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과 작가, 강한 여성 & 솔직한 여성 대변

33년 동안 변함없이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통통 튀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러브FM>의 이숙영 아나운서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이숙영 아나운서는 이른 새벽 5시에 기상을 한다. 그리고 3시간가량 생방송을 진행한 후 12시 이전에 코너 녹음도 하고, 신청곡 정리도 하며 마무리 한다. KBS에서 10년, SBS 파워FM에서 18년, 그리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SBS 러브FM에서 4년째 아침방송을 전문적으로 진행한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란 특성 때문에 좋은 기운을 받도록 에너지를 활기차게 불어넣는 그녀는 대중에게 당당하고 강한 이미지를 주지만, 실제 그녀는 꽃분홍색을 좋아하는 매우 부드러운 여성이다.

방송인으로서 공적인 계획은, 향후 10년 넘게 ‘이숙영의 러브FM’을 통해 항상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에너지를 청취자들에게 변함없이 불어넣어주는 일이다.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다.(사진_시사매거진)

(시사매거진 235호_나인화 기자) 라디오 FM 방송과 인연을 맺게된 계기는. 의료계에 종사하셨던 부모님 덕분에 다소 유복하게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영문학과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성격은 다소 조용하고 얌전한 편이었는데 학급에서 친구들이 간혹 공부하기 싫거나 소풍을 가서 지루해지면 내 이름을 호명했다. 그러면 무대로 나가 노래, 연기, 개인기로 종횡무진 청중을 압도하곤 했다. 그래서 주위에서는 방송 관계자나 아나운서가 되라고 권했다. 실제 이화여대 영문학과에 진학한 후 방송반에서 활동했고, 1980년 23세 때는 대학 4학년 재학 중에 동아방송 아나운서 시험에 통과했다. 이후 동아방송이 KBS와 통폐합되면서 자연스럽게 KBS로 편입돼 북한 소식과 교통정보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맡아 활동했다. 그러던 중 1987년에 KBS 라디오에서 FM대행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10여 년간 전성기를 맞았다. 또한 MBC TV에서 토크쇼 제의가 있어 1994년에 프리랜서로 전환했다. 그리고 SBS TV가 개국하면서 파워FM으로 옮겨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 10년간 장기 진행했다는 공로로 ‘Voice of SBS’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33년간 방송을 진행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이숙영의 러브FM을 들으면 살맛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청취자 중 한 사람이 사업에 실패하여 자살을 결심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긴 터널로 차를 몰고 들어가면서 생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 라디오에서 용기와 희망을 북돋워주는 내 목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이후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란 결심으로 열심히 생업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일화를 전해 들으며 방송과 아나운서의 역할에 사회적 책임과 더불어 개인적 보람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이후 나 역시 더욱 힘을 내어 청취자의 삶에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방송을 하고자 노력해왔다. 라디오는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절대 죽은 게 아니다. 따뜻하게 살아있다. 현재는 SNS를 통해 실시간 반응도 지켜보고, 양방향 소통이 되는 것을 체감하며 정말 매력적인 매체라고 생각한다. 실시간 보이는 라디오의 진화를 통해 이벤트를 하고, 혼밥 혼술하는 애청자들의 사연을 들으며, 축하와 격려, 위로를 해준다. 더욱이 내가 진행하는 방송의 주요 대상이 40세에서 60대 청취자다보니 ‘감성’을 채워주는 아날로그적인 면이 크다. 특히 젊은 방송인과 차별성을 둘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서로 따뜻한 소통이 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방송인으로서 많은 책을 집필했다. 계기가 무엇인가.
어린 시절부터 세계문학전집을 읽으면서 자랐다. 그래서 문학이나 예술 그리고 심리학 등에도 관심이 있었다. 1991년 <애첩기질 본처기질>을 써서 출판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당시 ‘애첩’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이고 비도덕적으로 통용되었지만 현대인의 자화상과 심리를 반영해 큰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일종의 사회적 트렌드를 앞서 읽어나간 것이다. 내 성격이 워낙 위선적인 것을 싫어해서 방송과 출판 분야에서 신선하게 자극을 준 셈이다. 모범적이고 틀에 박힌 것을 싫어하며 엄숙한 것을 거부한다. 그래서 아침방송을 통해 기존의 고상하고 권위적인 목소리 대신 솔직 발랄한 목소리를 구사해 진행함으로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방송인과 작가로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차별성을 둔다면.
SBS 파워FM을 진행하면서부터 ‘대화법’에 관심이 많았다. 그동안 방송인으로서 외향적인 면을 부각시킬 수밖에 없는 강한 이미지였다면, 작가로서는 솔직한 자신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다. 처음 20대에는 TV나 라디오 매체에서 사회를 진행하면서 기쁨과 슬픔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종합편성 채널이 많이 생겨났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라디오 DJ만의 보람을 쌓을 수 있었다. 더불어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유명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은밀하며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것이 더 좋다. 스티브잡스가 병상에서 남긴 마지막 말 중 ‘원하는 곳에 다 가봐라’고 했다. 매일 3시간씩 방송을 진행하는 동안 여행을 해보지 못한 상황이라 앞으로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간 부자가 되고 싶다.

근래 인문학 강의는 어떤 계기로 접하게 되셨는가.
항상 문학을 사랑하고 관심이 많았다. 생각의 깊이를 고민하고, 배움에 대한 갈증이 있는데다 자신이 여러 방면을 두루 섭렵하고 있어야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데 유익하다는 생각을 가져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역사, 문화, 여행, 음악, 문학, 여행 등의 인문학 강의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또한 제 역할은 DJ에서 한 발 진일보해 방송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주체자로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갖고 그 방면의 전문가들을 모셔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청취자들에게 재미를 제공한다. 가령 여행스토리텔러인 김재열 씨의 강의를 듣고 푹 빠져 방송 게스트로도 초빙하는 일과 개그맨 김현철의 어설픈 클래식, 박길호 선생님의 팝송 강의 등을 듣고 소개하는 일 등 사회와 문화를 융복합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방송인의 길을 걸으면서 자신의 각오와 철학을 얘기한다면.
사람이 돈과 명예를 좇으면 안 된다고 본다. 인간성이 중요하다. 주변 사람들과도 원만한 성격으로 소통해야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자기수양은 물론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한 번 얘기하지만, 스티브 잡스도 말년에 “당신 자신에 대해서는 존중하고, 타인에 대해서는 불쌍히 여겨라”고 했다. 이것이 성경에 나오는 ‘긍휼히 여기는 마음’과 상통한다. 자신에게 잘하는 것은 본능이고 타인에 대해 희생하는 것이 보다 가치가 있다. 그 외에 인문학적 소양을 쌓으려 노력한다. 여러 방송을 진행하다보면 본인의 내면을 돌아보고 채워야 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도록 독서를 하고, 인문학적인 지식과 정보를 채우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래서 근래는 시대적 감각에 뒤처지지 않도록 다양한 영화, 독서, 패션, 음악 등을 지속적으로 접하려 노력한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방송인으로서 공적인 계획은, 향후 10년 넘게 ‘이숙영의 러브FM’을 통해 항상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에너지를 청취자들에게 변함없이 불어넣어주는 일이다.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많이 하며 추억재벌이 되고 싶다. 해외여행뿐 아니라 국내 명소와 골목 탐방 등도 많이 해서 시간이 허락되는 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싶다. 그것이 자산으로 쌓인다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한다. 적당히 내면을 비우는 연습을 해서 스트레스를 덜어내도록 노력한다. 또한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행복감을 높일 수 있도록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려 한다. 주어진 현실과 조건은 녹록지 않지만 작고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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