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21세 기는 공상과 현실이 조합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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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21세 기는 공상과 현실이 조합하는 시대”
  • 안수지 기자
  • 승인 2018.02.0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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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과 진실이 맞물린 이미지의 세계

[시사매거진 238호=안수지 기자] 우리시대 논객 진중권(56) 교수에 대해서는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그는 2003년 EBS <진중권의 미학의 눈으로 읽는 서양예술사>와 더불어 2005년 SBS 파워FM <진중권의 SBS 전망대> 등을 통해 인문학적 권위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어 채널A <외부자들>과 <거인의 어깨> JTBC <속사정 쌀롱>과 <비정상회의>, tvN <대학토론배틀 시즌3> 심사위원 외 다수의 방송 출연을 통해서는 정치사회비평가로서 폭넓은 인지도를 확보했다. 그런 그가 올 2018년 1월에는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라는 상아탑 강단을 벗어나 성남시청 온누리홀에서 2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성인 남녀 일반인을 만나 ‘디지털 이미지 미학’에 관한 강연을 진행하며 일문일답을 진행하는 시간을 가졌다.

21세기 디지털 이미지가 있기까지 인류가 추구해온 이미지는 크게 3가지다.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직접 손으로 그려낸 회화가 있고, 카메라를 이용해 이미지를 형상화한 사진이 있다. 그리고 영화와 TV 등을 통해 가상현실을 재현하는 컴퓨터그래픽(Computer Graphic, CG)이 있다.

그중 회화는 사람의 뇌 속에서 발현한 이미지를 상상력으로 그려낸 것이다. 그리고 사진은 실제 존재하는 피사체를 카메라라는 기계를 통해 재현한 작업이다. 따라서 사진은 현장감이 넘치게 생생하다. 기록이나 증거, 과학, 연구, 실험 등의 자료를 활용한다. 이에 비해 21세기에 발달한 CG는 회화와 사진술을 종합해 새로운 이미지의 세계를 구현한다.

진중권 교수는 “21세기는 컴퓨터, 즉 수학적 계산에 의해 만들어내는 생성 이미지, 합성 이미지 CG의 세계다. 그림은 상상에 의해 그릴 수 있지만 사진만큼 생생하지 않다. 특히 회화는 상상, 신화, 성서, 역서 등의 판타지를 매개로 하는 데 비해 사진은 반드시 피사체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찍을 수 있다. 그럼으로 사진은 진실을 추구한다. 그런 과정에서 진일보해 현재는 이 두 가지를 CG로 조합했다. 우리는 이렇게 무한 가능한 상상과 존재의 진실을 모두 활용하는 ‘디지털 이미지 시대’에 살고 있다”고 설명한다.

#1. 19세기 회화 전성기 ‘아이콘’의 시대

인류가 사용하는 기호는 일반적으로 3가지다. 첫째 아이콘(icon), 둘째 인덱스(index), 셋째 심벌(symbol)이다. 먼저 아이콘은 유사성을 매개로 한 도상이다. 그리고 인덱스는 인접과 인과성을 매개로 한 지표다. 또한 심벌은 유사성과 인접성에 관계가 없고 특별한 자연적 근거도 없다. 그럼에도 사람이 서로 협약, 규약, 약속한 데서 발현한 상징의 도상이다. 자유성이 부과돼 있으며 인간의 언어가 여기에 속한다.

먼저 원시·고대미술에서부터 19세기에 이르는 근대미술 회화는 사람의 이상과 상상을 캔버스에 그린 아이콘 시대였다. 종교화, 정물화, 인물화, 풍경화 등이 어떠한 사물과 유사성을 지닌 형태로 그려져 눈앞에 제시되었다. 잡힐 듯 손에 사실적인 그림이 있는가 하면, 먼 나라에 가 있는 듯한 신비스러운 그림도 있다. 모두 인간의 이데아적 표현이다.

그러다가 20세기에 들어서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도록 재현’하는 시기로 변화한다. 유럽 추상미술의 선구자 ‘피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은 일반적인 회회의 도상성을 배제하고 추상성을 추구한다. 동양철학의 천지인(天·地·人)을 수용해 점·선·면의 수직과 수평 에너지를 받아들여 도상을 지우고 사물의 근원적인 상징성을 강화했다. 특히 그는 빨강, 파랑, 노랑의 3원색과 희고 검은 면, 선에서 모티브를 차용해 상징과 추상이 어우러진 회화의 변화를 주도했다.

이어 잭슨 폴락(Jackson Pollock)은 커다란 캔버스 위에 물감을 뿌리고, 흘리고, 끼얹고, 튀기고, 쏟으면서 온몸으로 그림을 그리는 ‘액션 페인팅’을 선보였다. 추상주의에서 진일보해 추상표현주의로 대변되는 회화의 변화를 모색했다. 이 시대 ‘상징’과 ‘지표’라는 2가지 기호가 모두 수용됐다.

