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변화 일으키는, 접근동기 vs. 회피동기

[시사매거진 240호=이선영 기자] 2016년부터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김경일 인지심리학자는 텍사스대학교 오스턴캠퍼스대학원 심리학과 박사를 거쳐 tvN <어쩌다 어른>, KBS <속보이는 TV 人 사이드> 외 다수의 방송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의 저서로는 <지혜의 심리학> <혁신의 도구>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 등 다수가 있으며 기업과 대학, 문화센터 강연 등을 통해 새롭게 부각되는 인지심리학의 세계를 알리고 있다.

김경일 교수가 전하는 ‘인지심리학의 역사’

20세기 발달한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은 톨맨(E.C. Tolman)의 기호학습 이론에서 출발하여 1960년대 미국의 한 심포지엄에서 인정을 받았다. 과거 인간의 행동을 자극과 반응의 기계적인 연결에 의하여 설명하려던 S-R 이론에 반기를 들고 인간의 인지활동에 역점을 두고 출발한다. 특히 이 학문은 주로 전자계산기의 정보처리를 모형으로 택하여 주의, 기억, 사고 등에 관해 연구한다.

이러한 인지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다. 더욱 다양화, 다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일처리 능력보다 인간의 심리상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일이 우선시됨에 따라 그 필요성이 현저히 높게 대두되고 있다.

인지심리학에 관한 역사의 태동은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주인공인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ing)’을 기점으로 1956년 미국 MIT에서 개최된 정보 이론 심포지엄에서다. 그곳에 참여한 32명의 심리학자들이 ‘인지주의(cognitivism)’ 또는 ‘정보처리적 접근’이라는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을 형성하며 급격히 발전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김경일 교수를 선두로 많은 학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행복심리학자, 범죄심리학자, 상담심리학자로 알려진 김경일 교수는 tvN <어쩌다 어른>, KBS <속보이는 TV 人 사이드> 등의 방송활동을 통해 인지심리학의 세계를 대중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인지심리학의 세계는 독특하다. 심리학 분야의 이공계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를 보면 주인공인 영국의 과학자 앨런 튜링이 등장한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과 독일의 싸움에서 연합군에 큰 승리를 안겨준 장본인이다. 특히 독일군의 암호기계 에니그마(Enigma)를 해독해내면서 최고의 두되를 인정받았다. 그런 그가 컴퓨터와 인간 두뇌를 잇는 최초의 인지심리학자다”고 소개한다.

인간 생애에 절대 안 변하는 3가지는

1956년부터 현재까지 62년간 사람의 생각을 읽는 인지심리학 과정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웠던 것은 3가지 사항이다. 그것은 바로 아이큐, 성격, 기질이다. 특히 첫 번째 사항으로 인간 생각의 설계도상에서 상수를 변수로 잘못 설정했다는 것. 그래서 인간은 여타의 2가지가 절대 안 변한다. 그것은 바로 아이큐(IQ)와 스피드다.

이에 대해 김경일 교수는 “20세 넘은 성인은 아이큐와 기억력, 연상력, 생각의 스피드가 안 변한다. 80대 중반까지 일반적이다. 비슷한 정보를 많이 쌓으면 기억을 꺼내기 힘들어지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교사의 경우 교직생활을 통해 입력된 이름이 반복을 거듭할수록 분간하기 힘든 것이 이와 같은 예다”고 설명한다.

둘째, 15세 넘어도 성격은 매우 변하기 힘들다. 성격이 변한 게 아니라 사회적 기술이 늘어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후천적으로 쌓이는 것이다. 성장한 후 여자들의 성격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아줌마(?)’라는 절대 신공의 커뮤니케이션이 늘어난다.

셋째 기질은 안 변한다. 생물학에서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적 자질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기초사고 능력과 성격을 모두 부모에게 물려받는다. 결혼하면 다시 조합해서 그러한 유전자를 자녀에게 물려준다. 혼합이 아니고 양측 부모의 기질 중 하나를 물려받는다. 기질 유전이다.

