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235호_제니안) 패션과 아트의 만남은 최근 들어 신문 사회면을 비롯해 어디에선가는 한 번씩 접해 봤을법한 단어들의 조합이다. 어찌 보면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패션을 비롯한 휴대전화와 TV 같은 가전제품, 그리고 공공기관을 비롯한 아파트와 같은 주거 공간까지 아트와 서로 협업해 새로운 오마주(hommage:감동 되살이)를 탄생시키고 있다. 이렇듯 예술은 우리의 삶 가까이 들어와 있으며 어느 순간 아트는 패션을 잠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깊숙이 들어와 버렸다.

예술이 패션이 되고 패션을 하나의 예술로 승화하는 작업은 언제나 패션의 신선한 영감을 불어 넣는 아이디어의 산물이기도하다. 예술과 패션의 만남을 뜻하는 ‘아르모드(Art Mode)’는 패션계의 영역을 넘어 뷰티, 마케팅, 인테리어, 전시 분야로까지 확대되면서 새로운 문화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예술은 영감을 얻는 원천이자 반복되는 패션 주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탈출구이기도 하다. 예술과 패션의 협업을 반기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그런 제품들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 주된 요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패션에 예술적인 느낌을 담아낸 스타일은 이전에도 꾸준히 이어져왔지만 대부분 패션이 예술을 차용하는 정도에 그쳤다. 일본의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 합작한 무라카미 백을 시작으로 제프리 플비마리, 주디 블레임, 리처드 프린스 등 예술가들과 함께한 디자인들은 100년을 고수해온 루이비통 모노그램에 화려하고 아트적인 감각을 더하는 데 큰 몫을 해냈다.

필자는 4년 전부터 김중식 화백의 ‘이중주 하모니’를 비롯하여 이성근 화백의 ‘군마·청마’ 등 다양한 시도를 총해 상품이 아닌 작품의 세계로 매스티지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옷보다는 아트 오브제에 가까운 액세서리는 예술분야의 형태에 따라 다양화 하기도 했다.

이처럼 예술가와 작업을 하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작업은 현재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예술가와 패션디자이너의 만남’하면 자연스레 먼저 떠올리게 되는 디자이너로 ‘마크제이콥스(Marc Jacobs)’가 있다. 그는 루이비통 수석 디자이너 시절 많은 예술가들과의 협업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이는 루이비통의 매출 상승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패션은 늘 새로운 것을 찾기 때문인지 디자이너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의 예술과 접촉을 하고 러브콜을 보내왔다. 그리고 그렇게 이루어진 아티스트와 패션 디자이너의 협업은 모험적이고, 혁신적인 멋진 조화를 이뤄냈다.

예술가와의 공동작업인 ‘코워크(co-work)’로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패션계의 아르모드는 뷰티업계까지 확대되어지고도 있다.

예술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늘 새로움을 갈망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예술계는 보물 창고와도 같다. 그것은 컬렉션의 옷들로 표출되기도 하며, 무대 연출, 쇼윈도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단조로운 의상에서 벗어나 미술 예술품 같은 패션은 일상의 짜릿한 일탈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패션 하우스의 건축물이나 후원 활동, 패션쇼 무대, 매장 쇼윈도 등 그 분야는 점차 확장되고 있으며 예술과 디자인의 관계는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분명한 것은 이들의 이러한 만남이 신선한 충격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며, 우리의 일상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영위하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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