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평의 작은 에어컨 대리점에서 18만 명을 거느린 거대 종합유통업체로 성장

[시사매거진236호=신혜영 기자] 세계 경제 2위답게 중국 내 기업들의 성장이 눈부시다. 특히 중국 내 1위 민영기업인 쑤닝(Suning)그룹은 중국 민간기업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거대기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올 3분기 영업수익이 481억 36000만 위안(약 8조 107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95% 증가, 2009년 인터넷까지 업무 영역을 확장한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중국 거대기업으로서 면모를 갖췄다.

직원 수 18만 명을 거느린 쑤닝홀딩스그룹은 2017년 중국 최고 비국영 기업 탑 2순위 달성, 자사 역사상 처음으로 2017 포춘 글로벌 500명단 등재. 세계적인 경제 불황속에서도 꿋꿋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_바이두)


직원 수 18만 명, 2017년 중국 최고 비국영 기업 탑 2순위 달성, 자사 역사상 처음으로 2017 포춘 글로벌 500명단 등재. 세계적인 경제 불황속에서도 꿋꿋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 바로 쑤닝의 성과다. 중국경제망(中国经济网)에 따르면 쑤닝의 올해 1~9월 영업수익은 1318억 8200만 위안(약 22조 21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98% 증가했다. 순이익은 6억 7200만 위안(약 1132억 2000만 원)으로 동기 대비 321.23% 대폭 증가했다.

해마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쑤닝은 최근 중국 내에 4개의 무인자동화상점을 개점하는 등 변혁을 두려워하지 않는 경영전략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창업 1년 만에 순매출 1,000만 위안 달성

쑤닝은 장진둥(張近東/51) 회장이 25세이던 1987년 직장생활로 모은 10만 위안(1,700만 원)의 자본금으로 난징 시내 한 켠에 세운 200평 남짓의 작은 에어컨 대리점으로 출발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 내에서 TV, 냉장고, 세탁기 같은 가전 소비 열풍이 불기 시작했지만 에어컨은 사치품으로 규정돼 있었다. 하지만 장 회장은 에어컨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는 통찰력으로 사업을 밀어 붙였고, 이후 1990년 에어컨 전문도매업체인 쑤닝자오가전(蘇寧交家電)을 세웠다. 그의 예상대로 1992년부터 에어컨 소비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그의 사업은 번창하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업계 처음으로 배송, 설치, 서비스까지 무상으로 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당시 단일제품 단일모델로 연매출 3억 위안이라는 실적을 올렸다. 장 회장은 300명의 에어컨 실치 기사를 뽑을 정도로 서비스에 큰 비중을 뒀다.

하지만 창업 1년 만에 순매출액 1,000만 위안(약 18억 원)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한 차례 위기가 찾아온다. 1995년 이후 장 회장의 에어컨 도매상에 제품을 공급하던 에어컨 제조업체 춘란(春蘭)이 직접 소매 시장에 뛰어든 것. 하지만 장 회장은 이를 계기로 단일 품목인 에어컨만 취급하던 사업 모델에서 종합가전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도전을 한다.

당시 장 회장은 “그 당시 매장이 난징 최대 상업권에 위치해 매장을 팔면 최소 3,000만 위안(약 53억 원)을 벌 수 있다고 권유하는 이도 많았다”라며 “하지만 난 4,000만 위안을 (약 70억 원)을 손해 본다 해도 종합 가전매장을 운영할 것이란 뜻을 굽히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후 장 회장은 2000년 대형 종합가전 매장을 본격적으로 경영하기 시작했고, 불과 5년 만에 중국 전역에 1,700여 개 매장을 가진 체인 네트워크를 실현했다.
 

사명 쑤닝전기에서 쑤닝윈상으로 변경…종합유통업체로 탈바꿈

쑤닝의 성장은 2004년 7월 선전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29.88위안이었던 상장가는 하루만에 32.70위안으로 뛰어 당시 중국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 결과 장 회장의 재산은 하룻밤 사이 12억 위안으로 불어났고 2012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뽑은 중국 부호 13위에 올랐다.

쑤닝은 더 나아가 2012년 6월 일본 가전업체 라옥스(LOAX) 지분을 51% 인수하며 자국에서만 벌이던 사업영역을 세계시장으로까지 넓히는 데 발판을 마련했다. 중국 기업이 일본 상장사의 경영권을 완전히 인수한 것은 쑤닝이 처음이었다.

쑤닝은 오픈 플랫폼을 도입해 다른 소매업체도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팔 수 있도록 하고 이어 9월에는 중국의 임신·육아 전문 온라인 쇼핑업체 훙하이즈(紅孩子)를 6,600만 달러(약 720억 원)에 인수해 탈(脫)가전 종합유통업체로 한발 더 다가갔다.

