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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나였을 때 '원(one)'세상과 마주한 결합 쌍둥이 자매, 마침내 빛나는 삶을 꿈꾸다!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8.01.0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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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머리가 둘, 심장도 둘. 그레이스와 티피의 상반신은 확실히 둘이지만 허리 아래로는 하나다. 좌골부 결합형 쌍둥이인 그녀들은 16살에 첫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후원금이 떨어져 홈스쿨링을 지속할 수 없다는 우울한 이유로 입학하게 됐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친구가 생기자 그들은 점차 진정한 우정과 사랑을 꿈꾼다. 소중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어느 날,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갑자기 쓰러진 그레이스와 티피는 대부분의 결합 쌍둥이가 그렇듯 그들도 심장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게 되는데…….

 

어떤 삶에도 아름다운 순간은 반드시 찾아온다

특별한 쌍둥이가 전하는 반짝반짝 학창 시절 이야기

소설 『원』은 16년간 홈스쿨링을 받아온 결합 쌍둥이가 난생처음으로 입학한 고등학교에서 꿈꾸던 평범한 학창 시절을 실현해 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전한다. 작가 사라 크로산은 이 작품으로 그해 최고의 청소년 문학 작품에 수여되는 카네기 메달을 받았다. 잘 알려진 팀 보울러의 『리버보이』도 카네기 메달 수상작 중 하나다. 크로산은 섬세한 감정 묘사와 뛰어난 유머 감각, 과감한 형식적 실험을 통해 남녀노소를 불문한 독자들을 소설 속 주인공의 이웃으로 불러들인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쌍둥이 자매의 일기장을 엿보는 기분으로 그들의 하루하루에 함께 울고 웃으며 각자의 유년기, 그리고 오늘의 삶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레이스와 티피는 담당의에게 정기 검진을 받는 순간에도 수련의들의 노골적인 시선을 피할 수 없다. 도처에 널린 시선을 피해 16살이 되도록 집에서 교육을 받아왔건만 후원금이 떨어졌다는 우울한 이유로 뒤늦게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늑대 소굴에 제 발로 들어가는 기분도 잠시, 그들은 등교 첫날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새 친구를 맞이하는 야스민과 존을 만난다. 넷은 또래 아이들이 그러하듯 그들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비밀을 공유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간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기적 같은 인연을 만났을 때의 행복. 『원』은 그 충만한 순간이 어떤 삶에도 찾아온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진심

죽음의 문턱에서 되뇌는 인간 삶의 의미

그레이스와 티피가 입학한 이유가 그랬듯 부족한 돈 문제는 인간의 존엄성마저 갉아먹는다. 엄마는 더 이상 몸단장에 신경 쓸 여유 없이 일로만 점철된 하루를 살고 아빠는 길어지는 실업 기간에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인다. 집세를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멀리 이사 갈 지경에 이르고, 쌍둥이 자매가 전학을 고려해야 함은 물론 동생은 좋아하는 발레 공부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 닥친다. 그레이스와 티피는 학창 시절 대신 자존심을 포기하며 방송 출연을 결심한다. 하지만 결합 쌍둥이로 태어난 운명을 비극이라 여기지 않는 쌍둥이 자매에게 감화한 다큐멘터리 책임자 캐롤라인은, 상업용이 아닌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담은 결과물을 만들려 노력한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채 돈보다 진심을 우선시하는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웅크린 것을 일으킬 작은 용기를 얻게 된다.

건강 문제로 생존율이 극히 낮은 분리 수술을 앞둔 그레이스와 티피가 마지막으로 한 일은 나무 타기였다. 나뭇가지에 올라앉은 티피가 묻는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모두의 예상을 넘어 우리가 이렇게 먼 곳까지 왔으니까. 난 행복한 것 같은데, 넌 어때?” 그리고 그레이스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도 행복해. 하지만 너무 무서워. 깨어났는데 네가 없으면 어쩌지? 너 없이는 깨어나고 싶지 않아.” 살면서 우리가 재차 확인해야 할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하찮은 인간 삶의 의미는 어쩌면 주인공과 그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이 전부가 아닐까.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시종일관 밝고 차분하게 풀어낸 이 책은 ‘힐링’을 위한 소설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이선영 기자  sunneeh@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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