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사과 징크스’ 박 대통령도 피해가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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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사과 징크스’ 박 대통령도 피해가지 못해
  • 김길수 편집국장
  • 승인 2013.06.1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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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 이미지 불식 위해선 보다 온화한 미소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 나라의 국가원수가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위계 문화가 강하고, 상급자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 돼 있는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적어도 국가원수라면 국가 기강과 대외적 위신이 손상됐거나 손상될 소지가 짙은 중대사에 대해선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릴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2003년 이후 집권한 대통령들은 취임 100일도 되지 않아 국민 앞에 머리를 숙여야 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92일 만에 국민 앞에 섰다. 대통령 측근인 故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의 장수천 지원과 친형인 노건평 씨의 김해 진영 땅 소유주 논란 때문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취임 86일 째 되던 날 “국민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저 자신을 자책했다”고 밝혔다. 화근은 이 전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 때 타결된 한·미 소고기 협상이었다. 협상 타결 직후 한 공중파 방송을 통해 광우병 우려가 제기됐고 이후 온 나라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방법 말고는 사태를 수습할 뾰족한 대안이 없어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 초 사과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77일이던 지난 5월13일 방미 기간 중 벌어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과 관련해 사과입장을 표명했다. 또 5월15일엔 중앙언론사 정치부장들과 만찬 간담회를 열어 인사검증의 제도적 보완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의 추문으로 인해 성난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사과는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이 아닌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이뤄졌다. TV 화면을 통해 비춰진 박 대통령의 얼굴은 무척 상기돼 있었고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다기 보다 아랫사람들을 다그치는 듯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박 대통령은 사과문 말미에 향후 유사사례 발생 시 관련 수석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신의 인사스타일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윤창중 인선은 초기부터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사였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선거전이 달아오르던 12월 윤 전 대변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종편 방송에 출연해 박 대통령을 열렬히 옹호하는 동시에 야당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본 측근들은 격려를 주문했고 이에 박 대통령은 윤 전 대변인과 전화통화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측근들은 박 대통령이 그를 중용까지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결국 자질이 의심되는 사람을 중용한 박 대통령의 인사가 세계 외교사에서도 보기 드문 파문을 부른 셈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의 사과엔 이 대목이 빠져 있었다.

이 같은 모습은 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이미 드러난 바 있었다. 박 대통령이 집권여당 후보로 확정되자 과거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박 대통령(당시 후보)은 지난 해 9월24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과거사에 대한 사과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그의 사과는 이른 아침에 전격적으로 이뤄진데다 준비한 사과문만 발표하고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6월 박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는다. 그러나 마냥 축제무드에 젖어 있기엔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통상임금, 진주의료원 폐쇄, 밀양송전탑 건설 논란 등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쟁점들이 산적해 있는데다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워낙 팽배해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라면 국민 앞에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미덕이다. 특히 민주적인 절차로 선출된 대통령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사과에 인색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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