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경악비리”발표 3일천하 후 폭풍
증거없는 의혹제기, 네거티브전략에 국민들 식상

‘한나라당 중요인사의 경악할 만한 비리’를 밝히겠다고 별렀던 열린우리당이 이명박 서울시장의 ‘별장파티’ 의혹을 제기했다. 5·31 지방선거를 앞둔 대 한나라당 공세의 포문인 셈이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얼마 앞둔 시점에서 연 이번 네거티브 전략은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할 듯 싶다.



열린우리당은 4월 16일 이명박 서울시장이 이른바 '황제 테니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선병석 전 서울시 테니스협회장과 '별장파티'를 함께 할 정도의 특수한 친분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서울시장 측은 "허위사실"이라고 부인하며 "정동영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등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도 "지방선거를 겨냥한 치졸한 정치공세"라고 몰아붙이며,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이 시장과 선 전 회장은 지난 2003년 10월 경기도 가평의 한 별장에서 파티를 함께 할 정도로 특수 관계였다고 주장하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앞서 김한길 원내대표는 지난 4월 14일 "한나라당의 대단히 중요한 인사에 대한 비리가 상당 부분 확인됐다"며 "내주 발표하게 되면 국민이 경악할 만한 사안"이라고 밝혀 정치권을 긴장시킨 바 있다.
이 시장과 관련, 법률구조위원인 안민석 의원은 "애초 '황제 테니스' 사건 발생 뒤 첫 해명에서 선 전 회장과 같이 테니스를 친 적이 있을 뿐 잘 알지 못한다고 해명하며 사건확산을 차단했지만 선 전 회장과 특수한 친분관계가 있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한 안 의원은 "당시 선 전 회장이 여성들을 (별장)파티에 참석하도록 주선했다"며 "이 자리에서 이 시장과 선 전 회장은 여흥을 즐겼다"고 주장했다. 파티에 참석한 여성들은 30대 중반의 모 대학교 성악과 강사를 포함한 몇몇 여성들이라고 열린우리당은 주장했다.
또 안 의원은 "이 별장은 이 시장을 비롯한 7명의 현대 고위간부 출신이 공동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등기부상 소유주는 이 시장의 처남인 김아무개씨와 현대 계열사 출신 6명 등 7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황제테니스의 핵심 문제는 선 전 회장과 이명박 시장과의 관계"라며 "이번 별장파티건을 계기로 두 사람의 특수한 친분관계가 확인된 만큼 검찰에서는 두 사람 관계를 철저히 수사해 황제테니스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 전 회장과 지난 6일 직접 만나 5시간 대화한 결과 이런 사실을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열린우리당은 울산시장에 재출마하는 한나라당 소속 박맹우 울산시장의 이권 개입 의혹도 제기했다.
우제항 의원은 이날 "박맹우 울산시장이 선거에 도움을 준 인사를 챙겨주기 위해 이권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며 "울산 문수구장 민간 위탁 및 울산대공원 위탁과 관련해 박 시장이 부정비리에 개입했다는 제보가 있어 대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서울시장 “법적으로 대응”
정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이날 염창동 당사를 찾아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별장파티'는) 정례적인 테니스회 동호회의 야유회에 이 시장이 참석한 것이고, 야유회 장소도 별장이 아닌 처남 소유의 25평짜리 전원주택"이라고 반박했다. '별장파티'의 시기와 관련해서도 "2004년 7월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정 부시장은 "이 시장은 선 전 회장을 모른다고 한 적이 없으며 줄곧 '선 회장'이라고만 불렀기 때문에 이름을 정확히 몰랐다고 얘기한 것"이라며 "1년 가까이 테니스를 같이 쳤는데 어떻게 그를 모르겠느냐"고 설명했다.
정 부시장은 "열린우리당의 주장은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로 부각된 이 시장을 흠집내려는 시대착오적 정치공작의 전형"이라며 "정동영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우상호 대변인, 안민석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이 된 선병석 전 회장도 이날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열린우리당이 제기한 의혹을 부인했다.
