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237호=김길수 발행인] 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다. 늘상 그렇듯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새해 계획을 세우고 갖가지 실천방안을 준비하느라 분주할 것이다. 물론 나름의 사정에 따라 더하거나 덜하기도 할 것이다. 또 세우고 싶어도 세울 미래가 없다고 토로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한 해의 첫날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를 가지는 듯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여전한 하루다. 2017년 12월 31일과 2018년 1월 1일의 물리적 시간 간격은 여느 때와 똑같다. 그런데 왜 우리는 전혀 다른 시간적 차이를 느끼는 것일까. 우리가 각인하고 있는 시간적 개념은 문명의 산물에 불과하다. 인간이 천체를 관찰하고 그 운행을 연구하면서부터 인류는 하루의 시간을 나누고 한 달의 시간을 나누고 1년의 시간을 나누었다. 그러나 이런 시간적 개념은 그야말로 개념에 지나지 않으며, 정작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지금’뿐이다. 지나간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는 그저 우리의 개념 속에 존재하는 시간일 뿐이다.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시간인 것이다. 그것에 매여 지금 현재를 포기하고 산다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어리석은 행동일지 모른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현재(present)’를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선물(present)’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다시 그 현재의 시점에서 인위적인 한 해의 시작을 맞고 있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적 시간을 준비하느라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누리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말자. 모든 것은 현재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달려있다. 그 현재의 시간들이 모여 과거가 되고 미래가 되는 것이다. 즉 현재라는 하나하나의 점들이 모여 나의 삶을 구현하는 것이요, 그래서 우리는 현재라는 시점에 충실히 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내 감정과 생각에 솔직해야 한다. 타인의 시선이나 생각을 지나치게 의식해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는 삶이 아니라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 타인을 배려하되 그들의 반응이나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해선 안 된다. 나의 행동 하나를 열 사람이 본다면 열 가지 평가가 나올 것이다. 그 모든 평가가 나에게 호의적일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렇다고 내가 그 모든 평가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 일희일비할 필요는 전혀 없다. 나는 내 가치판단에 따라 행동하면 되는 것이고, 타인은 그들의 가치판단에 따라 나의 행동을 평가하면 그만이다. 부정적인 평가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도 없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전전긍긍할 필요도 더욱 없다. 나 역시 그들의 행동을 내 가치대로 판단하니까. 옛말에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으나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인간 관계에서도 내가 최대한 노력해 좋은 이미지를 전달할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그렇게 생각해주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타인의 몫이다. 물을 먹고 안 먹고는 말의 선택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타인이 나를 좋게만 봐주기를 바라며 그들의 평가에 의기소침해하지 말고 어느 책의 제목처럼 ‘미움 받을 용기’를 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2018년 올해는 우리 다 같이 주어진 현재를 선물처럼 즐겁게 받으며 진정한 나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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