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접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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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접속자
  • 이은진 기자
  • 승인 2017.11.0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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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_이은진 기자) 신간소개

사소하거나 엄청나거나, 당신의 삶에 변화를 불러올 우연 초대하기
누구나 우연과 마주친 적이 있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를 떠올린 순간,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또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던 일을 매듭지어 줄 힌트와 마주친다. 때로는 급하게 필요한 돈이 액수까지 맞춰 눈 앞에 떨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일들을 ‘우연’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우연이란 무엇일까?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들을 마치 술술 해결해 주는 마법 같은 순간들? 어쩌면 신의 계시? 마음을 다해 간절히 바라면 도와주는 우주의 힘? 그러나 우연을 우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에게 우주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고, 확률의 법칙은 이 장엄한 우주가 돌아가는 원칙이기에 이런 일들은 ‘그저,’ ‘단순히,’ ‘고작’ 우연에 불과할 뿐이다. 이와 반대로 의미심장한 우연의 일치가 자신들을 인도하고 지켜봐 주는 ‘신’의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확률과 신 사이에 무수한 이론의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우연에 대한 연구는 현재 정신의학과 심리학에서 인정하는 것 이상으로 마음과 환경이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우연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가 우연에 관한 다양한 사례들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이런 우연들의 기저에 깔린 원인을 분석한다. 우연은 단순히 놀라운 사건의 일치가 아니라 주변의 환경과 내면에 내재되어 있는 욕구의 합작품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제시하는 우연에 대한 이론과 이를 뒷받침하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 스스로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후반부에서는 이러한 ‘이론’을 가지고 우연을 자주 만들어 내는 법을 다룬다. 이런 우연이 일어나기 위한 필요 조건으로, 그리고 우연 빈도수를 늘리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저자가 요구하는 것은 일관되다. ‘고양된 감정 상태에서,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다른 상태로 이행할 것, 매일 반복하는 일상에서 과감히 벗어나 미지의 영역으로 뛰어들 것.’ 그저 재미있기만 한 우연이건, 삶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우연이건, 우연과 더 많이 조우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이끄는 대로 변화에 몸을 던져 보라. 당신의 삶에 의미 있는 우연들을 불러올 것이다.
 
다른 공간, 같은 경험  동시성의 숲을 거닐다

이 책의 저자 버나드 바이트만은 우연 연구의 선구자다. 스스로를 융의 이론을 활용하는 공학자라고 생각하는 그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우연의 세계에 들어섰다. 어느 새벽, 바이트만은 갑자기 목이 막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자신이 괴로워하던 그 시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아버지가 죽음에 이르던 순간을 직접 경험했다. 이 사건으로 우연에 매료된 바이트만은 미주리 대학 컬럼비아 캠퍼스에서 우연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이 연구로 멀리 떨어진 상대가 느끼는 강렬한 감정이나 고통을 동시에 느끼는 경험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이를 증명하는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모두 개별적이지만 동시에 다른 이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가령 멀리 떨어져 있는 형제가 당한 교통사고의 고통을 느끼거나 물에 빠지기 직전의 딸을 구하러 온 엄마의 경우를 보자. 떨어진 곳에 있던 이들이 서로의 상황을 알아챘다. 그는 이런 일들에 동시경험(simulpathity)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바이트만의 ‘동시경험’은 융의 동시성(synchronicity)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동시성의 특징은 마음에 품고 있던 생각을 외부의 사건이 거울처럼 비춰 주는 것이다. 이는 우연을 뒷받침하는 가장 든든한 이론이 되어 주었다. 이론의 영역을 벗어나,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유형의 우연에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가 있다. 영국의 호레이스 월폴이 만들어 낸 이 단어는 ‘딱 맞는 것을 우연히 찾아내는 능력’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주변의 모든 것을 총 동원해 우연을 찾아내는 이 능력처럼 바이트만은 유독 우연을 자주 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는데, 그는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코인사이더(coincider)’라고 부른다. 우연이 중요하고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코인사이더들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수월하게 마음의 상태와 외부의 사건을 연결시킨다. 이 책의 제목인 ‘우연접속자’는 코인사이더에서 따왔다. 바이트만은 이런 다양한 우연을 도구삼아 단순히 우연을 경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이런 우연을 활용해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런 우연이 잘 드러나는 이야기를 살펴보자. 1974년, 영화 〈페트로브카에서 온 소녀>에 출연하게 된 배우 앤서니 홉킨스는 조지 파이퍼가 쓴 원작 소설을 읽고 싶었다. 하지만 런던의 어느 서점에서도 이 책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루는 레스터 스퀘어 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벤치에 책이 한 권 놓여 있는 게 보였다. 여백에 메모가 깨알같이 적힌 그 책은 바로 조지 파이퍼의 소설이었다. 홉킨스는 책을 어떻게 찾게 됐는지 작가에게 얘기했고, 두 사람은 나중에 직접 만났다. 알고 보니 그가 발견한 책은 바로 작가의 책이었고, 여백의 메모 역시 그의 글씨였다. 런던 거리에 주차된 작가의 차에서 누군가 책을 훔쳐간 거였다. 홉킨스는 그 책이 필요했고, 그 책을 찾으러 다녔다. 결국 홉킨스는 런던 어딘가에 있던 책을 찾아냈다. 이 이야기가 기적처럼 보이는가? 아니다. 이는 그저 무언가를 필요로 하고, 실제로 그것을 찾고 있고, 변화의 상태에 있는 어떤 사람들은 우연을 활용해 원하는 것을 찾아내기도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증거다. 
 
의미 있는 우연을 만들어 내는 법   
사람들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놀랍고 기이하게 보이는 다소 애매한 패턴을 알아차리기는 한다. 그러나 대개 어쩌다 일어난 일이겠거니 치부하고 쉽게 잊어버린다. 그러다가 마음 상태와 외부 환경이 극적으로 일치하는 사건이 터지고, 삶이 뒤바뀐다. 특히 이때, 신기한 방식으로 연결된 다른 우연들이 함께 벌어지면서 삶이 바뀌는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이렇게 자각의 문지방을 한 번 넘고 나면 의미 있는 우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제 우연을 일상의 자연스러운 부분으로 기대하게 된다. 이런 사건을 겪은 사람들은 점차 우연의 존재를 신중하게 인정하고 그것의 의미와 쓸모를 주의 깊게 해석하는 등, 기민하지만 균형잡힌 태도로 우연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우연은 현실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줄 일상의 변칙이다. 천문학의 경우 변칙적인 행성이나 은하계 덕에 암흑 에너지나 암흑 물질 등, 우주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발견이 가능해졌다. 다시 지구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우연은 우리의 과학적인 세계관이 포착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암시한다. 우연을 연구하는 것은 우리와 세상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는 보통 사랑과 돈, 일과 건강, 아이디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처럼 우연을 일상의 평범한 주제처럼 여기고 대화하다 보면 우연이 어떻게 일어나고 어떻게 하면 이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지 함께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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