쑤닝이거우 리빈(李斌) 부사장은 개인 블로그에 “(훙하이쯔)인수는 조건이 성숙되면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뤄진 결과다. 훙하이쯔는 쑤닝이거우의 발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자상거래 업계의 합종연횡의 서막이 올랐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2013년 2월말 회사명을 쑤닝전기에서 쑤닝윈상(蘇寧雲商·Suning Commerce Group)으로 변경하며 사업 다각화를 꾀했다. 사명을 변경하고 종합유통업체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적인 성장을 한 쑤닝은 당시 제품을 실물제품, 콘텐츠, 서비스 등으로 확대하고 온·오프라인과 소매를 통합한 클라우드 유통판매 개념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체험은 오프라인에서, 구매는 온라인에서 그리고 애프터서비스 등 서비스는 근처 쑤닝 매장에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쑤닝은 이를 점포+전자상거래+리테일 서비스가 합쳐진 ‘윈(클라우드)상’이라고 정의했다.

쑤닝전기 측은 “앞으로 중국의 유통판매 모델을 ‘대형유통점+전자상거래+소매판매점’, 즉 온·오프라인의 멀티통합 채널로 가져갈 것”이라며 “쑤닝에서 판매하는 모든 품목에 대해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업무 영역 확장에서 쑤닝은행 설립까지

쑤닝의 사업은 회사명을 변경하면서 더욱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쑤닝은 사모펀드 호니캐피털과 공동으로 중국 최대 온라인동영상 사이트인 PPTV에 4억 2,000만 달러(약 4,454억 위안)을 투자했다.

PPTV 인수에 대해 장 회장은 “쑤닝이 전면적으로 온라인화하고 기업모델 전환에 가속도를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전했다.

쑤닝의 건재로 중국 소비시장을 노리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쑤닝과 파트너십을 쌓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는 쑤닝과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으며 미국 월풀도 중국 영업망을 확충하기 위해 지난해 쑤닝과 사업 제휴를 맺었다.

쑤닝은 은행업에까지 진출을 꾀했다. 지난 2013년 8월 쑤닝은 민영은행 설립 준비에 착수, 이를 위해 ‘Suningbank(쑤닝은행)’ 상표 등록절차를 완료, 드디어 지난 2016년 12월 중국 금융당국은 쑤닝홀딩스그룹 산하의 은행 ‘쑤닝은행’의 영업을 전격 승인해 중국의 13번째 민영 은행이 됐다.

쑤닝의 금융업 진출은 지난 2009년 온라인결제시스템 ‘이푸바오(易付寶)’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2012년 7월 중국 인민은행으로부터 제3자 결제시스템 라이선스를 부여받은 쑤닝은 3억 위안의 자금을 들여 쑤닝 소액대출회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금융업 진출에 나섰다. 쑤닝은 장쑤은행의 지분 1.65%, 베이징 퉁저우 국가개발농촌은행의 지분 9%도 보유하는 등 이미 은행업 진출에 관심을 보여 왔다.

쑤닝전기에서 쑤닝윈상(蘇寧雲商·Suning Commerce Group)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종합유통업체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적인 성장을 한 쑤닝은 온·오프라인과 소매를 통합한 클라우드 유통판매 개념을 도입했다. 체험은 오프라인에서, 구매는 온라인에서 그리고 애프터서비스 등 서비스는 근처 쑤닝 매장에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쑤닝은 이를 점포+전자상거래+리테일 서비스가 합쳐진 ‘윈(클라우드)상’이라고 정의했다.(출처_쑤닝 홈페이지 캡처)

Biu’상점개설, ‘스마트 소매’의 가장 새로운 혁신

쑤닝은 한국시장도 놓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10월 중국 최대 유통업체 쑤닝은 중국 50개 주요 도시에 한국 상품을 판매하는 ‘한국관’을 개설한 것. 한류 열풍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를 맞이한 가운데 이 중 중국인이 430만 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들 중국인 관광객들은 식품, 의류, 화장품 쇼핑은 물론 성형, 휴양 등 다양한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이 같은 사실에 쑤닝은 발빠르게 한국시장을 겨냥한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쑤닝이 개설한 한국관인 ‘K-LAIBA(Korea-오라)’은 쇼핑과 함께 K-Pop 등 한국의 다양한 대중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매장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K-LAIBA(klaiba.com)는 쑤닝닷컴(Suning.com)의 한국관을 독점으로 운영하고, 중국 온라인쇼핑몰 1위 기업인 TMALL(tmall.hk)의 한국관도 함께 운영하게 한다. 한국관 K-LAIBA은 결재, 물류, AS, 번역, 시스템 등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했다.

쑤닝의 이 같은 행보는 이미 지난 2013년 12월 해외구매대행 전문업체인 ‘양마터우’와 손잡고 ‘취안추거우’라는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더욱 활발해졌다. 쑤닝은 이 사이트를 통해 미국과 유럽 등지의 100여 개 유명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쑤닝은 2014년 중국기업 중 최초로 국제 우편 및 화물 배송 사업권을 따내며 베이징, 상하이 등 150여 개 지역에 택배 경원권을 선점, 세계무대로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뿐만 아니다. 장 회장은 중국인들의 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점점 스포츠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세계적인 명문 축구팀 인터 밀란을 인수하고 9000억 원을 들여 중국 프리미어리그 독점 중계권도 매입했다. 또 쑤닝은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광저우(廣州)·난징에 ‘쑤닝 엑스포’라는 이름의 첫 종합 잡화 매장을 오픈했다.

