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관계 100년사를 통한 북핵과 사드 해법 찾기

(시사매거진_이은진 기자) 신간 소개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따라 우리의 정치, 외교, 경제, 군사, 문화 등 모든 방면의 기상도가 결정되는 형국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미국과 중국이 맺어온 기존의 관계사와 교류사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연구하여 우리 나름의 정치적 외교적 대책을 수립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제까지 이런 연구 성과는 많지 않았다. G2의 경제 전쟁을 흥미 위주로 다룬 저서들이 몇 권 있고, 특정사건에 대한 미중의 갈등을 다룬 논문은 더러 있어도, 우리 주변의 두 강대국이 지난 100년 동안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종합적으로 살핀 책이나 연구 성과는 없었다. 중국과 미국에서 출간된 이 분야의 주요 저작이 번역된 적조차 없을 정도다.

나날이 미중의 관계가 복잡 미묘해지는 시기, 그리고 무엇보다 한반도에 미치는 두 나라의 영향력이 날로 강화되는 시기에 출간되는 이 책은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의 시선으로 본 미중관계 100년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고찰한 최초의 저술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

G2의 손에 맡겨진 한반도의 새로운 운명

한반도는 지금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혀 있다. 북한은 두려울 게 없어졌고, 미국은 통제의 타이밍을 놓쳤으며, 중국은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하다. 북한이 개발한 핵은 한반도에 사는 우리의 머리 위에서 터질 텐데, 청와대나 여의도는 아무도 듣지 않을 공허한 주장만 쏟아내고 있다. 북한은 아예 우리 얘기를 무시하고, 미국은 마지못해 듣는 척만 하고, 중국은 사사건건 반대와 보복이다.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 100년 전의 망국사를 되풀이할 위기에 처했을까? 지금이라도 번지수를 제대로 찾아야 한다. 그 시작은 우리의 순진한 짐작과는 전혀 달랐던 미중관계 100년의 역사를 통찰하는 데서 시작된다.

사실 미중의 100년 역사는 두 강대국의 1대 1 외교사를 넘어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모든 것을 결정해왔다. 한국전쟁의 시작과 휴전을 결정한 것도 이들이고, 일본의 경제적 번영과 미국에 대한 정치적 종속을 결정한 것도 이들이며, 베트남과 타이완의 운명을 정한 것도 이들이고, 북한의 핵을 조장하거나 방조한 것도 이들이다. 그리고 마침내 이들 G2는 지금 한반도의 새로운 운명을 다시 결정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전환을 앞둔 한반도의 운명은 지금 우리의 손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손아귀에 달려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로 북한의 핵을 머리에 인 채 이들 두 강대국의 눈치나 봐야 하는 처지일까? 이들의 아량과 선처에만 기대어 평화를 구걸해야 할까? 역으로 이들을 이용하고 일본이나 소련을 지렛대로 사용할 묘책은 없을까? 발상의 전환만이 유일한 탈출구다. 완전히 개방된 중국시장을 유일한 목표로 삼는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과, 미국이 없는 아시아를 원하는 대륙의 영원한 맹주 중국 사이에서 펼쳐지는 게임의 판도를 낱낱이 분석하고 파헤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이 그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한반도의 운전대,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작금의 우리나라가 마주친 가장 큰 난관은 북핵과 사드 문제로, 남북은 물론 아시아 전체와 세계의 질서를 뒤바꿀 수도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그리고 이들 문제의 키는 안타깝지만 우리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쥐고 있다. 그 사이에서 우리의 정당한 목소리를 내고, 우리의 국익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쥔 카드가 무엇인지, 이들이 어떤 게임을 펼치게 될 것인지 알아야 한다. 물론 그 답은 과거의 역사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미중의 100년 관계사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철저한 자국 이기주의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해석하고 풀어왔다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 북한의 입장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어떤지에 따라 대결방식과 해결방식이 달라진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득실은 입체적이고 다차원적으로 계산된다. 그리고 계산 과정에서 시대적, 상황적 변수가 발생한다. 가령, 한반도를 놓고 벌어진 한국전쟁 시기에 미국과 중국은 모두 통일된 한반도를 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더 쌌기 때문이었다. 통일된 한반도에 미국이나 중국이 지불할 비용이 더 경제적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상황이 다르다. 분단이 이들에게 더 싸게 먹힌다. 그래서 이들은 한반도 통일에 대해 적극적인 표현을 자제할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모호한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한다.

사드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중국은 사드로 시작될 동북아의 군비 경쟁을 원치 않는다. G1으로 가기 위한 발걸음도 바쁜데 남북한, 일본, 대만과 군비경쟁을 벌여봐야 득 될 것이 없다. 중국의 이런 우려는 우리나라가 첨단무기 도입 계획을 밝히면서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나아가 중국은 우리와 일본이 군사적으로 가까워지는 것도 원치 않는데, 이는 정확히 미국이 원하는 것이다. 이런 지점에서 우리가 중국 압박을 위해 쓸 수 있는 또 하나의 카드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을 이해하는 길

수시로 변하는 북한의 입장과 국제정세에 대응하느라 우리 외교는 장기적인 전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노선이 달라지고, 여야의 공수가 전환될 때마다 메시지가 달라진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국제사회를 이해시키기도 어렵고, 특히 주변의 강대국들을 움직일 수도 없다.

이런 때일수록 냉철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의견도 있다.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이 책 저자의 생각이다. 따뜻한 가슴으로 미중의 입장과 이들 관계의 발전 과정이 지니는 함의를 이해할 수 있어야 비로소 최적의 대응책을 강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입장을 이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한 첫걸음이 상대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이해와 인식이 공유된 바탕 위에서만 새로운 논리의 전개와 설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나라 정치권과 외교 전문가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미중관계사를 가장 심도 깊게 다룬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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