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혀진 것과 밝혀야 할 것

침몰, 구조 방기, 조사 방해, 은폐에 대한 상세한 안내지도. 세월호의 모든 진실을 밝힌다
 

저자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 | 출판사 북콤마

[시사매거진_신혜영 기자] 2014년 9월 30일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특조위를 강제 종료했다. 조사를 진행할 독립 국가 기구가 해체되는 모습을 보면서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다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 조사를 장기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416가족협의회와 세월호특조위 조사관, 시민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가기관에 대한 조사권이 없는 상황이라도 국민의 힘으로 진상 규명의 공백을 메우고, 더 나아가 국민이 진상 규명의 주체가 되기 위한 방안으로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를 출범하기로 했다. 2017년 1월 7일 문을 열었다.

아직까지 목포신항의 선체 수색 현장은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보안 시설이라는 이유로 철조망이 곳곳에 둘러쳐져 있다. 지금 유가족들은 철조망 밖, 세월호가 보이지 않는 곳에 설치된 컨테이너 박스에서 머물고 있다. 녹슬고 찢긴 모습으로 1073일 만에 우리 눈앞에 찾아온 세월호. 그러고도 다시 18일 만인 4월 11일 목포신항 육상에 완전히 올라온 배. 유가족들은 그때부터 4개월이 넘도록 목포신항에 머물며 수습과 수색 현장을 지키고 있다. 매일 두 번씩 철조망 안으로 들어간다. 램프, 연돌도 잘리고, 사다리, 난간도 뜯겨나간 가슴 아픈 그 모습이나마 가까이 보고 싶어 가족들은 오전 10시, 오후 3시가 되면 종종걸음 치며 철조망 앞에 줄을 선다. 아무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작업 현장 가까이 가다가 제지당하기 일쑤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매일 보고 싶은 엄마 아빠들이다.

인양 과정에서 유가족과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이야기했던 유실 가능성은 현실로 밝혀졌다. 그러나 해양수산부와 상하이샐비지 측은 왜 유실 방지를 대비하지 않았는지, 왜 수시로 세월호의 선체 곳곳을 절단하고 훼손했는지 아직까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인양하는 데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대답하지 않고 있다.

새 정부, 새로 임명된 장관의 약속에도 해양수산부는 철조망을 걷지 않고 있다. 유난히 더운 2017년 여름, 철조망 밖 철제 컨테이너 안에서 열기를 참으며 엄마들은 리본을 만든다. 찢긴 세월호와 미수습자 네 분이 우리 곁으로 돌아왔지만, 우리는 여전히 세월호의 진실을 모른다.

새 정부, 새로 임명된 장관의 약속에도 해양수산부는 철조망을 걷지 않고 있다. 유난히 더운 2017년 여름, 철조망 밖 철제 컨테이너 안에서 열기를 참으며 엄마들은 리본을 만든다. 찢긴 세월호와 미수습자 네 분이 우리 곁으로 돌아왔지만, 우리는 여전히 세월호의 진실을 모른다.

「세월호참사 팩트체크」는 앞으로 무엇을 조사해야 할지 그 대상을 섭렵했다. 우리 앞에 무엇이 남았는가. 침몰 원인, 구조 방기, 인양 과정, 선체 조사, 국가기관의 조사 방해, 언론의 오보 크게 6개 분야에서 지금까지 밝혀낸 사건의 의혹과 앞으로의 과제를 총정리했다. 특히 앞으로 남은 조사의 목록과 조사 대상을 빠짐없이 밝히는 데 집중했다.

그동안 정부와 언론의 무책임한 결과 발표 뒤에 있는 맥락과 의혹들까지 새로 제시했다. 책은 그렇게 앞으로 ‘밝혀내야 할 것’에 대한 설계도를 치밀하게 그렸다.

먼저, 세월호 참사의 기본에서 시작했다. 참사 전날 밤 불꽃놀이가 진행된 갑판이 있는 곳, 세월호 4층에 머물렀던 단원고 남녀 학생들 중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생존율이 높은 이유,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이 이루어진 안내데스크의 위치, 구글 지도에서 직접 작성한 세월호 참사의 위치, 세월호 AIS(선박자동식별장치) 항적으로 본 참사의 입체적 현장, 오전 9시 20분에서 30분대에 퇴선 명령이 내려졌어야 하는 이유 등을 살핀다.

침몰 원인에는 정부가 주장해온 공식이 있다. 증개축 과정에서 복원성 저하와 좌우 불균형, 과적, 평형수 감축, 고박 불량, 조타 과실로 구성된 이 설명 방식은 참사 초기부터 많이 거론되는 내용이다. 그러다 보니 이 내용이 실제 세월호의 침몰 원인이라고 확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 설명 방식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 판결은 아직까지 침몰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침몰 원인을 둘러싸고 아직까지 계속되는 의혹들, 일테면 항적과 참사 발생 시각 등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조사 결과물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인양 과정이야말로 국가의 의도적 방해 행위에 대해 집중 조사해야 할 곳이다. 이번 책은 ‘구멍 난’ 인양 과정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접근이다. 인양 업체를 선정할 때 공정한 절차를 거치고 정보를 공개했는가. 인양 방식을 선택할 때 유실 방지와 선체 훼손 최소화를 최우선으로 했는가. 정부는 세월호 인양을 고의로 지연했는가. 이 세 의혹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또 인양 과정에서 선체에 심각한 훼손이 있었고, 중간에 인양 방식을 바꾸었는데, 그것이 정당한 과정에 의한 것이었는지도 점검한다. 앞으로 세월호선체조사위와 2기 세월호특조위가 실제 조사에 참가할 때 적극 참고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실력으로 맥을 짚으면서 조사 리스트를 제시했다.

국정원 개혁이 진행되는 현 시점의 중요성에 맞춰 ‘세월호와 국정원’의 관계에 대해서도 새로 조명했다. 세월호 사무장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국정원 지적 사항’ 문건의 의미, 청해진해운의 선박인 세월호와 오하마나호에만 보고계통도에 국정원이 등장하는 이유, 국정원이 참사 당일 참사를 최초 인지한 시점, 이 세 질문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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