낙천적 vs. 낙관적, 결과가 다르다

인간의 행복에 가장 유리한 것이 ‘낙천적 성격’의 소유자다. 그러나 대책(?) 없이 낙천적으로 사는 사람은 이롭지 않다. 그 주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미래에 대한 도전이나 노력이 부족함으로 안일한 삶에 안주하여 불행을 자초한다. 그래서 김경일 교수는 낙천적이기보다는 낙관적이 되라고 강조한다.

“앞으로 평생 낙천적으로 사는 것은 포기하라. 불가능하다. 가능하면 낙관적으로 살라고 권한다. ‘낙천적(樂天的)’과 ‘낙관적(樂觀的)’은 글자 한 자 차이다. 그러나 결과가 다르다. 낙천적인 사람은 스트레스를 아예 안 받는다. 그런 사람보다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잘 될 거야’라는 낙관성으로 사는 사람이 결과와 성취에 있어 차이가 난다”고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현재 삶 속에 ‘생각을 바꾸라’, ‘고정관념을 깨라’고 조언한다. 어려운 일이다. 생각을 바꾸는 능력, 감정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김경일 교수는 인간에게 ‘욕심’과 ‘욕구’가 있을 때 가능하다고 피력한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접근동기와 회피동기를 자극했을 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때 접근(接近)동기는 무언가 좋은 것을 얻기 위해, 또한 그것에 가까워지기 위해 열심히 어떤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회피(回避)동기는 무언가 좋지 않은 것으로부터 벗어나거나 회피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게끔 만든다. 이러한 방법의 차이는 시간을 활용할 경우 접근동기가 유용하다. 특히 미래비전과 결과에 대한 보답과 기대치를 주기 위해서는 접근동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의 불필요한 사안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회피동기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병원 의료진이나 보험회사 직원들이 이러한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스트레스 받는 자신에게도 따뜻하게 대해 주라

사람이 받는 스트레스 중 상실감, 이별, 슬픔에서 오는 고통은 인체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받는 고통과 다름없다. 이 두 가지 모두 동일한 진통제를 사용하여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사람의 상실감이 교통사고와 진배없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UCLA의 신경과학자 나오미 아이젠버거 교수팀이 집단 내에서 소외받을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실험했다. 그리고 심리학 논문을 발표했다.

3명이 서로 공을 패스하는 비디오게임을 하다가 1명을 점차 소외시킬 때, 소외당한 사람의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으로 촬영하는 실험이다. 그 결과, 게임에서 소외당한 사람의 뇌에서 육체적인 고통을 느낄 때 반응하는 ‘전대상피질(ACC)’과 신체적 통증으로 인한 불편함을 조절하는 부위인 ‘오른쪽 배쪽 전전두피질(RVPFC)’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이 소외당한다고 느낄 때 뇌는 육체적인 고통을 느낄 때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생리학과 에드워드 스미스 교수 연구팀도 비슷한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데이트 신청에서 거절당하는 것, 파티에 초대받지 못하는 것, 실연이나 이혼 등의 다양한 사회적인 배제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거절당하는 경험 또한 전대상피질에 고통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연을 당한 피실험자 40명에게 헤어진 연인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그들이 느끼는 고통은 화상을 입었을 때 느끼는 고통과 일맥상통했다.

이처럼 집단 내 따돌림이나 거절당하는 느낌이 심리적인 타격만 주는 게 아니라 육체적인 통증을 유발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분노나 공포 등의 다른 감정은 신체적 통증 부위에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데 유독 거부당한 느낌만은 신체적인 통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김경일 교수는 나오미 아이젠버거 박사의 말을 인용해 “인간은 사회적으로 분리되어서는 생존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는 경험은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인간이 진화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소외당하는 경험이 육체적인 고통을 유발하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사람으로 인해 고통을 당해도 교통사고 당한 중환자와 같은 상황이기에 그러한 곤경에 처한 사람이나 나 자신에게도 따뜻하게 배려할 줄 알아야 함을 설명한다. “내가 나아야 소통하고 행복을 만들어낸다”고 강조한다. 더욱 고통을 받을 때 가족이나 연인 등 친밀한 사람들이 다가와 위로를 해주면 더욱 그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소개한다. 가까운 사람들의 따뜻한 말 한 마디, 조건 없이 받아들여지는 ‘공감’과 ‘지지’가 인간이 심리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글, 취재 안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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