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한 줄이 주는 소소한 행복, 정성 가득한 엄마의 손 맛

[시사매거진 237호=정용일 기자] 동대문구 회기동 회기시장골목에는 무려 30년 동안 매일 새벽 가게 불을 밝혀 온 조그만 김밥집이 하나 있다. 겉에서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가게이며 안으로 들어가면 실내 평수는 생각했던 평범함보다도 더 작다. 이 조그만 공간에서 지난 30년 동안 김밥을 말아 오며 김밥 하나로 많은 사람들에게 소소한 행복을 안겨다 준 회기김밥의 사장 서 씨는 이 지역에서 만인의 이모 또는 엄마로 통한다. 10년 넘게 회기 김밥집을 찾는 본지 기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서 씨는 다정다감한 이모이자 엄마다.

불경기가 지속되고 국내 소비가 둔화되면 직격탄을 맞는 업종이 바로 외식업이다. 경기가 안 좋으면 사람들은 지갑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먹는 소비를 가장 먼저 줄인다. 때문에 외식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급감하는 등 업계 전반에 걸쳐 냉기가 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언제나 변함없는 가격을 고수하고 오로지 성실함 하나로 작은 가게를 30년 간 운영해오고 있는 조그만 김밥집이 있다.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에 위치한 회기김밥이다.

이곳 인근에는 경희 초·중·고등학교 및 경희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가 있어 학생 손님들도 꾀나 많은 편이다. 회기김밥 서 씨의 친엄마 같은 푸근함과 언제나 밝은 미소는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큰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누가 뭐래도 음식의 맛이다.

이곳의 김밥은 지난 오랜 세월동안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작 그 김밥을 보면 가게의 외관 만큼이다 평범하다. 하지만 겉만 보고 판단하면 큰 오산.

일단 이곳의 김밥은 그 크기도 크거니와 안의 내용물이 튼실하고 무엇보다 김밥의 가격이 저렴하다. 맛도 있는데 가격까지 저렴하고 서 씨의 언제나 변함없는 엄마와 같은 다정다감한 미소와 친절함에 넘어오지 않을 손님이 어디 있으랴. 거기다가 요즘은 새로운 메뉴인 ‘땡초김밥’과 ‘꼬마김밥’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서 씨가 개발한 땡초김밥 특유의 톡 쏘는 매운 맛은 정말 중독적인 맛이다. 회기김밥에서 땡초김밥을 처음 맛보았을 때 도대체 이 매운 맛이 무슨 느낌인지에 대해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정도다. 또한 꼬마김밥은 어린 아이들이 한입에 쏙 넣고 먹기에 제격이라 어린아이들에게 주려고 엄마들이 많이 찾는 인기메뉴다.

 

가끔은 동네 사랑방

한 곳에서 워낙 오랜 세월 장사를 해오다보니 인근 지역 사람들은 회기김밥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어르신들은 가끔 이곳에 들러 김밥 한 줄 시켜 먹으며 서 씨와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등 이곳은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가족에 대한 얘기, 그 날 그 날 뉴스에 나오는 세상 돌아가는 얘기 등등 대화의 주제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가게의 실내 공간이 협소해 서 씨와 수다를 떠는 것도 타이밍이 잘 맞아야 한다. 손님이라도 들어오면 한산했던 가게 안이 순식간에 북적거리는 상황이 벌어지니 말이다.

서 씨는 “공간이 협소하지만 그 대신 겨울에는 금방 따듯해지고 여름에는 금방 시원해져 나름 장점도 있어요”라며 서 씨 특유의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이렇듯 언제나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는 그의 유쾌한 생각과 행동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작은 즐거움과 행복을 안겨다주기도 한다.

“많은 분들의 따듯한 사랑 잊을 수 없어요”

올해 마지막으로 남은 막내아들 장가보내고 이제 정말 남 부러울 게 없다는 서 씨는 이제는 정말 마음 편안하게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을 때까지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맛있는 김밥을 만들어 줄 생각이라고 말한다. 이곳을 찾을 때마다 언제나 변함없는 미소로 손님들을 반겨주는 서 씨지만 지난 4월 큰 아픔을 겪기도 했다.

막내아들 상견례 하는 날 새벽 갑작스럽게 고인이 된 남편. 그로인해 가게 문을 한동안 닫았었다는 그는 남편의 장례를 치르고 난 후 다시 가게 문을 열었을 때 정말 뭉클하고 고마움에 눈물이 흘렀다고 말한다.

시장골목의 상인들부터 수많은 손님들이 찾아와 안아주고 위로해주며 또 어떤 손님들은 김밥 한 줄 시키고 3만 원 5만 원을 테이블 위에 놓고 달아나듯 가버린 일 등 오랜 기간 이어진 주변 사람들의 가슴 따듯했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하나에 너무나 큰 고마움과 감동을 받았다는 그는 그 고마움들을 절대 잊지 않고 앞으로 살면서 모든 분들에게 그 은혜를 꼭 갚고 싶다고 말한다.

회기동 시장골목 작은 김밥가게의 주인과 손님으로 맺어진 인연들이지만 그 인연들은 그보다 훨씬 큰 신뢰와 정으로 맺어진 값진 보물이었던 것이다.

앞으로도 서 씨가 만들어주는 맛있는 김밥들을 계속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 서 씨의 다정다감한 미소를 계속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항상 건강하셔야 할 것 같다. 욕심 없는 다정스럽고 작지만 큰 가게 ‘회기김밥’, 언제나 신선한 식재료와 밝은 미소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회기김밥’을 모두가 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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