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만나는 또 다른 시선

(시사매거진_이은진 기자) 신간 소개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부부생활은 평탄하기만 했을까? 왕이라는 최고 권력자와 그의 반려자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형성되어 있을까? 《조선왕조실록》이라는 공식 기록 속에서 이들의 부부생활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내밀한 부부간의 문제이기에 쉽게 그 기록을 확인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당대의 기록자들은 이 내밀한 부부생활을 가감 없이 기록했고, 조금 예민한 문제에 있어서도 충분한 힌트와 그 다음 상황을 추측할 수 있는 단서들을 여기저기 흩뿌려 놓았다.

왕이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사생활을 이렇게 공개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니 얼마나 숨 막혔을까? 사람이기에 ‘질투’나 ‘분노’, ‘애정’의 감정이 있었을 것이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결혼이란 개인과 개인의 결합이란 의미보다는 가문대 가문의 결합이며, 남녀 간의 애정의 결합 이전에 남녀관계의 공식적인 선언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여기에 ‘왕’과 ‘왕비’라는 타이틀까지 더해진다면, 이들의 부부생활은 어떠할까?

실록을 통해 확인한 결과 그들은 왕과 왕비이기 이전에 남편과 아내로서의 삶을 살았고, 남들이 보기에 ‘막장’이라 불릴 만한 상황을 그대로 노출했다. 다만 일반적인 부부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스케일’이 달랐다는 정도다. 부부싸움이 국가 단위의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되기도 했고, 반대로 정치적 쟁점이 부부생활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이 책은 조선의 일곱 왕의 역사를 부부의 싸움을 통해서 알아봄으로써 인간적인 왕과 왕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음은 물론, 역사적 사건의 배경까지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개념의 역사 대중서이다.

 

조선 7왕의 은밀한 부부관계가 생중계되다

이 책은 태종, 세종, 문종, 성종, 중종, 선조, 숙종 등 조선의 일곱 왕과 ‘꽤’ 많은 여인들의 권력 투쟁을 부부싸움을 통해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왕과 왕비라는 신분 때문에 직설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을 뿐, 이들의 내밀한 부부생활을 살펴보면 속 좁은 남편의 빤히 보이는 거짓말과 이기심이 도드라지기도 하고, 질투에 눈이 멀고 남편의 불성실한 모습에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여리디 여린 아내의 모습이 부각되기도 한다. 또한 여느 부부처럼 싸움 후엔 냉각기가 있었으며, 심한 경우 이혼을 결심하고 조정위원회(조정위원들은 각 시대의 조정 신료들이었다)를 찾기도 했다. 서로 아내의 잘못, 남편의 잘못을 주변인들에게 하소연했고(주로 남편이 아내의 잘못을 토로하며 못 살겠다고 소리 지른다), 그러면 지인들은 이들에게 부부생활을 계속해야 할 당위성을 설파하며 어르고 달랬다. 정말 한없이 인간적이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건 이 책에 나와 있는 막장 드라마 같은 부부생활이 창작이나 작가의 비약적인 해석이 아니라《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100퍼센트 사실(fact)이라는 점이다.

 

부부싸움을 통해 풀어보는 조선의 역사

부부생활을 파경으로 이끄는 몇 가지 단어들이 있다. ‘배우자의 불륜’, ‘고의적인 무시’, ‘불성실함’ 등등 수많은 문제들이 그것이다. 이 문제들을 역사 속에서 왕과 왕비들도 겪었다. 다만 그들의 사소한 부부간의 다툼은 둘만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피바람을 불러오는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고, 따라서 권력 이동이 생겨났다는 점이 특별하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는 허울 좋은 절대 권력자일 뿐, 실상 왕이 혼자 권력을 행사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따라서 최고 권력가로서 저마다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일들도 있었는데, 그 선택 중에는 왕비를 쫓아내거나 죽이는 극단적인 것도 있었고 처가를 몰살시키는 잔인한 결정도 있었다. 물론 조강지처를 잊지 못해 다시 재혼을 하는 훈훈한 사연도 있고, 끝까지 아내의 생명만은 지켜낸 고귀한 사랑도 있었다. 정치적 쟁점과 연계된 이들의 부부생활은 작은 사건마저도 하나의 기록이며 역사이다. 한 편의 스펙터클한 ‘정치 드라마’와도 같은 이들 최고 권력가 부부의 애증관계는 기대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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