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엔터테인먼트
서울의 풍경과 권위의 연출 '임금의 도시'풍경과 장소가 연출하는 입체적 역사의 현장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8.01.08 09:54
  • 댓글 0
  • 글씨키우기
  • 메일보내기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고대도시 경주의 탄생』에서 천년고도 경주의 공간적 분석을 통해 신라가 강력한 계급사회와 지방차별 정책으로 정복국가의 성격을 띠었다는 새로운 해석을 선보였던 저자는 『임금의 도시』로 공간 속 역사, 역사 속 지리라는 주제를 더 확장시킨다. 저자는 문화유산과 전통건축물의 배경으로만 머물렀던 풍경과 역사의 공간적 무대로만 여겨진 장소성을 주인공으로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던져준다.
저자는 광화문 풍경을 보여주면서 과연 우리가 낯익은 우리 풍경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물은 후 서울의 여러 궁궐을 답사하면서 풍경이 감추고 있는 권력의 맥락을 찾아낸다. 이를 통해 주관적 감상의 대상이었던 풍경을 역사 읽기와 문화유산 연구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처럼 우리가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실에 대해 저자는 질문을 이어가면서 우리가 사실은 풍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꼬집어낸다.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풍경 이야기는 한양 천도를 둘러싼 임금과 신하의 신경전으로 이어졌다가 다시 한양의 특이한 도시구조의 미스터리로 연결되고, 한국 전통 건축물의 규모는 왜 작은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간다. 서울에서 개성과 경주로, 조선에서 고려와 신라로 거슬러올라가면서 저자는 평면적 역사를 극복하기 위해 다채롭게 펼쳐지는 공간과 풍경 그리고 건축에 얽힌 다양한 질문들을 던진다.

● 태조와 공신은 왜 천도를 두고 대립하였는가?
● 광화문과 경복궁 풍경은 소박하고 아늑한 풍경일까?
● 한양의 설계자들은 왜 숭례문과 광화문을 연결해주는 대로를 만들지 않았을까?
● 왜 우리 전통건축물은 작을까?
● 어떻게 시야를 통제해서 권위를 연출할 수 있을까?
● 삼국시대의 그 많던 거대한 목탑들은 어디로 갔을까?
● 목탑이 석탑으로 변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 풍수는 미신에 불과한 비합리적 믿음이었을까?
● 풍수는 어떻게 무덤에서 도시로 확장되었을까?
● 선조와 인조는 왜 방어 한번 못하고 서울을 포기했을까?
● 조선은 어떻게 산성의 나라가 되었을까?
● 보신각 종소리는 어떤 의미였을까?
● 서울에는 왜 전통정원이 적을까?


이처럼 장소와 풍경에 얽힌 다양한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역사 이해와 문화유산 감상이 가능해진다. 또 지금껏 간과되어 왔던 장소와 풍경을 통해 역사를 접근함으로써 인물과 사건 중심의 역사로는 놓칠 수밖에 없었던 공간적 행간과 사회적 맥락을 불어넣는다. 『임금의 도시』가 보여주는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역사의 장기적 흐름을 조망하게 해줌으로써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를 훨씬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모든 권력은 권위를 시각화한다!
풍경에 담긴 권력의 코드: 어떻게 작은 건축물로 권위의 풍경을 연출할 것인가? 저자는 소박하고 아늑한 풍경으로 받아들여졌던 우리 광화문 풍경을 비롯한 서울의 궁궐 풍경이 사실은 왕의 권력을 과시하는 권위의 풍경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풍경이야말로 단순히 건축물의 배경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이 만나는 접점에서 빚어지
는 역사적·정치적 코드가 시각화된 강렬한 상징임을 밝혀낸다. 이처럼 우리 궁궐 풍경을 권위의 연출로 이해했을 때 비로소 우리 전통건축물의 규모가 작은 이유, 한양 도시 설계의 미스터리 등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익숙하고 낯익은 광화문의 풍경이 어느새 지금껏 알지 못했던 낯설고 장엄한 왕의 풍경으로 다가올 것이다.

풍수는 권위 있는 장소를 찾는 공간이론이다!
풍수에 대한 현대적 해석: 어떻게 풍수를 미신이 아닌 새로운 역사 연구의 주제로 만들 것인가? 저자는 우리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던 풍수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을 시도한다. 오늘날에도 풍수는 여전히 학문적 영역이라기보다는 증명불가능한 종교에 가깝다. 그 결과, 보편적인 학문의 주제가 되기보다 한국적 가치에 대한 논쟁에 사용되는 소모적 대상에 머물고 있다. 저자는 풍수를 ‘권위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한 공간이론’으로 접근함으로써 풍수가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재발견하고자 한다. 저자는 풍수가 지배자들에게 정당성과 명분을 제공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기능했음을 여러 역사적 사례를 통해 증명하고, ‘음택 풍수’에서 시작되어 ‘양택풍수’로 확장되어 온 공간이론으로서 풍수가 우리 역사를 연구하는 새로운 공간적 접근법임을 보여준다.

문화유산은 역사와 장소가 결합된 공간이다!
주차장 관람이 보여주지 않는 풍경: 우리 문화유산을 어떻게 ‘체험’할 것인가? 저자는 우리의 다양한 문화유산, 궁궐, 사찰, 탑, 성곽, 정원 등을 감상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준다. 지금까지 많은 문화유산 답사기와 해설서가 나왔지만 대부분 탐미적 관점에 치우친 데 반해, 이 책은 문화유산과 장소성, 역사성을 강조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요 건축물만 보고 나오는 요즘의 관람 방식이 문화유산이 가진 역사적, 장소적 맥락을 얼마나 왜곡시키고 탈색시키고 있는지 문제점을 지적한다. 나아가 문화유산을 만든 설계자와 건축가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문화유산을 보는 새로운 관점과 총체적 변화를 촉구한다.

 

 

이선영 기자  sunneeh@sisamagazine.co.kr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선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