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돈이 맺은 악마의 서약

(시사매거진_이은진 기자) 신간 소개

범죄스릴러라는 장르를 빌렸지만 돈, 부의 편재(기회의 분배), 꿈 등 세 가지 코드로 읽는 사회소설이다. 미모의 그래픽디자이너 은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아름다운 책’을 편집하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변두리 그래픽디자인 학원 강사로 무료한 생활을 한다. 유일한 취미는 지폐수집. 은서가 지폐수집 중에 발견한 위조지폐를 둘러싼 가공할 음모와 반전. 장르소설이 주는 재미는 물론이고 저자가 소설을 빌어 까발리는 자본주의와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이돼 주인공과 함께 분노하게 된다.

인간과 돈이 맺은 악마의 서약

돈은 3000년 전 지금의 터키 서부 지중해 연안 리디아왕국에서 생겨났다. 돈이 생기자 가장 먼저 시장이 나타났고, 사창굴이 생겼으며 주사위가 발명돼 도박판이 벌어졌다. 돈의 태생적 운명이다. 돈과 인류는 초기 사회현상 그대로 진화해왔다. 돈이 악마의 금전인 까닭이다.

책은 돈의 위력과 위악을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자본주의를 성토한다. 그렇다고 비현실적으로 ‘자본주의 타도’를 외치는 것은 아니다. 벼랑 끝까지 밀려난 사람들이 자본주의를 어떻게 조롱하며 맞서는지를 ‘소설’의 힘으로 통쾌하게 보여주는 것.

 

부의 편재가 가져온 기회의 편재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날로 가속화하고 빈자에 대한 부자의 오만과 무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책이 주는 강렬한 메시지는 바로 ‘기회의 분배’.

이 책은 애초 부의 편재에 대한 비판으로 기획되었을 것이다. 부의 편재는 기회의 편재를 초래하고 사회는 불평등을 가속화한다. 불평등이 심화되면 자포자기로 이어지고 범죄 혹은 복수를 꿈꾸게 된다. 출발선에 서 보지도 못하고 사회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젊은이들, 그들의 분노를 귀담아듣지 않으면 한국사회도 위험하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개인이 할 일이 아니다. 사회가 국가가 책임져 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설 속 상황이 현실이 될지 모른다.

 

이루어진 꿈이 당신을 망쳐서는 안 된다.

누구나 꿈을 꾼다. 무엇인가 이루려고 한다. 인생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겠지만 꿈을 이루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부자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부자의 꿈을 이룬 사람은 만족하지 못한다. 더 큰 부자가 되려고 애쓰다가 돈의 노예가 되고 만다. 혹은 사치와 허영을 즐기다가 비참한 신세가 되기도 한다.

당신이 꿈을 이루기 바란다. 그러나 이루어진 당신의 꿈이 당신을 망치지 않기 바란다. 이 소설이 당신의 인생에 던지는 가장 중요한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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