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온홀딩스 이희온 대표의 난로 같은 이야기

구글과 야후, 유투브와 페이팔에 투자한 전설적인 투자자 마이클 모리츠 세쿼이어 캐피탈 회장은 20대를 좋아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세쿼이아가 창업 자금을 댄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 토니 셰, 스티브 첸 등은 모두 20대 중후반이었다. 모리츠 회장은 20대 창업자들에 대해 ‘세상의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번뜩임과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격찬했다. 더불어 모리츠 회장은 앞으로 미래세대는 22, 23세의 시대가 될 것이며 이들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확신한 바 있다. 이 확신은 현실이 되고 있고, 그 대열에는 온온홀딩스 이희온 대표도 있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앳돼 보이는 이희온 대표. 올해 스물다섯 살인 이 청년은 중국에 본사를 둔 온온홀딩스의 엄연한 대표다.(사진_시사매거진)

(시사매거진 235호_김옥경 기자) # 이희온 씨는 한국 나이로 스물다섯 살 청년이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아직은 앳돼 보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는 중국에 본사를 둔 컨설팅 전문회사 ‘온온홀딩스(ONONHOLDIDNS)’의 엄연한 대표다. 장유유서(長幼有序) 같은 유교사상이 깊게 배어있는 한국 사회에서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아직은 넘어야할 벽이다. 그럼에도 그는 물러서거나 주저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먼저 온온홀딩스에 대한 소개부터 해달라.
중국 북경에 본사를 두고 있다. 현재 중국 쪽 직원만 25명 정도 되며, 한국과 중국,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컨설팅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컨설팅 분야는 주로 금융과 부동산,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모든 분야다. 또한 기업 대 기업, 기업 대 개인 등 모든 것을 아울러 컨설팅이 필요한 분야는 모두 넘나든다.

한국인이 어떻게 중국에서 먼저 자리를 잡게 되었나.
어릴 때 영어권 나라들에서 8년 정도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봤는데, 마침 그때 중국 여행 패키지상품이 눈에 띄어 중국을 가게 되었다. 가서 보니 생각보다 후진국이었고 낙후되어 있었다. 그런데 문득 ‘아, 이곳에서 뭔가를 할 수 있겠다. 무엇이든 되겠다’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중국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었고, 그래서 먼저 대만으로 건너가 1년 정도 체류하면서 언어와 문화 등을 준비한 후 중국으로 들어갔다. 그때가 열여덟 살이었다.

생각보다 어린 나이인데, 과연 중국에서 무엇을 할 수 있었나.
그때 내가 선택한 곳이 하북이었다. 이왕이면 좀 더 낙후된 곳으로 가고 싶기도 했지만 당시 하북은 중국 전체에서 개발이 가장 활발했던 지역이기도 했다. 공장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땅값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통역이나 번역 업무를 주로 했다. 당시 하북에는 중국 사람들이 설비와 인력을 투자하면 한국이나 미국 등 외국 기업에서 기술력을 전수하는 방식의 협업 공장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래서 외국 기업들과 중국 기업들 간에 통역을 많이 했다. 영어도 가능했기 때문에 유리했다. 중국어가 그렇게 유창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한국 사람이 없었다.

기업 간 통역이면 전문적인 분야라 할 수 있을 텐데, 경험도 없이 어려움은 없었나.
시기를 잘 만났다. 중국인들은 친구사귀기를 좋아한다. 특히 하북에는 겉모습은 허름한 시골사람이지만 폭스바겐을 타고 다닐 정도로 돈 많은 사람들이 많았다. 나 또한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 그들뿐이라 그렇게 친구가 되다 보니까 기회가 많이 생겼다. 그런데 통역을 하다 보니 다른 통역사들이 중간에서 폭리를 취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머리를 쓰다 보니 계약이 틀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나는 통역을 맡게 되면 처음부터 수수료를 정하고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딱 그만큼만 받았다. 그렇게 하다 보니 입소문이 나면서 일이 더 많이 들어왔다. 한때는 1시간 통역에 우리나라 돈으로 10만 원을 받을 정도로 몸값이 올라가기도 했다.(웃음)

국내 대표 애니메이션인 ‘뽀로로영화’의 중국 판권 투자와 배급을 총괄한 것으로 안다. 이것도 통역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인연인가.
뽀로로영화 판매는 한국의 지인이 소식을 알려줘 하게 되었다. 우연한 자리에서 친분이 있던 중국인 친구에게 추천을 했더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예를 들어 음료수 하나를 판다고 하면 병과 음료를 따로 싸게 구입해서 자기들이 합쳐 팔면 이익이 더 많을 텐데, 그게 복잡하다고 그냥 완제품으로 만들어주기를 원한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그 일의 총괄을 내가 맡게 되었다.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그것을 가져와서 어떤 부대사업까지 할 수 있는지를 일일이 세팅해서 컨설팅을 해줘야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업 컨설팅까지 하게 되었고, 그것이 지금 온온홀딩스의 시작이 되었다.

