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장도리의 대한국민 現在史 시리즈는 성역 없는 촌철살인으로 출간 시마다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부패한 정권의 민낯이 드러난 지난해 후반부터,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던 적폐를 도려내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는 현재까지 장도리의 네 컷 만화는 한국의 정치‧사회적 사건의 현장을 고스란히 담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도리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인 『빛은 어둠을 넘어』는 촛불혁명의 뜨거운 순간들을 지나 새롭지만 익숙한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한 번 신랄한 풍자와 재치를 선사한다.

이번 책에서는 대한민국 권력의 계보를 잇는 ‘주요 인물들’이 상세하게 소개된다. 5‧16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탈취하고 반공을 국시로 삼아 18년간의 독재를 펼친 ‘다카키 마사오’, 박정희의 딸이라는 이유로 대통령에 옹립되었지만 임기 4년 만에 쫓겨나 수임번호 503번으로 수감 중인 ‘503’, 4대강 녹조라떼 생산 사업과 친재벌 정책을 통해 나라를 신자유주의 삽질 공화국으로 만든 ‘MB’, 박근혜의 악정을 견디다 못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일어나 새로 선출한 대통령 ‘이니’, 여전히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반성 없이 거짓말로 범벅된 회고록을 출간하며 황제 노후를 즐기는 ‘29만 원’, 삼성 재벌 3세로 대한민국 슈퍼 갑이며 금수저인 ‘재드래곤’, 인종과 성별 및 종교 문제에 대한 극단적 태도로 수많은 안티를 양성 중인 미국 부동산 재벌 ‘도람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3대 세습 지배자이자 한반도 긴장 유발의 주범 ‘핵정은’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 같은 인물 소개는 우리가 그토록 청산하기를 원하는 적폐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정권이 수차례 바뀌는 동안 자본과 권력의 틈바구니 속에서 신음하며 살아온 우리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명제를 스스로 연대와 용기로 증명했다. 단 한 줌의 빛이 짙은 어둠을 몰아내듯, 『빛은 어둠을 넘어』는 그 증명에 관한 기록이 되었다. 그러므로 작가의 표현처럼, 이 만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우리의 이웃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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