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수사기법으로는 절대 잡을 수 없는, 새로운 연쇄 살인자들이 나타났다!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이 책은 FBI에서 25년 동안 근무하며 수백 명의 연쇄 살인범을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존 더글러스의 회고록이자 범죄와 인간, 인간성, 사회범죄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범죄학 보고서이며 뛰어난 트루크라임 논픽션이다. 저자 존 더글러스는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와 영화 <양들의 침묵>에 등장하는 수사관들의 실제 모델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존 더글러스가 없었다면 잭 크로포드(<양들의 침묵>)도 제이슨 기디언(<크리미널 마인드>)도 없었을 것이다.

 

프로파일링이라는 개념도, ‘연쇄 살인범’이라는 말도 존재하지 않던 시절, FBI에 입사한 저자 존 더글러스는 미국 전역을 돌며 신입요원과 경찰관 교육을 담당하게 된다. 다양한 범죄 상황과 범죄자들의 면면을 강의하는 와중에도 자신의 강의 내용이 실제 사건과 동떨어져 있음을 느낀 그는 마침내 ‘범죄자를 직접 만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여대생 살인마’로 잘 알려진 에드 켐퍼를 비롯해 지금도 수많은 영화와 소설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전설의 교주 찰스 맨슨 등 전설적인 살인마들을 만나 긴 시간 면담한 끝에 모든 범죄자에게는 저마다의 시그너처(signature. 범인의 개인적 충동을 드러내는 일종의 요소로 저자가 확립한 개념이다. 범죄 방식이 바뀌어도 시그너처는 변하지 않는다)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이 같은 시그너처를 분석해 범인이 어떤 사람인지, 범인의 인종과 나이, 성장배경, 당면한 상황 등을 역으로 상정하는 프로파일링 수사기법을 개발하게 되었다.

 

저자가 FBI에 입사하던 당시만 해도 미국 경찰은 범죄 사건, 특히 살인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피해자의 원한관계를 조사하고 주변을 탐문하는 지극히 고전적인 기법으로 수사를 해왔다. 그러나 분명 어떤 범죄자들은 피해자와 아무런 원한이 없음에도 그 피해자를 선택하고 잔혹하게 살해하며 변태적인 흔적을 남긴다. 저자가 고안한 프로파일링 기법이야말로 이러한 새로운 흉악범들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그러나 저자 역시 처음에는 경찰과 FBI 당국의 천대를 받으며 심령술사 비슷한 취급을 당했다. 심지어 경찰관에게 프로파일링을 제공할 때 흔적이 남지 않는 전화나 대화로만 조언하곤 했다. 그렇게 저자는 일명 ‘등산로 살인범’으로 불리며 10명 이상을 연쇄 살인한 데이비드 카펜터를 비롯해 20명 이상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죽인 ‘애틀랜타 어린이 언쇄 살해사건’의 범인 웨인 윌리엄스, 알래스카에서 20명 가량의 매춘부를 납치하여 사냥하듯 쏘아 죽인 로버트 핸슨 등을 검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모든 과정이 《마인드헌터》에 상세하고 솔직하게 담겨 있다.

 

《마인드헌터》는 결코 저자의 성공담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당시로서는 검거에 실패한 범죄자(BTK 교살자, 그린리버 살인범 등)에 대해 서술하며 자신의 실패를 고백한다. 그리고 인성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프로파일링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고백한다. 그는 온갖 잔혹한 살인사건의 면면을 홀로 검토하고 범인의 입장이 되어 그들의 내면을 탐구해야 했으며, 전국으로 출장을 다니고 재판에 참석하느라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도 지켜보지 못했다. 특히 아동 연쇄 살인, 강간 사건을 재구성하는 일은 베테랑 수사관인 그에게도 쉽지 않았다고 술회한다. 이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미국 전역을 충격에 몰아넣은 대형 사건을 해결하고, 프로파일링을 체계화한 저자의 노력은 범죄 수사의 기법과 절차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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