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왜 전쟁을 하는가? 유럽의 전쟁 수행은 평화세력으로서의 정체성과 양립 가능한 것인가?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이 책은 탈냉전 시기 국제정치에서 미국의 주도적인 역할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세력으로 기대됐던 EU와 그 회원국들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입장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규명하고 그 변화과정을 추적하는데 주요 목적을 둔다. 특히 탈냉전 시기의 주요 국제분쟁으로 걸프전(1991)과 보스니아 내전(1992–1995), 코소보 내전(1999), 아프가니스탄 전쟁(2002), 그리고 이라크 전쟁(2003) 등 다섯 사례를 선정하고, 각 전쟁에 대한 EU의 대응을 1) 문제해결의 역량 및 효율성, 2) 상징 및 담 론 차원이라는 두 차원으로 나누어 분석함으로써 1990년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과정에서 유럽연합이 차지하는 위상을 설명하고자 한다.

또한 EU가 차지하는 역할의 의미를 다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네 차례의 전쟁에 대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의 대응을 EU 차원의 대응과 비교하는 과정을 거치고, EU의 대응과 미국의 대응을 비교하여, 이른바 미국의 패권을 중심으로 한 ‘대서양주의’와 다자주의 틀을 기반으로 한 ‘유럽주의’ 사이의 갈등을 분석했다. 이와 같은 비교를 통해 이 연구는 유럽적 시각(European view)이란 무엇이며, 이러한 유럽적 시각이 기반하고 있는 논리는 무엇인지, 그리고 나아가서 이와 같은 유럽적 시각은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 파악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 제기하는 주요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과연 유럽이 추구해 왔던 노선이 힘(power)에 기반을 둔 미국의 현실주의적, 일방주의적 시각과 대비되는 자유주의적, 다자주의적 노선이었는가? 예컨대 로버트 케이건(Robert Kagan)이 주장한 힘의 우열(power and weakness)에 대한 인식은 유럽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과연 타탕한 것이었는지, 유럽이 주창해 온 자유주의, 다자주의의 본질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유럽이 취해온 노선이 어느 정도까지 미국의 입장과 거리를 두고 있던 것이었는지 등이 주요한 논점들이다.

둘째, 유럽이 추구해 왔던 것으로 인식돼온 자유주의적, 다자주의적 접근방식이 과연 현실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으며, 그 한계는 무엇인가? 이는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의 방식으로서 다자주의적 접근 방식이 가지는 의미에서부터 시작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탈냉전시기 국제분쟁에서 이러한 다자주의적 접근방식이 어떻게 적용되어 왔는지를 고찰함으로써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셋째, 미국 중심의 대서양주의와 EU 중심의 유럽주의 사이의 대립구도 하에서 어떤 새로운 형태의 인식적 수렴이 발생해 왔는가? 이러한 수렴은 구성주의적 입장에서 어떠한 함의를 갖는가? 이 질문은 주로 유럽의 입장에서 탈냉전시기 전쟁을 거치면서 EU가 새로운 학습(learning)과 상호작용 (interaction)을 통해 어떻게 정체성을 확립해 갔는지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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