#2. 20세기 사진이 등장한 ‘인덱스’의 세계

1827년 프랑스 석판 기술자이자 발명가인 조세프 니엡스(Joseph N. Niepce)가 세계 최초로 사진 찍는 기술을 선보인다. 그의 집 창문에서 내다본 풍경을 8시간 동안 빛에 노출시켜 풍경 사진을 찍었다. 이후 1839년 최초로 ‘은판 사진’을 국가적으로 공인받은 프랑스의 풍경화가 다게르(Jacque-Mandet Daguerre)가 이미지를 고정시키는 물질로 은을 사용하여 사진을 찍었다.

그전까지 ‘화가의 손’으로 직접 그린 ‘회화’ 작품을 대하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카메라라는 기계’를 이용하여 찍은 ‘사진’ 작품을 보았다. 그리고 회화에서 미학을 차용해 '포토 에스테틱스(Photograph Esthetics)'를 발전시킨다. 그중 픽토리얼리즘(Pictorialism)은 예술 장르의 회화적 감성을 기술 분야의 사진 영역에 끌어들여 회화주의 예술사진을 지향했다.

그러다가 사진은 회화와 다르고 도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장르가 출현한다. 1880년 미국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에 의해 제시된 ‘스트레이트 포토그라피(Straight Photography)’의 등장이다. 이는 필름에 수정을 가하지 않고 회화적인 인화기법도 배제하며 사진의 본질적인 기술을 인식해 본래의 표현을 강조하는 사진을 말한다. 아울러 일본 코닥에서 카메라가 출시돼 대중화되었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 ‘진실’을 추구하고 사물의 ‘사실성’인 측면을 보여주었다. 회화의 아름다움보다는 사진의 현실성과 현장감이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사진은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를 담기 시작했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내란과 외환, 민간인 학살과 데모, 쿠데타 등이 생생하게 조명되었다. 이를 통해 사회개혁과 시민운동, 민주화운동이 전개되었다. 포토저널리즘(Photojournalism)의 전성기를 촉진시켰다.

이어 프랑스의 앙리 까르띠 브레송은 ‘결정적 순간’을 역설하며 현실 속에 연출을 가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더 늦어도 안 되고, 더 빨라도 안 되는 ‘순간 포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의 본질과 지표를 같이 담으려 노력했다.

1980년경 이러한 경향은 또 다시 변화의 물결을 탄다. 지표성이 사라진 새로운 장르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캔버스에 드로잉을 한 후 목재와 석재 등으로 조각상 만들고, 사람의 피부를 사진 찍어서 조각상에 입히는 작업을 한다. 그러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사진이 만들어진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 아니지만 보는 사람의 눈앞에 가상의 인물을 마치 실제처럼 가져다 놓는다. 가짜인데 진짜 같은 느낌을 살려낸다. 디지털의 본성을 차용한 작품의 생산으로 미래에는 더욱 발전될 전망이다.

#3. 21세기 CG가 발달한 ‘심벌’의 시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는 컴퓨터를 활용한 수학적 계산으로 완벽하게 만든 이미지가 출현한다. 사물의 생성과 합성 이미지를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들어낸다. 일종의 미디어 복제다. 이에 따라 회화도 사진을 베끼기 시작했다. 1980년대 미국의 팝아트 선구자인 ‘앤디워홀(Andy Warhol)’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회화가 사진을 복제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원작과 복제의 위치도 바뀐다. 과거에는 사진이 회화를 모방했으나 현재는 회화가 사진을 복제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중반의 ‘안드레아스 구어스키(Andreas Gursky)’는 획일화된 아파트의 구조와 대형 마트의 진열장, 정형화 된 사무실의 모습, 레스토랑, 도서관 등 컴퓨터와 같이 정확한 계산 이미지를 카메라 렌즈의 눈으로 담아냈다. 거대한 사진 한 장 속에 모든 사물이 정확한 초점을 가지고 있다. 여러 번 찍은 사진을 정밀하게 합성해 완벽한 한 장의 사진으로 조합해냈다.

그러한 그의 높은 작품성의 가치는 ‘포커스(focus)’에 있다. 보통 복제 이미지는 하나의 초점에 맞춰져 있다. 그리고 주변 부분은 희미하거나 불투명하다. 반면 안드레아스 구어스키의 작품은 모든 측면이 다 선명하다. 포커스가 모두 맞도록 합성했다. 컴퓨터의 눈으로 본 것을 사진으로 구현한 대표적 예다. 다시 말하자면 사회적 변혁, 개선, 폭로, 휴머니즘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이후 현대미술은 ‘판타지(fantasy)’로 장르를 열어간다. 상상과 공상은 디지털 시대의 특성이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공상의 세계를 현실처럼 재현한다. 포토저널리즘의 세계는 끝이 나고 열정 역시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폭로나 고발은 시들해졌다. 여기에 정교하고 세밀한 가공적 미니어처가 등장해 더욱 신비스런 이미지를 구현해낸다. ‘틸트 쉬프트(Tilt-Shifr)’라고 해서 사진을 장난감처럼 보이게 하는 촬영기법이다.

