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기준에 따른 학교 폭력 대처법 전면 개정판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학교 폭력이 우리 사회에 거론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벼운 폭행부터 집단 따돌림, 성폭력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학교’는 깊이 병들어 있다. 최근에는 집단 폭력으로 피투성이가 된 학생의 사례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타고 퍼지면서 우리 사회를 경악케 했다.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학교 폭력 건수는 전년도 대비 15.4퍼센트나 증가했다. 초등학생의 경우 성폭력, 중고등학생의 경우 사이버폭력이 급증했다. 이처럼 갈수록 심화되는 학교 폭력은 근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이미 발생한 학교 폭력에 제대로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인 이 책은 저자인 전직 교사 이보람 변호사가 학교 폭력 문제를 지속적으로 접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수승화강水昇火降,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말에 꼭 들어맞게, 저자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법률가로서의 전문성을 어울러 이 책에 담았다. 학부모 편과 교사 편으로 나눠, 각 주체가 학교 폭력에 대처하는 법을 실무적이고 교육적인 측면에서 꼼꼼하게 다뤘다. 2014년 초판이 발행된 이후 바뀐 관련 법과 관련 기관 및 절차, 통계 수치 등을 2017년 최신 기준에 맞춰 꼼꼼히 수정 보완했다.

 

학교 폭력이 줄었다고? 어른들의 숫자 놀음 뒤에 아이들은 폭력에 방치된다

일반적으로 ‘학교 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력,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주는 행동 모두를 말한다(〈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 그러나 정의만 그럴듯하게 내렸을 뿐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파악한 학교 폭력 관련 통계는 그 수치가 민망할 정도로 제각각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통계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사회의 폭력 총량은 줄지 않았는데 학교 폭력만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라고 꼬집는다. 관련 학생들의 이민, 전학, 자퇴 등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실태 조사 참여율이 학교 평가 항목에 들어가는 것도 착시를 일으킨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렇듯 ‘어른’들이 숫자와 실적에 집착하는 순간에도 학교 폭력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애정과 전문성이 어우러진, 가장 실효성 있는 학교 폭력 대응 지침서

물론 학교 폭력은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이 책은 학교 폭력이 발생하는 현실을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학교 폭력의 원인을 찾아 근원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우리 사회 전체의 몫이라면, 이 책의 저자 이보람 변호사는 이미 발생한 학교 폭력에 초점을 맞춘다. 학교 폭력이 사라지는 ‘그날’이 오기 전까지 이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숙제’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로 눈을 돌리면, 학교 폭력에 대한 해결책은 ‘단순한 예방 지침’과 ‘가해자 처벌’에만 중점을 둔 실효성 없는 대책이 대부분이다. 저자는 직접 접한 26개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다양한 학교 폭력의 실태를 보여준다. 학교 폭력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린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중심에 놓고, 교사와 학부모가 해야 할 혹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차근차근 풀어놓는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야 하듯, 그는 교사로서 아이들과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안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고 애정 어린 목소리로 들려준다. 더불어 법률 전문가답게 꼭 필요한 것을 명확하게 집고 제시한다. 교육 현장에서 학교 폭력 문제로 고민하는 교사와 학교 폭력에 노출된 아이를 둔 학부모에게, 이 책은 친절하고 현명한 조언이자 지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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