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보다 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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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보다 따뜻한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7.10.3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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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인 믿음과 잘못된 신념, 폭력의 대물림 그리고 부도덕성에서 비롯된 비극
저자 와일리 캐시 | 옮김 홍지로 | 출판사 네버모어

자폐증을 치유할 목적으로 교회로 간 한 소년의 죽음. 그 소년의 죽음은 노스캐롤라이나의 작은 마을 마셜의 곪은 상처를 들춰낸다. 형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알고 있는 소년 제스, 신도들에게 신처럼 군림하는 목사, 목사의 어두운 과거를 알고 있지만 마을을 위해 모른 척하던 보안관, 아이들만이라도 교회에서 보호하려는 노부인, 아들을 잃은 후에도 교회와 목사에게 맹목적인 엄마 그리고 할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자란 후 불같은 성정을 누그리며 살던 제스의 아빠… 저마다의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이 이전과는 다른 감정들로 얽히기 시작하고, 교회에서 일어난 죽음은 불길한 기운을 뿜으며 천천히 한 가족과 마을을 비극 속으로 밀어 넣는다.

「고향보다 따뜻한」은 신앙에 큰 의지를 하는 미국 남부 마을들 중 과거가 의심스러운 목사에 의해 지배받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성경의 이야기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극단적 기독교 근본주의 교회에서 신처럼 행세하는 목사와 맹목적으로 믿는 신도들. 그곳에서는 오래 전 한 죽음이 있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간이 흐른다. 하지만 자폐증 소년이 교회에서 또 죽으면서, 누군가는 오래전에 문제 제기를 했어야 했지만 모두가 모른 척 눈을 돌려버려서, 결국에는 터져버린 상처의 고름처럼 한 가족과 마을에 비극의 그림자가 물든다.

이야기는 세 명의 화자를 통해 진행된다. 그중 가장 큰 축은 형을 잃은 아홉 살 소년 제스의 목소리다. 제스는 자폐증 형을 동생처럼 보살피며 엄마, 아빠와 함께 작은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지만 갑작스러운 형의 죽음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형제가 교회에 가기엔 아직 어리다던 엄마가 형을 교회로 부르고, 그곳을 몰래 훔쳐본 제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끼는 한편, 자신의 말 한마디가 엄청난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예감 속에 공포감을 느끼는 등 이야기 내내 감정들의 혼돈 속에서 불안해한다.

또 다른 화자는 마을의 노부인 애들레이드 라일이다. 그녀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목사 챔블리스에게 맞선 사람이며, 아이들만이라도 교회로부터 보호하고자 노력했던 마을 공동체의 도덕성을 대표하는 사람이기도하다. 챔블리스 때문에 마을 사람들과 서먹해졌지만 여전히 심정적으로 마을 사람들이 큰 의지를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녀는 오랫동안 마셜에서 살면서 제스 부모의 관계와 목사의 악함을 직접 눈으로 목격한 인물로 소설 속 이야기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던 과거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마지막 화자인 마을 보안관 클렘 베어필드는 오랫동안 마을에 살았지만 여전히 외부자 취급을 받는 인물이다. 그는 제스의 가족과 얽힌 슬픈 과거를 지니고 있으며 목사 챔블리스를 오랫동안 주시했지만 그동안은 애써 모른 척 하던 인물이다. 그 역시 자신만의 목소리로 자신과 마을의 위태로웠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이 이야기의 끝이 비극이 되리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암시한다.

이 책은 세 명의 목소리를 통해 마약처럼 신앙에 매달리는 남부사람들의 모습과 그 신앙에 맹목적이 되면서 무지(無知)라는 큰 죄를 단순히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감추려는 사람들 그리고 죄와 폭력의 순환을 소년의 성장담 속에 녹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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