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상의 과거와 미래

(시사매거진_이은진 기자) 신간 소개

"여성운동과 미국 민권운동이 해방운동의 사례라면, 환경과 평화, 시민주도, 녹색당, 공동체 등의 대안운동들은 저항 및 퇴각운동에 속한다. 이러한 하버마스의 논리와 분류는 1990년대 이후 성장한 우리 사회 시민운동을 분석하는 데 유용한 문제틀을 제공했다. 하버마스의 시각에서 볼 때 한국 시민운동들은 자율과 연대를 추구한 참여민주주의의 정치적 기획이었던 셈이다." - 본문 148쪽

문학에서부터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사상의 수용과 전개를 한눈에 펼치다

무엇보다 저자가 가장 고심한 것은 40권에 대한 선정 기준이다. 저자가 저작을 선별한 기준 세 가지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보수와 진보, 미국 학계와 유럽 학계의 균형이다. 소개된 저작들은 문학·역사학·철학·정치학·경제학·사회학 분야에서, 때로 분야의 경계를 넘어 학계와 시민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사상을 담고 있다. 실제로 조지 오웰의 《1984》를 비롯한 문학에서부터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비롯한 자연과학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선별 기준만큼 이 책에서 비중을 둔 부분은 40권의 저작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과 사상이 전개된 양상이다. 저자는 우선 저작들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그 평가를 담았다. 뒤이어 그 저작이 미친 영향과 그 저작을 둘러싼 논쟁을 살피고, 해당 저작과 연관된 사상가를 주목했다. 장의 말미에는 우리말 번역본을 소개했다.

이러한 저작 선정과 책의 구성을 통해 서양의 사상이 각 분야에서 우리 사회에 어떻게 수용됐는지, 뒤이어 어떤 논의가 전개되었는지 그 맥락을 살필 수 있게 했다. 이 책은 서양 현대 사상의 흐름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수용되고 전개된 양상도 한눈에 보여주는 가이드다.

 

인간 존재의 궁극적 기반인 사유의 힘
우리 시대를 포괄적으로 살피는 한 권의 책

저자는 이 책에서 전후 사상에 부여된 과제가 ‘현대 사회를 지속시키고 변화시키는 원리는 무엇인가’,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바람직한 인류 사회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가’ 등에 있다고 했다.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일수록 사상은 새로운 시대의 길을 밝힐 것이고, 그것이 사상의 역할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생각하고 숙고하는 사유의 힘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궁극적 기반이다. 이러한 사유의 힘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이 책에 담긴 전후 사상의 흐름을 통해 우리 시대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우리가 가야할 길을 함께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 저자의 소망이다.

사회학자인 저자의 정체성 형성과 학문 연구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 이 현대의 고전들을 통해 우리는 전후 사상의 흐름과 맥락,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사유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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