선 전 회장은 "(테니스) 동호인들의 모임이었을 뿐"이라며 "음식과 술도 우리가 거의 준비해갔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이 '당시 선 전 회장이 30대 중반의 모 대학교 성악과 강사를 포함한 여성들을 (별장)파티에 참석하도록 주선해 여흥을 즐겼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 선 전 회장은 "당시 참석한 여성들은 4~5명으로 모두 동호회 회원"이라며 "그 외에는 동호회 회원의 친척인 부부밴드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선 전 회장은 "날짜는 2004년 10월 초가을 쯤으로 기억하지만 서울시에서 말하는 7월이 맞을 것"이라며 "이 시장이 참석한 야유회는 그 때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시장이 모임에 합류한 시점은 서울시 측과 말이 달랐다. 정태근 부시장은 "당시 이 시장은 토요일인데도 업무를 다 끝내고 (밤) 10시가 넘어서 (야유회 장소에) 도착한 걸로 기억한다"고 밝혔지만, 선 전 회장은 "이 시장은 오후 4, 5시쯤 와서 (테니스를) 두 게임쯤 하시고 저녁을 같이 먹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추악한 폭로전을 시작했다며 김한길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전의 전면에 서서 시작도 안한 지방선거를 혼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김 원내대표는 법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대변인은 "이번 '김한길 공작 사건'은 지난 대선 때 '김대업 사기극' '설훈 사기극'의 연장선상이자 시대착오적 구태정치"라며 "지방선거에 앞서 인위적으로 판세를 뒤집으려는 고육지책이지만 잘못된 선택"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장 예비후보들도 발끈했다. 홍준표 의원은 "추악한 네거티브 전략"이라며 "정치공작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맹형규 전 의원 측도 "터무니 없는 정치공세로 열린우리당이 스스로 표 깎아먹는 일을 하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을 야유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이 이권 개입 의혹을 제기한 박맹우 시장도 이날 "천부당 만부당한 내용"이라며 "선거나 경선 때가 되면 흔하게 흘러다니는 설을 가지고 집권당이 지방자치단체장을 이렇게 흠집낼 수 있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이어 박 시장은 "열린우리당이 제기한 의혹은 모두 해명됐거나 문제가 없는 내용"이라며 "법적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혹 제기 수세 몰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제기한 데 대해 당 안팎에서 거센 역풍이 일었다.
한나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김한길 원내대표가 언급한 '경악할 비리'라는 게 겨우 이 정도냐"며 "구시대적인 폭로 정치로 오히려 국민에게 정치 염증만 심화 시키고 당 이미지만 나빠졌다"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4월 17일 이 같은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전날 파상공세를 편 것과 달리 이날 공식 회의에선 말을 삼가는 등 사태 수습에 부심했다.
당 지도부의 해명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내 분위기는 싸늘했다. 호남 출신 초선 의원은 "당이 작심하고 발표한 내용 치고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든 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의원은 "당 지도부가 오버한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증거나 증언 등을 확실히 확보해 관련자가 부인하지 못할 정도 로 확실히 했어야 했는데 경솔했다"며 "폭로정치나 인신공격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여당에 대한 불신을 털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자성론을 폈다. 당 홈페이지에는 지도부를 겨냥한 당원들의 비난이 줄을 이었다.
ID '비토세력'은 "이번 발표는 네거티브 선거의 전형이다. 선거 전략에 개념 없는 모습이 경악스럽다"고 빈정댔다.

열받은 한나라 '공작정치 대책반' 가동
열린우리당의 “온 국민이 경악할 만한 비리” 폭로가 ‘3일 천하’로 끝난 가운데 한나라당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태세다.
한나라당은 열린당이 제기한 이명박 서울시장의 이른바 ‘별장 파티’ 의혹과 관련, “3류 정치공작”으로 규정짓고 당 자체 대책반을 가동해 진상조사를 벌이는 한편, 정치공작 사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키로 하는 등 공격 수위를 높였다.
이에 반해, 지난 14일 “온 국민이 경악할 만한 한나라당 주요인사의 비리를 밝히겠다”며 공언했던 열린당 측은 다소 기세가 누그러든 분위기다.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최근 한나라당은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가지고 깨끗한 선거를 치르려고 하는데, 5.31지방선거를 앞두고서도 열린당이 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너무 비열한 3류 정치공작으로 정치권 전체를 오염시키고 있다”며 이 같이 밝히고 “그동안 준비해온 ‘정치공작 금지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원내대표는 “(열린당이) 사실이 아닌 것을 계속 언론에 TV연속극처럼 방송토록 함으로써 국민들이 이를 사실인 것처럼 믿게 하고, 선거가 끝난 후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관련자들이 감옥에 가더라도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고자 한다”면서 “당내에 ‘정치공작 대책반’을 구성해 지금까지 열린당이 폭로한 것들이 과연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진상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강두 최고위원도 “고유가 지속과 환율 급락으로 수출·투자가 부진해 실업자가 양산되고, 서민들의 아우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인터넷 댓글을 통해 정부비판 언론에 대한 공격을 부추기고, 여당의 원내대표는 있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음해공작을 벌이고 있다”면서 “노무현 정권과 열린당은 (집권에) 자신이 없으면 정권을 내놓고 두 손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건영 수석정조위원장 역시 이날 별도의 성명을 내고 “김대업 사건, 기양건설 비자금 수수설, 설훈 전 의원 20만 달러 수수설 등 과거 흑색선전의 수혜자들이 아직까지도 구태의연한 공작정치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열린당은 정치사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냐”고 맹비난했다.
