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지치고 상처받고 혼란스러운 당신의 마음을 다독여줄 그림책을 처방해드립니다.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삶에 응원이 필요한 순간, 다시 그림책을 읽다

사는 게 답답하고 아득해질 때, 내 마음 같지 않은 사람들 또는 일에 지칠 때, 남과 비교하며 자꾸 움츠러들 때, 오늘 하루 힘들었지 하며 다독이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절실할 때… 이런 마음에 그림책으로 말을 건네는 작가가 있다. 전작 《명화가 내게 묻다》에서 명화 속 인물을 통해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물음을 진솔하고 따뜻한 문체로 풀어내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던 저자는 이번에는 ‘그림책’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다독인다.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는 저자가 2014년부터 자신의 블로그와 브런치에 ‘에디터C’라는 필명으로 연재해온 ‘그림책 처방’을 재집필하여 엮은 책이다. 그림책에 마음을 기대고픈 이들의 사연을 받아 저자의 남다른 시선과 감성으로 고른 스물두 권의 그림책 속 주인공들은 다양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흔히 그림책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림책은 어느 연령대의 독자에게나 유효하다. 몇 분이면 뚝딱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분량도 적고 이야기의 구조도 단순하지만 그 안에 함축해놓은 주제와 메시지는 일반 책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깊이의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앞만 보며 살다 놓쳐버린 소중한 가치에 대해

마음이 묻고 그림책이 답하다

저자는 마감에 쫓기던 10여 년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 우연히 그림책을 집어들었고 큰 감동과 위안을 얻었다. 잡지 에디터로 수많은 인물들을 만나 질문을 던졌던 저자는 급속히 그림책에 빠져들었다. 그림책 속 인물들과 소통하며 어떻게 자신의 불안과 조바심과 자기 증명에 대한 숨 막히는 갈증을 어루만져주었는지에 대해 블로그에 기록했고, 자신의 경험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자 다양한 이들의 고민을 메일로 받아 그림책을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꿈이라는 막막한 단어 앞에서 자책하는 취준생부터 이별 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20대, 늘 남보다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달음박질하는 30대 직장인, 밥을 안칠 때마다 알 수 없는 서러움이 솟는 주부의 고민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원하는 이들의 메일이 쏟아졌다. 저자는 각 사연들을 꼼꼼하게 읽고 그림책을 고른 후, 자신의 경험과 풍성한 이야기를 더해 밀도 높은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림책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저 밝고 명랑한 이야기만 들려줄 것 같았던 그림책들은 어느새 일상에 지친 날선 마음을 해제시키고 묵직한 감동과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림책을 통해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그림책은 때론 유쾌하게 때론 먹먹한 감동으로 다정하게 읽는 이의 등을 토닥인다. 각 사연들의 주인은 따로 있지만 글을 읽다보면 지금보다 더 삶에 서툴렀던 어린 시절의 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늘 남들과 비교해 기대에 미치지 않는 나에 대한 실망과 고민을 곱씹어대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책은 이런 섬세한 감정과 불안, 고민을 드러내게 하고 세상으로 꺼내 보인다. 죽음이나 사랑하는 이의 부재와 같은 피하고 싶은 감정들에 대해서도 더 담담하게 마주하고 질문한다. 저자는 그림책을 통해 우리는 모두 부족하고 상처받고 끊임없이 흔들리고 불완전하지만 그대로 가치 있고 사랑받는 게 당연함을 상기시키고 삶을 격려한다.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는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그림책들을 넘겨보면서 마음 가는대로 읽어도 좋다. 그러다 마음이 닿는 그림책이 있다면 꼭 한번 그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기를 권한다. 한 편 한 편 읽어가다보면 이 책을 덮을 즈음엔 저자처럼 스스로 질문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림책은 언제나 그 크고 넉넉한 품으로 당신의 물음에 답해줄 것이다. 이런저런 고민들로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날이 잦아진다면 당신도 이 책을 통해 다정한 응원을 건네줄 그림책을 만나게 되기를.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