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236호 = 김길수 칼럼위원)평창 롱패딩이 화제다. 해마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인기를 끄는 롱패딩이, 유독 올 겨울에는 이렇게 화제가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가격 때문이다. 통상 30~4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 때문에 그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었던 롱패딩이 올 겨울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하는 상품으로 제작되면서 10만 원대 중반으로 판매가 되는 것이다. 일명 ‘가성비갑’으로 불리는 평창 롱패딩의 인기는 매장마다 길게 늘어선 줄이 입증하는 바다.

10월 30일부터 판매를 시작해 11월 15일 1차 재고가 바닥을 드러낸 평창롱패딩은 국내 의류업체인 신성통상의 작품이다. 지오지아, 폴햄, 탑텐 등의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있으며 연매출 1조3600억 원에 이르는 이 토종기업은 국내 SPA(생산과 유통을 함께하는 업체) 브랜드 중 3위에 오를 정도로 탄탄한 중소기업이다.

이번 대박을 두고 신성통상 염태순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정상가의 정상가화’라는 한 마디로 요약했다. 그간 소비자를 위해 단가를 낮추려는 노력이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다는 염 회장은 “평창 롱패딩이 ‘가성비 갑’이라는 평이 많던데, 이게 정상 가격이다. 생산 공정을 간소화하고, 회사 이익을 줄이면 얼마든지 가능한 가격이다”라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6개월이 지났다. 그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절감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너무나 비정상적이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정치권은 무엇 하나 제자리에서 제 기능을 온전히 행한 것이 전무하다 싶을 정도로 개탄스럽다. 국민의 물론이고 정계의 모범이 되어야할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부정부패의 온상이었다. 모든 불법이 청와대에서부터 시작되고, 마무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매달 1억 원에 이르는 상납금을 받으면서 박근혜 전(前)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그 돈으로 무엇을 했을까. 현금박치기로 주고받아 용처조차 파악할 수 없다는 그 흥청거린 혈세를 내기 위해 취업절벽에 내몰린 청년들과 넘지 못할 정규직의 높은 벽에 좌절한 비정규직들, 그리고 저성장의 굴레에 갇혀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우리네 가장들의 어깨는 얼마나 짓눌렸을까. 그렇게까지 호사했던 그였기에 구치소에서 받는 호사는 성에 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국제사회에 대고 ‘인권침해’니 하면서 추태를 부렸던 것일 게다. 어물전 망신을 시키는 꼴뚜기도 유분수인 법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연시다. 비정상화가 정상처럼 여겨지며 횡행했던 시간들은 이제 흐르는 시간 저편으로 밀어내고, 정상이 대접받고 인정받는 극히 정상적인 세상이 도래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정상가의 롱패딩을 싸다고 오해하며 밤새도록 줄을 서서 기다리는 비정상적인 일들이 다가오는 한 해에는 더 이상 없기를 빌어본다.

글 김길수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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