#4. 21세기 이후 ‘디지털 이미지’ 시대

이미지의 역사는 각각 다른 미학을 구현했다. 첫째 원작, 둘째 복제, 셋째 생성의 이미지가 그것이다. 원작은 회화의 세계로 화가의 눈을 통해 포착해냈다. 다음 복제는 사진의 세계로 카메라의 눈을 사용했다. 그리고 생성의 세계는 CG로 발현해 컴퓨터의 눈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이미지의 역사는 도상에서 상징으로, 그리고 상징에서 지표로, 다시 지표에서 도상으로 돌아오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컴퓨터의 도상은 허구적이지만 매우 사실적으로 보이게 한다.

이를 통해 현대사회는 매우 진짜 같은 위조 현실이 등장한다. 컴퓨터로 프로그램 기계를 사용해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감각, 그리고 그 구별하는 감각을 속이기 위한 프로그램이 맞물려 가동된다. 속고 속이는 세상이다. 현실을 보여주지만 현실이 아닌 가상현실을 느끼게 한다.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작가들이 시대의 취향에 맞춰서 나가는 방식 중 하나다.

위조 리얼리즘이고 문화적 현상이다. 어디까지 가짜이고 어디까지 진짜인지. 허구와 진실이 뒤섞인 세계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이는 현대인들이 사실과 진실보다 환상과 허구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회화는 허구고 사진은 현실이다. 그리고 21세기 디지털 시대는 그 허구와 진실을 조합하고 합성하는 세계다.

진중권 교수는 “사진의 본질은 문장이고, 텍스트고, 진실이다. 회화와 같이 아름다운 현실의 재현이 아니다. 또한 다가올 미래의 문맹자는 단순히 ‘글’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사진’을 못 읽는 사람이다. 현실의 연속성 중 한쪽만 떼어내 참을 말할 수 있고, 거짓을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사진은 읽어야 할 텍스트가 되면서 상징이 된다”고 정리한다.

 

Q. 전쟁이나 학살 시 ‘타인의 고통’을 사진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가.

A. 어려운 문제다. 일단은 인도주의적 도움이 먼저다. 사진기사가 현실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원칙은 연출에 한해서다. 인권은 모든 면에 항상 우선이다. 카메라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인권과 인본이다. 그 후 촬영 시 개입하면 안 되고 가미하면 안 된다는 지론이다.

Q. 회화를 사진으로, 다시 사진을 회화로, 그리고 회화가 사진으로 역전했다. 그리고 이제는 영상이 중요하다. 향후 방향은.

A. 미래 이미지 역사는 예측 불가능하다. 가상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대중의 의식이 많이 달라졌다. 드라마도 실제에서 가상현실이 가미된다. 과거의 영화와 드라마는 만화 같은 설정에 대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상력과 허구를 강화했다. 취향, 이미지, 내용에서 가상과 가공을 가미했다. 현실 반영이다.

Q.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미지 주체들이 전문가에서 대중으로 이양되었다. 영역의 확장과 변화에 대한 분석은.

A. 영역을 주고받을 것은 이제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오늘날 독자와 필자의 차이는 신분이 아니라 기능 차이라고 할 정도다. 특히 인터넷 시대에 사진의 주체가 전문 예술가에서 일반 대중으로 넘어왔다. 컴퓨터도 프로그래머에서 일반인에게 확장되었다. 따라서 대중 미디어의 시대가 널게 열린 것이다. 이를 통한 대중의 역량이 21세기의 매우 큰 파워다.

Q. 회화와 사진의 역사적 흐름 중 일반인의 지표적 특성은.

A. 지표적 측면이 약화된다. 상징-도상-지표-상징이 된다. 현재는 지표적 특성이 없이 무의미한 것도 많다. 현실보다 이데아를 반영한다. 지표라는 것이 큰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 일반 대중은 ‘상징계’가 아니라 ‘상상계’를 추구한다. 대리만족, 대리충족 정도다.

Q. 디지털 영화가 최고의 매체가 되고 있다. 텍스트의 향방은.

A. 지식과 정보 전달에 있어 기본적인 텍스트는 사라지지 않는다. 디지털 이미지는 손으로 그린 것이 아니다. 이미지 밑에 프로그램이 깔려있다. 기술적 코드다. 디지털은 문자열로 그려낸 그림이다. 알파 메모리 코드를 담아내지 못하면 그려내지 못한다. 따라서 인터페이스에서 텍스트가 사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텍스트는 스크립터다. 다만 현실에서 텍스트는 이미지와 사운드로 실현된다. 가시영역은 떨어지지만 텍스트 없이는 아무것도 실현되지 않는다. 인문학의 플랫폼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표면에서 내면으로 가라앉아 있다고 보면 된다. 현재 철학과 미학 강연이 사운드로 구현된다. 그 아래 많은 정보의 텍스트가 기반이다.

Q. 독서로 텍스트를 수집한다. 독서법은 어떠한가.

A. 일반 대중서적은 속독한다. 정보량이 많지 않다. 하지만 전공서적은 2개월 정도 걸린다.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용이 먼저다. 보통 ‘글을 쓰기 위해 읽는다’는 목적을 가져라. 그러면 책 내용을 빨리 파악한다. 또한 쉬운 것보다 어려운 주제를 선택하라. 낯선 얘기를 읽으면 생각하고 고민하는 데서 사고의 영역이 확장된다. 이것이 독서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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