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사람은 가끔 미치고 만다!”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내 남친을 스토킹하는 전 여친이 몹시도 궁금하다면,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면, 나 살짝 미친 걸까?’ 최면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서른다섯 살의 싱글 엘런은 최면으로 내담자들이 자기 행동을 이해하고 정면으로 대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부인과 사별하고 여덟 살짜리 아들 잭을 키우고 있는 잘생긴 패트릭과 데이트를 시작했을 때, 엘런은 패트릭과 헤어진 전 여자 친구 사스키아가 그를 스토킹한다는 사실을 알고 묘한 스릴을 느낀다. 사스키아에게 흥미를 느낀 엘런은 점점 그녀가 궁금해지기 시작하고 꼭 한번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엘런이 알지 못하는 사실이 있다면, 이미 그 여자를 만났다는 것.

“나는 당신을 스토킹하는 게 아니야. 내가 하고 싶은 건 토킹이라고!” 한편, 사스키아는 몇 년이 지났지만 패트릭과 헤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패트릭과 사귀는 동안 사별한 부인 대신 잭의 엄마 역할까지 했던 사스키아는 그들의 삶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따라다닌다. 두 사람이 더는 함께하지 못한다면, 가능한 자기 자리를 꿰차고 들어간 여자 옆에라도 가까이 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적어도 그들의 이야기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사스키아는 그의 현재진행형 여자, 엘런에게 다른 방식으로의 접근을 시도하는데… 사랑과 집착을 가르는 선은 아주 가늘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두 사람은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을까?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를 하듯 교차되던 엘런과 사스키아의 삶이 어느 순간 충돌했을 때, 과연 두 여자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한 남자를 둘러싸고 두 여성이 벌이는 복잡 미묘하고도 아슬아슬한 심리 게임

전 세계를 사로잡은 《허즈번드 시크릿》,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정말 지독한 오후》의 저자 리안 모리아티의 또 하나의 매력적인 소설 《당신이 내게 최면을 걸었나요?》가 마시멜로에서 출간되었다. 그간 결혼한 여성의 삶과 가족 문제를 토대로 탁월한 가정 소설을 선보였던 리안 모리아티가 이번에는 결혼을 앞둔 싱글 여성의 삶과 연애 이야기로 돌아왔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아주 미치고 만다”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강렬한 메시지로 첫 페이지를 여는 이 소설은,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미친 짓들’을 주요 소재로 다루면서도 결코 진부하지 않은 현실 공감 로맨스를 풀어나간다. 결혼 전 배우자를 찾기 전까지 남녀 사이에서 겪게 되는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와 갈등은 물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민들(데이트 폭력-스토킹, 혼전임신, 싱글맘 · 싱글대디와의 연애 등)을 통해 우리 삶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밀도감 있게 파헤친다.

그간 탁월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여성 심리를 풀어내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인정받았던 리안 모리아티의 필력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이 소설은,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그를 스토킹하는 과거의 여자와 그와 연애하는 현재의 여자 심리가 서로 교차되면서 펼쳐진다. 서로 적대적인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두 여성의 각기 다른 심리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두 여성이 언제 어느 때에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고 마주치게 될지, 그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예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은 흥미진진한 긴장감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소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한 남자를 놓고 두 여성이 어떤 사건 사고를 벌이느냐가 아니라, 두 여성이 어떻게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게 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 '최면치료사'로 설정된 주인공의 특수한 직업은 사람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하며, 상대방의 입장을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서 탁월한 시각을 보여준다. 최면치료사로 일하는 엘런은 처음부터 사스키아라는 존재가 무섭기보다는 흥미롭다. 그런 그녀에게 내담자로 접근한 사스키아도 점점 그가 왜 엘런을 사랑하는지를 납득한다. 이 책의 진짜 묘미는 이러한 두 여성의 심리가 묘하게 합쳐지는 지점에 있다. 두 사람은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는 대립적인 관계에 놓여 있지만, 한편으론 한 남자를 사랑함으로 인해 겪게 되는 문제와 아픔이 무엇인지를 가장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사별한 전 부인을 둔 한 남자의 현재 혹은 과거 여자 친구라는 입장은, 시간이 갈수록 엘렌과 사스키아 사이에 묘한 동질감을 형성하며, 서로를 궁금해 하다가 마침내 서로의 내면을 이해하고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하는 힘을 발휘한다. 서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두 여성의 캐릭터 중 어느 누구도 공감되지 않는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기존의 평범한 로맨스 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받은 상처에 대한 치유와 회복 

“이 책은 진짜로 우리를 최면에 빠지게 한다!”

엘런과 사랑에 빠졌을 때, 패트릭은 이렇게 고백한다. “당신이 내게 최면을 건 것 같아요!”

엘런이 사스키아를 이해한다고 말했을 때, 사스키아는 이렇게 묻는다. “혹시 나한테 최면을 걸었어요?”

소설에서 ‘최면’은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해주는, 화해, 용서와 진심의 보여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최면은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위력이나 마술 같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자신의 본 모습을 깨닫게 하는 매개물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상처 받은 마음을 회복하게 만든다. 소설은 시종일관 사랑한다는 이유로 주고받게 되는 인간관계 속 상처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그것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도 끊임없이 과거의 사랑과 비교하고 혼전임신으로 갈팡질팡하는 엘런이나 과거의 아물지 못한 상처를 사랑이라 여기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스키아의 모습은, 현실 속 우리의 자화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리안 모리아티는 마침내 그 상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에 대해, 주인공들은 물론 독자들까지 한 걸음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진실된 감성을 불어넣는다.

이 책에는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결혼이라는 중대한 결정에 골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매우 현실적인 우리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마음을 치유하고 극복하는지 보여주는 아주 매력적인 심리소설이자, 재미있고 가슴 따뜻한 연애소설을 만나고 싶다면, 무조건 추천한다.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벌어지는 민감한 상처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독자들도 따뜻한 감동과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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