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A형·B형 인플루엔자 동시 유행

질병관리본부가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주의보를 첫 발령한 지난해 11월 당시 독감 의심 환자는 1000명당 7.7명이었다. 하지만 유행주의보 발령 약 6주 만인 작년 12월 30일부터 지난 1월 6일까지 독감 의심 환자 수는 1000명당 72.1명으로 약 10배 이상 급격히 늘어났다.(출처_뉴시스)

(시사매거진238호=신혜영 기자) 전 세계에서 독감이 기승이다. 최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등 동아시아,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매년 겨울이면 인플루엔자(독감)가 유행하지만 최근엔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확산으로 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A형과 B형 독감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독감 유행주의보가 내려진지 한 달 만에 1월 환자가 6배 가까이 늘었다. 독감환자들로 병원 진료 대기시간은 1시간 이상은 기본, 어느 병원 할 거 없이 독감 환자들로 비상이다. 특히 이번 독감은 두 종류의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다보니 독감환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최근 독감은 사스 때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다. A형 독감으로 영국에서는 100명 가까이 1줄일 새 사망했으며 프랑스에서는 A형 독감으로 약 30명이 숨졌다. 중국 전역에서도 B형 독감이 유행하면서 병원마다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중국 현지 언론은 2002년 11월에서 2003년 7월까지 유행해 700여 명이 사망한 ‘사스(SARS·중증급성 호흡 증후군)’보다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전역에서도 어린이 20여 명이 독감으로 사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질병관리본부가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주의보를 첫 발령한 지난해 11월 당시 독감 의심 환자는 1000명당 7.7명이었다. 하지만 유행주의보 발령 약 6주 만인 작년 12월 30일부터 지난 1월 6일까지 독감 의심 환자 수는 1000명당 72.1명으로 약 10배 이상 급격히 늘어났다.

올 겨울은 이례적으로 A형과 B형 인플루엔자가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

감 예방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 영·유아, 만성질환자, 임신부 ‘고위험군’은 예방접종이 필수다. 예방 접종만 제때 한다면 독감을 80%까지 예방할 수 있다. (출처_뉴시스)

독감과 감기는 전혀 다른 질병

# 5살 난 아이를 둔 신모 씨는 아이의 열이 떨어지지 않자 병원을 찾았다. 감기일거라 생각했지만 병원에서는 독감검사를 받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검사결과 독감 확진판정을 받았다. 결국 어린이집 등원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5일 이상 격리 시켜야 했다. 독감 확진판정을 받으면 어린이집 등원 거부사항이 되기 때문이다.

# 회사원 이모(42)씨는 갑자기 38.5도의 고열과 깨질 듯한 두통과 온몸이 쑤시는 근육통에 시달렸다. 이 씨가 의사에게 증상을 얘기하자, 의사는 “독감 검사를 해보자”고 권했고 이씨는 A형 독감 확진을 받았다. 의사는 독감치료제인 ‘타미플루’ 복약기 5일 동안 격리와 외부활동 자제를 권고했다.

위 두 사례처럼 독감 확진이 내려지면 의사처방은 복용약 외에도 외부와의 격리를 권고한다. 왜 그럴까.

대부분 사람들은 독감과 감기를 같은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감기가 증상이 심해지면 나타는 것이 ‘독감’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독감과 감기는 전혀 다른 질병이다.

감기는 200여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그 중 30~50%가 리노바이러스이고 10~15%가 코로나바이러스이다. 이 외에 아데노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성인은 1년에 2~4회, 소아는 6~10회 정도 감기에 걸린다. 몸속에 들어온 바이러스는 코와 목, 기도, 폐 등에 영향을 주며 이렇게 침투한 세포로 하여금 더 많은 바이러스를 생산, 한 세포에서 대략 1,000개까지의 새 바이러스가 만들어져 인접한 세포들을 공격한다. 감기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환자의 코와 입에서 나오는 분비물이 재채기나 기침을 통해 외부로 나오게 되면 그 속에 있는 감기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존재하다가 건강한 사람의 입이나 코에 닿아 전파된다.

물, 기침과 함께 미열이 동반되는 일반 감기와 달리 독감은 38도 이상의 고열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열이 지속된다면 독감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래야 한다. (출처_뉴시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급성호흡기질환을 말한다. 주로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활동하며 전파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감기는 미열, 두통, 콧물, 기침, 재채기, 인후통 등이 주 증상이지만 독감의 경우 38~40℃에 이르는 고열이 5일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또 오한과 발열이 반복되고 근육통을 호소하며 심하면 구토와 설사 증상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숨이 차는 증세나 안면홍조, 안구충혈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어린이의 경우 구토와 설사 등 위장관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고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독감은 감기와 일부 증상이 비슷할 수 있지만 원인 바이러스가 다르며, 증상이나 합병증, 치료법도 다르다.

