애를 가진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강박 장애를 가진 사람의 행동이 절대 고의적인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행동에 대해서 비난하거나 꾸지람을 하지 말아야 하며 강박 장애를 저항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격려해 주어야 한다.

안심시키는 행동이나 말은 좋지 않다. 안심시키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염두에 둘 것은 강박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과 강박 장애의 정확한 행동평가와 적절한 조기 중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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