현재 중국 전역에 1,800여 개 점포 18만 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는 쑤닝은 온라인 유통시장에 발빠르게 진입했다. 오는 2020년 까지 매출액 6,800억 위안(122조 4,000억 원)달성하고 점포수도 3,500개로 늘리는 게 목표다. 이어 홍콩·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는 물론 미국·유럽 시장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가전 이외에 영화관과 식음료, 엔터테인먼트, 레저, 프리미엄 매장 등이 함께 입점해 있는 초대형 쇼핑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쑤닝은 중국 내에 4개의 무인자동화상점을 개점하며 새로운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8월 난징에 첫 셀프서비스 상점인 ‘쑤닝 스포츠 비우(Suning Sports Biu)’를 개점한 이후, 쑤닝은 이번 주 초 상하이에 두 번째로 판매 직원이 없는 상점을 개점했다. 곧 베이징, 충칭 및 쑤저우에도 3개의 상점이 추가로 열릴 예정이다.

장 회장은 “‘Biu’상점이야말로 쑤닝의 ‘스마트 소매’의 가장 새로운 혁신”이라며 “쑤닝은 이미 수년 전에 1500개가 넘는 소매상점을 빅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상점으로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O2O 판매 분야에서의 풍부한 직접적인 경험과 이점을 바탕으로, 쑤닝의 무인상점은 콘셉트화와 시험단계를 거쳤고, 이제는 그 규모를 키울 준비가 됐다”면서 “이들 상점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쉽게 동일한 상점을 확장할 수 있으며, 비용적으로나 기술적으로도 매우 효율적이다. 현재의 기술 적응력이 높은 소비자는 색다른 소비경험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산업 내 새로운 기회를 포착했고,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전념할 것”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쑤닝은 무인상점의 재고관리코드를 더욱 확장해서 다양한 제품 라인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무인상점은 증강현실(AR)기술을 도입해 창의적인 제품을 전시하고 공간 사용을 효율화할 예정이다.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많은 중국 젊은이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장 회장은 “창업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그 일이 꼭 대단할 필요는 없다”라며 “큰돈을 벌고 싶은 의욕이 있다면 이를 빨리 실천에 옮겨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고 말했다. (출처_쑤닝 홈페이지 캡처)

인품과 책임감,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시

장 회장의 성공 비결은 ‘고객 만족 경영’이다. 제품을 파는 데만 급급한 것이 아니라 고객 만족도와 사후관리에도 신경 쓰는 것이다. 이런 그의 경영마인들에 따라 쑤닝은 중국 곳곳에 30개 고급 기술 서비스 센터 등 1,800개 서비스 센터를 거느리고 있다.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많은 중국 젊은이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장 회장은 개인의 인품과 책임감,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중시하는 기업인으로 유명하다. 회사 설립 초기부터 이익을 직원들과 공유해 온 결과 4명의 쑤닝전기 경영진이 한때 중국 부호 5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민영기업이 사회적 책임 이행에 앞장서야 한다는 그의 지론은 현재 쑤닝 전 직원이 1년에 한 번 하루치 월급을 기부하며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00년에는 500만 위안(약 8억 8,000만 원)을 출자해 ‘쑤닝교육기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놀라운 일화 하나를 소개하자면 지난 2003년 중국 내 사스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때 당시 베이징에서는 샤오탕산 병원을 짓느라 동시에 많은 에어컨이 필요했다. 이때 쑤닝은 에어컨 설치 전문팀을 동원해 4시간 만에 병원 내 에어컨을 전부 설치했다.

장 회장은 “창업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그 일이 꼭 대단할 필요는 없다”라며 “큰돈을 벌고 싶은 의욕이 있다면 이를 빨리 실천에 옮겨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고 충고한다.

장 회장은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기업을 이끌어 온 철학 5가지를 소개한 바 있다. 첫째, 기술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본래 사업의 본질을 잃지 않는다. 둘째 혁신을 위한 혁신은 하지 않는다. 혁신은 오로지 사업이 더 커지고 번창할 때 의미가 있다. 셋째 주변의 압력에 절다 굴하지 않는다. 넷째 박자에 신경 써야 한다. 혁신이 이르면 선례가 되고 늦으면 도태가 된다. 다섯째 변화를 시도하면 기업 전체의 문화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200m² 남짓한 작은 에어컨 도매상에서 중국 전역 1,600여 점포와 직원 18만 명을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한 쑤닝. 이 기업의 앞날이 기대되는 건 그동안 장 회장이 펼쳐온 저돌적이면서 선경지명 한 경영스타일도 있겠지만, 경영자로서 갖추어진 장 회장의 인품과 책임감,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기업인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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