박승철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몸살감기라고 느끼는 증상은 감기라기보다는 편도나 다른 원인으로 나타나는 증상일 경우가 많으므로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노인이나 소아,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증상에 따라 합병증의 발생확률이 높아지고 심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감기와 독감은 증상의 정도에서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감기는 보통 3~5일 정도며 길어도 1주일이면 회복되지만 독감은 보통 15일에서 1달간 머물며 체력을 축내고 그 틈으로 폐렴이나 기관지염 등 또 다른 합병증을 불러오기도 한다. 독감에 의한 사망률이 높은 것도 바로 합병증의 발병률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독감은 한 번 유행하면 그 지역 내에서 6~8주 동안 일으키며 약 10~20%의 발병률을 보이지만 노약자나 만성질환자의 경우는 40~50%까지 발병하기 때문에 사회나 인체에 미치는 파괴력은 감기에 비할 수가 없다.

한 예로 역사에 기록된 가장 강력했던 독감은 1918년 ‘스페인독감’으로 일주일 만에 주민 1만 4,000명 중 1만 2,000명에게 옮아갈 정도로 전파력이 강했다. 특히 미국 캔사스주 포트라일리에서는 이 스페인 바이러스에 의해 2만 여명이 사망, 미국을 휩쓸던 인플루엔자는 급기야 전 유럽을 강타했으며 심지어 중앙아프리카까지 퍼져나갔다. 그 결과 20억 명 이상이 감염되었으며 2천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는 1차 대전 당시 사망자 수의 10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세란병원 내과 이병무 과장은 “일반인들이 감기와 독감을 구분 지을 수 있는 가장 큰 차이로는 ‘열’을 들 수 있다”면서 “콧물, 기침과 함께 미열이 동반되는 일반 감기와 달리 독감은 38도 이상의 고열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열이 지속된다면 독감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독감의 가장 좋은 예방법은 예방접종

독감을 옮기는 바이러스에는 인플루엔자 A형, B형, C형 등 3가지가 있다. 그러나 인플루엔자는 뛰어난 자기변신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똑같은 인플루엔자는 하나도 없다. 인플루엔자의 변이는 매년 또는 몇 년마다 조금씩 변하는 소유행과 10~15년마다 크게 바뀌는 대유행이 있다.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스페인독감, 홍콩독감, 일본독감 등은 이런 유행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독감은 12월 초부터 다음해 4월까지 유행한다.

독감 예방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 영·유아, 만성질환자, 임신부 ‘고위험군’은 예방접종이 필수다. 예방 접종만 제때 한다면 독감을 80%까지 예방할 수 있다. 만약 독감에 걸린다고 해도 증상이 미미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치료 받을 수 있다. 독감은 해마다 유행하는 종류가 비슷하기 때문에 예방주사를 맞을 수 있다. 특히 65세 이상의 노인, 폐질환 및 신장 질환자, 항암 치료 환자,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예방접종은 필수적이다. 이외에도 빈혈 등으로 신체 면역 상태가 불량한 사람들도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예방접종 3주 후부터 항체가 형성되어 한 달 뒤 최고치에 이르며, 효과가 약 5개월간 지속된다. 그러므로 늦어도 독감 유행 전인 10월 초엔 예방접종을 해야 50~70%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올 겨울 독감은 이례적으로 A형과 B형이 동시에 유행하면서 독감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미 A형 독감에 걸려 회복되더라도 B형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3가지를 예방할 수 있는 3가 백신은 65세 이상 노인과 6~59개월 어린이들에게 무상으로 접종하는 3가 독감백신에는 B형 바이러스 인 야마가타 계열의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없어 백신을 맞고도 독감에 걸린 환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감기는 바이러스가 매우 다양해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은 불가능하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최천웅 교수는 “65세 이상 노인이 독감에 걸리면 만성심장질환과 폐질환, 당뇨, 만성신부전 등 기존에 앓고 있던 만성질환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독감 예방접종은 증상을 완화하고 합병증을 줄이는 효과는 충분하기 때문에 고위험군은 접종시기가 지났어도 필수로 접종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보통 감기든 독감이든 가장 중요한건 바로 ‘예방’이다. 이러한 예방을 위해선 평소에 감기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야 한다.

손 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도 중요하다.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자주 손을 씻는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휴지나 옷깃으로 입을 가리고, 샤워할 때 미지근한 물로 몸의 급격한 체온 변화에 따른 면역력 저하를 피한다.

독감이 호흡기 질환의 일종인 만큼 목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 줄 수 있도록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몸의 면역력을 낮추는 피로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충분한 휴식과 하루 7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해야 한다.

비타민 B1이 많은 과일을 섭취하고, 물, 생강차, 귤차, 쌍화차 등을 1일 5~6회 정도 마셔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호흡기 질환은 비티민 소모가 많아지므로 비타민 B 복합체를 복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기침을 할 때는 손으로 가리지 말고 머리를 아래로 숙여서 바닥을 향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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