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_이은진 기자) 신간 소개

“왜 나의 슬픔은 당신의 슬픔과 다른 것일까?”
심리학과 인지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 전하는 지금껏 당신이 몰랐던 감정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

플라톤, 히포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부처, 데카르트, 프로이트, 다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학자들은 감정이 진화를 거치면서 우리에게 내재된 생물학적 본성의 일부라는 견해를 주장하거나 지지했다. 행복하면 미소를 짓고, 화가 나면 눈살을 찌푸리고, 슬프면 입을 삐죽 내미는 것처럼 감정마다 지문이 있다는 주장도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더 나아가 뇌를 연구한 학자들은 인간의 뇌에 각 감정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파충류로부터 물려받은 피질하 회로와 포유류로부터 물려받은 변연계와 함께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신피질이 둘러싼 뇌 모형을 제시하면서 인간이 합리적 사고를 하는 만물의 영장임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과연 감정은 보편적인 것이며, 인간은 이성에 의해 통제받아야 하는 감정에 휘둘리기만 하는 존재일까? 리사 펠드먼 배럿 교수는 이에 대한 대답으로 감정에 대한 새로운 이론, 즉 구성된 감정 이론을 제시한다. 그는 서양의 문화권에서 멀리 떨어진 나미비아의 힘바족을 찾아가 기본 감정 이론의 여섯 가지 표정을 재현한 사진을 제시하고 감정별로 구분 짓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피험자들은 미소 짓는 얼굴은 ‘행복’이 아닌 ‘웃는’, 눈을 크게 뜬 얼굴은 ‘두려움’이 아니라 ‘바라보는’과 같이 안면 움직임을 감정이 아닌 행동으로 구분했다. 이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보편적 감정의 지문이 존재하지 않으며, 감정이 문화와 전후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는 각각의 개념이자 일련의 개체군 사고임을 알려준다.

“오늘의 경험이 내일을 바꾼다.”
평범한 일상에서 의학, 법률, 경제, 공항 보안까지,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내일을 180도 바꿀 감정에 관한 실질적인 제안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약 심박수, 호흡, 혈압, 체온, 호르몬, 물질대사 등을 예측하고 조절하지 못하거나, 만성 스트레스나 만성 우울증과 같은 질병에 장기간 노출된다면 신체 에너지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신체 감각의 정보를 수용하는 신경망에 영향을 주어 불쾌감 같은 기본적인 정동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생활 습관의 변화와 함께 감성지능의 개선이 필요하다. 배럿 교수는 새로운 감정을 익히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좀 더 세부적이고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법을 배움으로써 감정을 쉽게 구분해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 제도는 사회에서 기대하는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표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처벌을 한다는 사고방식 위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과학자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점심 시간 이전에 이뤄진 심리에서 죄수의 가석방 거절 가능성이 높았다고 한다. 재판관들이 신체 내수용 감각을 배고픔이 아니라 가석방 결정을 거부해야 하는 증거로 경험한 것이다. 반면에 점심 이후에는 재판관들이 평소 빈도대로 가석방을 허락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개인의 잘못된 감정 경험으로 인한 이러한 사례들은 일상생활을 비롯해 의학, 경제 등 우리의 모든 사회 분야에서 너무나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배럿 교수는 개인의 감정 경험이 개인의 행동에 의해 능동적으로 구성되며, 우리가 매우 실제적인 의미에서 환경의 설계자이자, 감정의 설계자라고 말한다. 그리고 감정 개념은 사람들 사이의 집단지향성을 통해 사회적 실재로서 존재한다. 우리가 서로의 감정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사회적 동물임을 자각할 때,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시작해 우리는 비로소 감정의 주인으로서 우리의 내일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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