시사매거진 김길수 회장과 온온홀딩스 이희온 대표가 10월 24일 맺은 업무협약식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회사는 향후 시사매거진의 20주년 기념행사를 시작으로 긴밀한 사업적 협력관계를 이어갈 계획이다.(사진_시사매거진)

# ‘난로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희온 대표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따뜻한 세상을 꿈꾼다. 자신이 먼저 온기를 내뿜는 난로가 된다면 그곳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체온으로 나중에는 난로가 없어도 따뜻한 온기가 전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일하고픈 곳이 온온홀딩스가 되기를 바란다.

그럼 지금까지 승승장구만 해왔나. 실패는 없었나.
중국으로 건너간 지 3년 만인 스물한 살에 치킨집을 차렸다.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인기를 누리면서 중국에 ‘치맥’ 열풍이 불었던 때다. 한국 돈으로 2천만 원을 투자해 점포와 사무실을 차리고 집기들을 들여놨다. 집에서 튀겨 먹던 것만 생각하고 별 생각 없이 가게를 시작했다. 그런데 배달을 하니 그 맛이 아니었다. 뭐든지 금방 해서 금방 먹으면 맛있지 않나. 그렇게 차리자마자 망했다. 치킨집을 정리하니 500만 원이 남았다. 답답한 마음에 한국에 나왔다가 시골 가게에서 우연히 페리카나 치킨을 먹게 되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당장에 500만 원을 주고 비법을 배웠다. 그리고 중국에 들어가서 다시 치킨집을 열었다. 대박이 났다. 많을 때는 하루에 500마리씩도 튀길 정도였다. 직영점도 3군데나 냈다. 그런데 어느 날 목표 설정과 관련한 책을 읽다 로마의 사상가 세네카의 글을 읽게 되었는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이렇게 치킨집만 하다가는 요식업만 하겠구나’ 싶었다. 바로 다음날 가게 문을 닫았다.

그러고 나서 무얼 했나.
부동산 컨설팅을 했다. 이것도 우연히 중국인 친구가 제주도에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다가 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땅을 보고 나는 따라다니면서 여행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중개인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바로잡아주다 본격적으로 컨설팅 업무를 하게 되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중국 사람들은 복잡한 것을 싫어해, 땅을 사는 것까지는 하는데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지는 고민하기 싫어한다. 그 부분까지 맡아서 하다 보니 전문적으로 하게 된 것이다.

손을 대는 업종마다 성공을 했는데, 비법이 뭐라고 생각하나.
결코 내가 똑똑하거나 잘나서가 아니다. 단지 그 나라에 있다 보면 그 나라의 실정이 보인다. 예를 들어 기자님도 사무실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분명 뭔가 한두 가지는 불편한 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하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다. 스스로 그런 불편함을 고치는 동시에 ‘똑같은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편리하게 해줘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그리고 또 하나,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갈 수 있는 과감함과 실행력이다. 나는 앞에 불구덩이가 있으면 돌아가기보다는 가로지르는 쪽을 택한다. 어떻게 하면 불에 타지 않을지 방법을 강구하고, 몇 번 시도하다 보면 남들보다 앞서 그곳을 지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불구덩을 피해 돌아가던 사람들도 가로지르는 우리를 보고 따라오려 할 것이다. 그렇게 세상을 바꿔가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아시아 쪽에도 지사 설립을 추진하는 걸로 알고 있다. 어떤 분야
에 도전해볼 생각인가.

한국의 중소기업들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 좋은 아이템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많은데, 지금 한국은 재벌이 시장을 잠식한 상태다. 또한 좋은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들은 기술개발 연구에 매진해왔기 때문에 그 기술을 팔 판로나 방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걸 우리 온온홀딩스가 도와주고 싶다. 이번에 중국에서 중소기업컨퍼런스가 대규모로 열린다. 중국 정부에서 하는 행사라 규모가 꽤 크다. 그런데 우리가 중국에서 제일 큰 컨퍼런스협회와 협약이 되어 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국내 중소기업들을 중국 기업들과 연결시킬 수 있는 장을 마련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 온온홀딩스도 정당한 이익을 받을 것이다. 제대로 일해주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 이것이 우리 온온홀딩스가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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