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할 줄 안다는 것이란 무엇인가? 현대인의 눈으로 재현한 일본 에도시대의 생활사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만족을 알다』는 2백여 년 전 일본 에도시대(1603~1868) 후기, 즉 전통기술과 문화가 무르익어 정점에 달했던 시대이자 서양에 문호를 개방하고 선진공업국 대열에 들어서기 직전 일본인들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에 관한 책이다. 에도시대 일본은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농업, 임업, 건축, 도시계획, 운송수단, 그리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줄 알았다. 환경에 부담이 적은 재료, 고품질과 내구성, 재사용과 재활용하기 쉬운 설계, 공중목욕탕과 조리된 음식을 파는 식품시장처럼 집단에 제공하는 서비스로 소비를 억제했다.

저자는 에도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난 현대인의 눈으로 지금은 사라진 에도 인들의 생활양식을 관찰한다. 에도시대 농촌과 농민, 도시와 상인, 무사(사무라이)들의 삶과 문화를 광범위한 연구를 바탕으로 재현한다. 수백 컷의 세밀한 삽화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여준다. 에도 인들이 보여준 생태적 삶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의 지침서가 될 것이다. 저자는 비록 에도시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지금 사라졌지만 그들이 추구해온 생태적 삶의 철학은 충분히 현대인의 삶에 반영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현대인들의 수준 높은 과학시스템과 에도시대 사람들의 지혜로운 선견지명을 연계하자고 제안한다.

 

자연에 순응하며 조화를 추구한 삶

에도시대 농촌의 삶은 자연에 순응하며 충분히 자급자족할 수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산악 지형이 많은 일본은 쌀 생산에 많은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에도시대 막부는 무분별하게 산을 개발하여 논밭을 만들지 못하게 하였다. 대신 체계적인 물관리와 관개수로를 정비해 쌀 생산량을 늘리고 농한기 때 가내수공업을 장려하여 농민들의 의식주 해결을 도모했다. 거기에 에도시대 농민들의 몸에 밴 재활용과 재사용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며 조화로운 삶을 높여주는 중요한 정신적 자산이었다. 산림자원이 풍부하지만 한때 무분별한 산림 파괴로 자연이 망가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경험한 에도 인들은 지혜롭고도 계획적인 수목 관리를 했다.

 

지속가능한 도시와 시민들의 생태적 삶

서양에 문호를 개방한 에도시대는 상공업이 발달하며 도시규모도 커져갔다. 그 중 에도는 일본의 번창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한정된 토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했다. 늘어나는 인구를 위한 대책으로 신분에 따른 주거공간의 제한이나 공동주택을 공급했다. 자연친화적이며 과학적인 상하수도 설비를 구축해 위생과 삶의 질을 높여 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에도 인들의 절약과 검소한 생활 습관이다. 그들의 재활용과 재사용 방식은 에도 인들이 얼마나 생태적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고 있다.

 

무사계급의 절제된 삶

우리에게 일본의 무사(사무라이)는 주군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검객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귀족계급으로 자부심도 강했지만 에도시대 들어와 평화가 지속되자 무사들의 역할도 점차 줄어들었다. 무사들은 일반 관리가 되거나 생활을 위해 다른 일도 해야 했다. 무사들의 생활은 검소했지만 많은 무사들의 생활이 궁핍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무사로서의 품격만큼은 갖추고자 노력했다.

 

에도시대의 삶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과 실천과제

이책의 각 장 끝에는 에도 사람들의 생활방식에서 어떤 점을 본받아 현대생활에 접목시키면 좋을지 간단히 여러 키워드를 넣어 제안을 하고 있다. 농민의 삶 부분에서는 생태계의 중요성을 이해할 것, 자연에서의 채집을 배울 것, 순환형 농업을 지향할 것, 물 공급에는 중력을 이용할 것, 폐기물 제로를 목표로 할 것 등이 있다. 상인의 삶 부분에서는 지역 상가를 소중히 할 것, 제조업자는 자사 제품의 생명주기에 투자할 것, 친환경적인 건축자재를 사용할 것 등을 제안하고 있다. 무사의 삶에서 부분에서는 거주자의 개성을 말해주는 집을 만들 것, 유연성이 풍부한 에도 양식의 정원 설계를 활용할 것, 도시에서의 농업을 가능하게 할 것 등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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