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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민주주의자의 정치경제사회 혁신 프로그램 '민주주의를 넘어'오바마와 룰라의 정신적 멘토 ‘슈퍼 이론가’ 웅거의 더 인간적이고 더 정의로운 사회혁신 비전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8.01.1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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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브라질 출신의 하버드 로스쿨 교수인 로베르토 웅거가 이 책을 출간한 것은 1998년이다. 그해 대한민국과 웅거의 모국 브라질은 IMF 구제금융을 받았다. 웅거는 대한민국과 브라질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이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흐름에 직면해 방식은 다르지만 똑같은 문제를 앓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20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얼마나 바뀌었는가?

이 책을 번역한 건국대 법학대학원 이재승 교수는 대한민국이 성공적으로 IMF 체제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헬조선’에서 ‘촛불’ 이후로 나아가려는 우리에게 웅거의 진단과 그가 제시한 대안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신자유주의는 끝났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어느 누구도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명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이때, 이 책은 신자유주의를 넘어 나아갈 방향과 구체적인 정책을 거시적/미시적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제출한다. 무엇보다 그가 불평등, 소득 및 고용 양극화, 높은 실업, 대중의 좌절과 열패감 등 모든 결함의 총합으로서 사회적 긴장과 갈등을 극복할 방법이 민주주의에 있으며, 그 대안으로 정치 자체의 민주화, 경제와 사회 그리고 인간관계의 민주화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촛불혁명 이후를 준비해야 할 우리에게 큰 울림을 던져 준다. 웅거 식으로 말하면, “우리는 촛불항쟁을 제도화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운명을 거부하고, 이 저항을 제도화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민주적·생산적 실험주의의 제도 목록

웅거는 진보 개혁의 ‘새로운 얼굴’에 반드시 그려 넣어야 할 구체적인 제도 및 정책 목록과 조합도 제시한다. “사회조합주의는 유연성과 포용이라는 두 가지 전복적 요소 중 유연성이 홀로 작동하는가 아니면 유연성과 포용이 조화를 이루며 작동하는가에 따라 각기 다른 미래를 갖는다. 더 많은 포용성 없는 더 큰 유연성과 더 많은 포용성 있는 더 큰 유연성이 그것이다. … 첫 번째 길은 독일 및 일본식 시장경제의 뚜렷한 특징들을 이루었으나 점차 쇠락의 길을 걷고 있고, 대담한 제도적 혁신이 없다면 두 번째 길은 출발할 수도 없고, 심지어 그 길이 무엇인지 설명조차 할 수 없다. 이런 길을 상상하는 것은 기업을 재구성할 제3의 프로그램에로의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보수적인 기업 쇄신 경영 프로그램과 사민주의적 노동자 옹호 프로그램, 둘 다를 대체할 대안을 제공할 것이다. 바로 ‘급진민주적 프로그램’이다. 민주적 실험주의가 사회 전체에 걸친 실험주의적 기회의 일반화와 개인 역량 및 그 보증 수단의 향상을 조합함으로써 전진한다면, 기업 개혁 프로그램에도 민주적 실험주의자의 야망에 부응하는 동맹이 있어야 한다.”

 

케인스주의와 종속이론, 진보적 사유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대항담론으로 재조명받고 있는 케인스주의적 사회경제 처방전도, 자립적 민족주의를 내세운 주변부 종속이론도 실제로 그것이 실행돼온 경험을 돌이켜보면 자기파괴적이고 대중영합주의적인 사상으로, 요컨대 “오히려 쇄신과 효율을 제약하는” 사회경제사상으로 변모하고 말았다고 웅거는 지적한다. “이 같은 경제적 대중영합주의의 중심에 의사疑似 케인스식 정치경제학이 있다. 케인스주의는 국가를 강화했다. 생산과 재산 체제를 급진적으로 개혁하거나 부와 권력을 과감하게 재분배하라는 요구를 노동계와 좌파가 포기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케인스주의는 정부를 건전재정 원칙에서 해방시켰다. 하지만 최근에 이르기까지 많은 제3세계 정부들이 선호하던 경제적 대중영합주의는 국가의 허약성을 드러냈다. … 이러한 경제성장 전략은 기존의 비교우위론에 맞서는 민족주의적 반란의 도구로 시작되어 어느 정도까지는 대의를 성취하는 데 성공하지만, 이제는 그 능력을 소진하고 오히려 쇄신과 효율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변모한다.”

“ …실천과 시민 참여의 조직적인 고양에 우호적인 정치제도 속에 정착시켜야 한다. 새로운 개혁 방침들은 법적‐제도적 관념들에 의해 촉발되는 일련의 순차적인 제도적 쇄신들을 요구한다. 이러한 법적‐제도적 관념을 너무 적게 제안해 온 것이 현대 진보적 사유의 치명적 맹점이었다.”

 

간결하고 리드미컬한 문장미

웅거의 문체는 그의 사유만큼이나 독특하다. 간결하고 농담이 뚜렷하며 어디서나 운율이 살아 있다. 때로 노래처럼 들리는 오바마의 연설은 웅거의 글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마음에 닿는 문단이나 구절을 낭독하면 예외없이 최고의 연설문이 된다. 군더더기 없는 규정과 선언, 비판과 변증으로 가득 찬 웅거의 문장은 딱딱하고 정연한 정치경제 언어를 넘어선, 문학적 은유가 적절하게 교직된 흔치 않은 어휘사전의 한 사례를 보여 준다. 치열한 학습과 사유로 단련된 웅거의 문장을 읽노라면 모든 이원론과 이분법의 경계를 허무는 그 뜨겁고 명쾌한 인간주의에 매료되고 만다.

 

이선영 기자  sunneeh@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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