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237호=장경동 칼럼위원] 고부 갈등, 참으로 케케묵은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당사자들에게는 참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시어머니보다는 며느리가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며느리가 힘든 만큼 시어머니도 힘들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내가 힘든 만큼 상대방도 똑같이 힘듭니다. 옛날에는 며느리가 시어머니 앞에서 숨도 못 쉴 정도로 거의 일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래도 며느리의 기가 엄청 살아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반대인 경우도 상당히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시어머니는 괴롭고 억울합니다. 자신이 시집 왔을 때 시어머니 밑에서 죽을 고생을 했기에 이제야 시어머니 노릇 좀 하며 살겠다 싶었는데 세상이 변했습니다.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며느리살이 시킨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래서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미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시어머니가 모르는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미움을 받는 며느리보다 미움을 주는 시어머니 자신이 더 손해를 본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자신에게 좋지 않습니다. 미움을 받더라도 미워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며느리를 미워하면 미워하는 시어머니의 삶이 무너집니다. 며느리하고 시어머니가 싸우는 일에 힘을 다 쏟아서 진짜 중요한 일은 하지 못합니다. 힘을 합해서 살아나가기도 힘든 세상에서 서로 싸우는데 힘을 다 쏟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생각을 조금 바꿔 보세요. 며느리가 미운 짓을 해서 밉다고 생각하지 말고 시어머니인 내 속에 미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대화로 풀어 나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텐데 속에 꿍하고 담고 있으니까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며느리도 바뀌어야 합니다. 시어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하면 전화 한 통이라도 해 보세요. “어머니, 집에 일이 생겨서 못 들렀어요. 다음 주에는 꼭 가도록 할게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며느리들은 ‘못 가면 그만이지, 전화해서 뭐해. 야단만 맞을 걸’이라고 생각해 전화를 안 하는 이 문제입니다. 절대 시어머니를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내가 어려워할수록 한없이 어려워지고 관계가 힘들어집니다. 시어머니 또한 며느리를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딸처럼 편안하게 대하면 관계가 나쁠 이유가 없습니다. 보통은 누군가가 나에게 무엇을 주면 좋고 안 주면 밉습니다. 반면에 주는 데도 미운 사람이 있고 안 주는 데도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잘하면 좋아하고 못하면 미움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잘해도 미움을 받는 경우가 있고 못해도 사랑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에 중요한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내 속에 미움이 있고 내 속에 사랑도 있다는 것입니다. 며느리든, 시어머니든 마음속에 미움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마음속에 미움이 있다는 것은 독을 품고 있는 것보다 더 나쁩니다. 항상 즐겁게 생각하세요.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갈등이 있더라도 웃으면서 이겨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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