이계진 대변인도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열린당의 이번 폭로전은 강금실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을 노린 네거티브 선거전략이다”며 “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정책이 빈약하고 자질이 부족한 후보자를 억지로 당신시키기 위한 마타도어 수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대선 직후 여당의 허위 폭로전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해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김한길 원내대표가 허위 폭로의 마지막 정치인 되게 해야 한다”며 그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맹형규 전 의원도 논평을 통해 “열린당 김 원내대표의 행태는 ‘아니면 말고’식의 전형적인 폭로정치다”며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다. 열린당의 폭로정치는 국민의 심판으로 망할 것이다”고 강력 경고했다.



여당 “‘경악’ 표현은 유감”
반면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당의장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전날 안민석·우제항 의원 등이 제기한 이명박 시장의 이른바 ‘별장 파티’ 의혹과 박맹우 울산시장의 특혜 입찰 의혹 등과 관련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지난 언론과의 만남에서 (‘경악할 만한’이라는) 표현 때문에 무슨 예고처럼 비취진 것은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또 “(정치공작 등)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5.31지방선거가 정책 선거가 돼야 함은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명박 시장 관련 의혹에 대해 김 원내대표만 입장을 표명했을 뿐 정동영 의장 등 다른 지도부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한나라당의 ‘정치공작 금지법’과 관련해 노웅래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무책임한 폭로 식의 정치공작은 한나라당의 전공 아니냐”고 반박하면서 “현 상황에 물 타기를 하려는 게 아니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이른바 ‘정치공작 금지법’은 “선거와 관련한 허위 사실 폭로자에 대해 72시간 내에 그 사실 여부가 가려지지 않을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특히 대선 후보자의 경우 후보자 자격 박탈은 물론 당선 무효에 처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나라당은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3대 정치 공작 특검법(제16대 대통령 선거 관련 3대 의혹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임시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해 구태·공작정치를 근절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국회는 지금 ‘진상조사단’ 천하
정치권에 각종 루머성 의혹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앞다퉈 자체 진상조사단을 만들고 있다. 올 들어 각 당이 만든 진상조사단은 모두 10여개에 달한다.
열린우리당은 올해 초 발족한 ‘선거구 획정 날치기통과 진상조사단’을 비롯해 ▷이명박 서울시장 테니스 뇌물의혹 진상조사단 ▷부산시장 직권남용 현장조사단 등을 운영 중이다. 또 이달 들어 서울시의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부지 특혜분양 의혹과 관련해 임종석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한나라당은 당내 의원들이 올 들어 한 번씩은 진상조사단에 소속될 만큼 가짓 수가 많다.
윤상림게이트 진상조사단’을 비롯해 ▷당비대납조사단 ▷이해찬 골프게이트 진상조사단 ▷여성재소자 성폭력조사단 ▷김재록게이트 진상조사단 등이 대표적이다.
또 최근에는 ‘외환은행 불법매각 진상조사단’을 구성한데 이어 18일 여당의 이명박 시장 ‘별장 모임’ 의혹 제기와 관련, ‘공작정치진상조사단’을 별도로 꾸렸다.
진상조사단은 수사기관의 공식적인 수사가 진행되기 앞서 갖가지 의혹들에 대한 규명작업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반면 무차별적인 폭로와 공방을 양산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당 황제테니스 조사단의 경우 지난달 서울 잠원동 실내테니스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천장에 걸린 상량문에 이명박 시장의 이름과 함께 ‘龍(용)’과 ‘龜(구)’자가 적힌 것을 보고 “이 시장이 벌써부터 대권욕에 사로잡혀있다”고 공세를 폈지만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상량문에 쓰이는 것이라고 밝혀 헤프닝으로 끝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마다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상대 당의 흠집을 찾아내려는 시도가 우려된다”면서 “조사단의 활동이 별다른 성과 없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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