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239호=장경동 칼럼위원) 모든 인간관계에는 예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무촌이라고 하는 부부 사이에는 더욱더 필요합니다. 배우자의 가슴에 못을 박지 마세요. 또 생각이 짧은 남편이나 아내의 말에 상처받지 마세요. 생각 없이 한 말이니까요. 그걸 그냥 넘기지 못하고 30년이 지나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 결국 손해는 자신이 봅니다. 상처는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아야 합니다.
부부간에 서로 존중한다면 수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부 싸움은 할 때조차도 서로 예의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감정이 격해졌다고 하더라도 결코 이 말들만은 해서는 안 됩니다.
“내 집에서 나가!”
“돈이나 잘 벌어 오면 말이나 안 해!”
“이럴 거만 당장 이혼해!”
부부는 이혼하면 안 됩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진다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핑계예요. 사람들은 미래를 몰라요. 서로가 만날 싸우는 게 지겨워서 헤어지는 것인데 그래서 더 좋아집니까? 대부분은 더 어려워집니다.
평생 서로를 보며 가슴 떨면서 사는 부부는 없습니다. 60대 이상 된 부부는 그냥 친구처럼 삽니다. 그 나이쯤 되면 서로 살이 닿아도 내 살인지 네 살인지 구분이 안 갑니다. 물처럼 아무런 맛도 의미도 느껴지지 않으면 그것이 진짜 부부입니다. 나이가 환갑이 지나도록 손만 잡아도 찌릿찌릿 한다면 어떻게 같이 살겠습니까?
대개의 부부가 서로 성격이 안 맞는다든지 바름을 피웠다든지 돈을 탕진했다든지 해서 이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참아야 합니다. 그때 당에는 못 살 것 같지만 세월이 좀 지나고 나면 나중에는 농담하면서 삽니다. 그때가 심각했지 세월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부부 사이에 예의가 필요합니다. 우선 부부가 서로 존댓말을 쓰면 예의 없는 행동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서로를 존경하는 마음입니다. 말은 현상이고 마음이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제 아내는 다른 사람들이 남편에 대해 흉보는 것을 못 견뎌 합니다. “나도 함부로 안 하는 남편인데 당신이 뭔데 우리 남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나요?”라고 따질 만큼 강력하게 항의합니다. 저는 이 모습이 넘편을 존경하는 현모양처라고 생각합니다.
‘말 한 마디로 사람이 죽고 산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말은 죽고 사는 게 사람의 혀에 달렸으니 말을 조심하라는 뜻입니다. 부부싸움을 할 때에도 말조심을 해야 합니다. 남편이 화가 나서 “칼로 확 찔러 죽일까 보다”라고 말하더라도 아내가 “찔러 봐, 찔러 봐”라고 말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러면 더욱 화가 난 남편이 “내가 못 찌를 줄 알아?”하고 소리 지르고, 아내는 “벼~엉~신, 찌르지도 못하는 게”라고 대꾸하는 상황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는 참담한 일이 일어납니다. 말이 사람을 죽이는 꼴이 된 거지요.

남자가 여자의 복잡한 마음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남자의 태생적 한계 때문입니다. 이론적으로, 즉 머리로는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정작 실제로 그 상황이 오면 절대로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걸 그때그때 제대로 이해하면 남편이 철이 든 것입니다. 부부가 서로 예의를 지키면서 지혜롭게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낸다면 반드시 행복이 찾아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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