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받고 잘 주는 나눔의 윤리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누가, 누구에게, 얼마나, 왜, 언제, 어떻게?

필란트로피에 관한 아주 기본적인 윤리적 질문들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자선 사업에 돈을 내야 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는가?

그리고 만약 사람들이 돈을 낸다면, 마음에 드는 모든 대의명분에 돈을 내도 되는가?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내야 하는지에 관해 합리적 논증으로 결론을 찾을 수 있는가?

또는 그런 논증은 기부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걸까?

 

억만장자의 기부하는 뇌 ― 기부를 둘러싼 윤리적 질문들

모든 기부는 다 좋은가? 억만장자 빌 게이츠가 하는 기부와 자선냄비에 동전을 넣는 고사리손의 선행은 무엇이 더 윤리적인가? 개인적 기부는 세금을 통한 공적 의무의 이행보다 더 희생적이고 효과적인가? 자연재해나 대형 사고의 희생자와 일상화된 빈곤의 희생자는 어느 쪽이 더 많을까? 기부하는 억만장자의 뇌는 어떻게 기부를 자극할까? 필란트로피(philanthropy)를 실천할 때 잘 받기와 잘 주기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할까?

 

물에 빠진 필란트로피 구하기 ― 잘 받고 잘 주는 기부의 윤리를 고민하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전제 아래 피터 싱어(1장)가 묻는다. “억만장자는 무엇을 기부해야 하는가? 그리고 당신은?” 엄청난 재산을 내놓은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은 충분한 기부를 한 걸까? 미국이 지금 하는 기부는 충분할까? 로저 리델(5장)은 만성 빈곤 사망자와 재해 사망자의 비율이 150 대 1에서 200 대 1이라고 꼬집는다. 엘리자베스 애시퍼드(2장)는 테러나 재해 피해자보다는 절대 빈곤이라는 체계적인 부정의로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을 도울 의무가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원조의 효과성, 공정한 배분, 인종과 젠더에 연관된 기부자들의 부당한 요구 등 기부를 둘러싼 기본적인 도덕 원칙은 국제 원조 비정부 기구를 둘러싼 윤리적 질문들로 이어지며, 사람들이 왜 자선 사업에 돈을 내느냐는 오래된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기부 결정을 할 때 뇌의 보상 중추가 활성화된다는 최신 뇌 영상 연구와 이기적 동기에 기반한 ‘따뜻한 만족 이론’으로 자기중심적 기부자의 행동을 설명하는 존 엘스터(4장)는 기부자의 독특한 비합리성을 고리로 삼아 기부 행위의 특성을 분석한다. 나아가 로저 리델(5장)은 원조 효과성과 공적 개발 원조에 관련된 여러 쟁점을 두루 살피며, 레이프 위나(6장)는 글로벌 빈곤이 직면한 도덕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이들은 그런 행동이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없거나 몇몇 개인에게 해로울 수 있다는 점을 숙고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잘 받기와 잘 기부하기 ― 삶을 바꾸는 나눔을 실천하는 필란트로피를 찾아

《기빙웰 ― 잘 받고 잘 주는 나눔의 윤리》는 우리 시대에 진정한 나눔의 실천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또한 이런 물음에 답하면서 필란트로피 분야에 연관된 개인, 기업, 비정부 기구, 국가, 국제기구, 구호 활동가에게 제기되는 윤리적 요구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이타주의와 이기주의, 사회적 필요의 충족과 책임성 없는 권력, 다원주의의 증진과 자원 낭비 등 필란트로피를 둘러싼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살핀다. 사적 기부와 공적 필란트로피가 복잡하게 뒤섞인 현대 사회에서, 넓게 보면 우리는 기부하는 사람인 동시에 기부를 받는 사람이다. 언뜻 복잡하고 진지하게 비치는 이런 논의들은 잘 받고 잘 주는 필란트로피에 관련된 윤리적이고 실천적인 지혜로 우리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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